화쟁위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직영사찰제도 종합적 개선 및 봉은사 운영과 문제해결방안(이하 방안)'을 참석 인원 전원 합의로 가결, 채택한 뒤 총무원 집행부와 봉은사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화쟁위는 지난 6월 16일 봉은사 소위원회 활동을 시작으로 6차례 회의를 거쳐 이와 같은 안을 만들었다.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은 봉은사 직영화 문제를 화쟁위에서 논의해 줄 것을 요구했고 화쟁위는 이를 받아들여 지난 4개월여 간 이 문제를 논의해왔다.
화쟁위는 "이번 방안을 통해 서로 대립하고 있는 봉은사 입장과 총무원 입장이라는 양극단을 버리고 한국 불교와 지역불교의 균형발전이라는 중도 또는 화쟁의 관점으로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지난 3월 일요법회를 통해 봉은사 직영사찰 논란과 관련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 뒤 사부대중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명진 스님. ⓒ봉은사 |
직영사찰 관리인 임기 4년, 평가 실시 등 개선 방안 발표
화쟁위는 이번 방안에서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을 계기로 직영사찰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방안도 제시했다. 화쟁위는 현 직영사찰 관리인의 임기를 4년으로 하고 인사추천위원회를 통해 관리인 후보를 추천받아 총무원장이 임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독자적 인사기준에 따라 2년 주기로 평가를 실시, 기준 미달 시 면직하도록 했으며 종회의원을 겸직할 수 없는 방안도 제시했다.
또한 직영사찰의 재정, 운영, 사업 등에 종단목적 사업이 우선시 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는 그간 "봉은사가 직영화 될 경우, 주인없는 절이 돼 봉은사는 쇠락할 것이다"라는 반대 의견의 대안으로 풀이된다. 화쟁위는 봉은사 운영과 관련, 직영사찰로 전환하되 차기 관리인 임명 및 운영부터 개선된 직영사찰 제도를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화쟁위는 "이 방안이 수용돼 그동안 빚어진 여러 가지 갈등을 해소하는 한편, 종단 발전을 위한 협력적 관계가 복원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밝혔다. 도법 스님은 "봉은사 문제를 풀어가는 데 토론회에서 확인된 사항에 걸맞는 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양측의 의견과 제 3자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이번 방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조계종 총무원은 긍정적, 봉은사는?
화쟁위는 이날 방안을 발표하며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과 관련 발생한 갈등문제에 대한 공식적 활동을 마무리했다. 화쟁위는 이 방안이 수용되면 그동안 빚어진 여러 가지 갈등을 해소하는 한편, 종단 발전을 위한 협력적 관계가 복원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 안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일단 조계종 총무원은 호의적이다. 자승 총무원장은 방안을 전달받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무원에서는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할 수 있는 것과 법을 개정해야 할 수 있는 것들을 면밀히 살핀다는 입장이다.
반면 봉은사에서는 제시된 안을 받을지 미지수다. 무엇보다 그간 반대해온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이 그대로 제시됐기 때문이다. 봉은사 측은 직영화 전환을 두고 "제대로 된 준비나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무작정 추진한다"고 반대해왔었다.
하지만 이번에 제시된 개선된 직영사찰 제도에서도 이렇다 할 구체적인 제도나 시스템은 언급되지 않았다. 지난 5월 13일 조계종 총무원 주최로 열린 봉은사 직영 사찰 운영 방향 발표회에서 언급된 내용과 별반 차이가 없는 셈.
"양쪽 의견 충분히 반영해 만들었기에 문제없다"
그럼에도 화쟁위에서는 이번 방안이 양측에 수용되리라 낙관했다. 도법 스님은 "총무원, 봉은사, 그리고 제 3자의 의견 등을 종합해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며 양쪽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서 만들었다고 피력했다.
도법 스님은 "다만 그 과정에서 약간의 동의가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하지만 더 좋은 안은 요구된 바가 없었기에 다른 이견은 없는 걸로 정리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도법 스님은 봉은사가 안을 받지 않을 경우를 놓고도 "후임 인사 문제를 제외하고는 봉은사 의견을 거의 100% 반영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라며 "동의했으니 안을 만들었지 그렇지 않으면 발표하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명진 스님은 11일 저녁 화쟁위로부터 방안을 전달받은 뒤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봉은사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입장을 어떻게 낼지, 아니면 아예 내지 않을 것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아마도 방안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이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만약 봉은사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다면 주지인 명진 스님이 일요법회를 통해 밝힐 공산이 크다. 그간 명진 스님은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일요법회를 통해 밝혀왔었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봉은사 직영사찰 논란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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