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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법, 봉은사 방문 '직영 전환' 배경 설명…신도들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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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법, 봉은사 방문 '직영 전환' 배경 설명…신도들 '싸늘'

명진 스님, 다음 법회에서 입장 밝힐 듯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은 철회되어야 합니다."

법회를 마치고 봉은사 법황루를 나서는 도법 스님을 향해 한 신도가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도법 스님은 웃음을 띄며 고개를 가볍게 숙이고 그 자리를 지나쳤다. 법회루 앞엔 30여 명의 신도들이 '직영사찰 지정철회'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17일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 도법 스님이 서울 삼성동 봉은사를 찾았다. 지난 12일 발표된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과 관련된 해명을 위해서였다.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도법 스님에게 봉은사를 직접 찾아 신도들에게 직영사찰을 결정한 배경을 설명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날 법회에서 도법 스님은 명확한 직영사찰 전환 결정 배경을 설명하지 않았다.

"화쟁위 결정, 아직 판단과 평가할 시기는 아니다"

도법 스님은 "명진 스님이 얼마나 무섭게 닦달을 하는지 올 수밖에 없었다"며 "바짝 얼어서 '알아서 긴다'고 했다"고 봉은사를 온 배경을 설명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도법 스님은 화쟁위원회의 결정을 두고 "잘했는지, 잘못했는지에 대해서는 객관적이고 냉정하고 정확하게 판단돼야 한다"고 성급한 판단을 경계했다. 도법 스님은 "아직 판단과 결정을 할 시기는 아니다"며 "만약 그런 과정을 거쳤음에도 잘못됐다고 한다면 수긍을 하겠다"고 말했다.

도법 스님은 과거의 봉은사를 가리켜 "짜증나고 화나는 곳이었다"고 설명했다. 도법 스님은 "지난 25년이라는 세월 동안 나에겐 대단히 부정적인 곳"이었다며 "왜 그런지는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봉은사는 명진 스님이 주지로 오기 전까지 부정과 권력다툼의 중심에 있어왔다.

도법 스님은 "명진 스님이 주지로 와서 4년 동안 주지를 잘했고 좋은 내용의 결과물도 나왔다는 이야기를 멀리서도 들어왔다"며 "그러면서 봉은사를 생각하면 느꼈던 답답함이 정리가 됐다"고 말했다.

도법 스님은 "그랬는데 최근(지난 3월) 봉은사를 두고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일이 생겼었다"며 조계종 총무원에서 일방적으로 봉은사 직영화 전환을 발표한 일을 언급했다. 도법 스님은 "당시 소식을 접하고는 '이럴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이 일 말곤 다른 일은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며 당시 심정을 설명했다.

도법 스님. ⓒ연합뉴스
"직영화는 한국 불교를 위한 것"

도법 스님은 "그동안 명진 스님이 가꾸어왔던, 많은 이들이 갈망했던 것이 더 이상은 손상되지 않도록 더 이상은 상처입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며 "또한 뭔가 엉킨 것은 잘 풀고 뒤틀린 것은 바로잡고, 이런 것을 토대로 해서 새로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길은 없을까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도법 스님은 "그 길을 만들고 열어 가보자는 심정으로 봉은사 일에 관심을 가졌고 관여를 하게 됐다"며 처음부터 화쟁위를 통해 봉은사 일에 관여한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도법 스님은 자신이 봉은사 직영화 결정을 내린 이유도 밝혔다. 도법 스님은 "지금 상황에서는 우리가 좀 더 성숙된 방식과 내용, 태도로 활로를 열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누군가는 그것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자신이 총대를 맨 이유를 설명했다.

도법 스님은 "가깝게는 명진 주지와 봉은사를 위해, 전체적으로는 종단과 한국불교를 위해서, 그런 충정으로 발을 내딛게 됐다"며 거시안적으로 현재의 직영화 문제를 바라봐 줄 것을 요구했다.

명진, 추후 법회에서 자신의 입장 밝힐 듯

하지만 이날 법회에 참석한 신도들은 도법 스님의 해명을 납득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삼성동에서 온 박명순(56) 씨는 "화쟁위에서 봉은사 직영사찰을 결정한 이유를 설명해준다고 해서 기대를 하고 왔다"며 "하지만 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설명이 없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부천에서 온 이명기(48) 씨는 "큰 시각에서 봉은사 직영화를 받아들이라는 게 도법 스님의 말씀인거 같다"며 "하지만 직영화가 된다고 해서 조계종, 나아가 한국 불교가 어떻게 발전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치동에서 온 박기영(35) 씨는 "그간 명진 스님이 해 온 것을 계승하겠다고 하지만 명진 스님 이전의 봉은사가 어떤지를 생각해봐라"며 "봉은사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기엔 아직 부족하다. 능력 있는 주지가 상당기간 동안 봉은사를 돌봐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은 직영화에 따른 후임 주지를 임명하는 인사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 입장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추후 법회를 통해 명진 스님은 자신의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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