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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협상 치러야 할 호텔이 웬 거리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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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협상 치러야 할 호텔이 웬 거리청소?

시민사회단체 "정부가 시켜서 그러는 것"

오는 10일부터 닷새 동안 서울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2차 본협상이 열리는 동안에 다양한 집회를 연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던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집회신고가 반려되는가 하면 집회 예정장소를 다른 단체에서 선점한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청와대 인근에서 열려고 했던 집회와 시위는 관할 경찰서가 '금지' 통보를 해오는 바람에 사실상 합법적 집회의 길은 막혔다. '청와대로부터 100미터 이내에서는 집회를 할 수 없다'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의 규정 때문이다.
  
  협상장소이자 미국 측 협상단이 묵는 숙소인 신라호텔 주변에서 진행하려고 했던 집회와 시위 계획도 신라호텔 측이 동일한 장소를 선점한 바람에 범국본 측은 정상적인 집회와 시위를 진행하기 어렵게 됐다.
  
  5일 서울 중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미 지난달 신라호텔 측은 12일부터 15일까지 나흘 동안 호텔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집회를 갖겠다는 신고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오는 10일부터 14일까지 닷새 동안 진행될 '환경정화 및 교육질서 캠페인'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캠페인은 신라호텔 측이 오래 전부터 매월 1~2회씩 지역봉사활동의 일환으로 하수구 청소, 쓰레기 줍기 등을 하는 거리청소 활동이라고 호텔 측은 설명했다. 실제로 호텔 측은 지난달에도 20, 21일 양일간 동일한 내용의 캠페인을 벌였다.
  
  그러나 이번 캠페인은 한미 FTA 저지를 위한 시민사회단체들의 집회와 시위를 막기 위해 고의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캠페인이 진행되는 시기가 한미 FTA 2차 본협상이 진행되는 기간과 완전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범국본은 5일 이 문제를 가지고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이들은 "손님 맞느라 눈코뜰 새 없을 호텔 측에서 난데없이 생뚱맞은 캠페인에 가두행진이라니…. 정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작태가 아닐 수 없다"며 "거짓 집회신고를 당장 철회하라"고 호텔 측에 요구했다.
  
  이들은 또 "FTA 협상 장소로 쓰이게 된 것을 조금이라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말도 안 되는 집회신고를 낸 데 대해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다"며 "이 정도까지 후안무치하게 거짓 집회신고를 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원색적인 비난까지 쏟아냈다.
  
  이런 비난에 호텔 측은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다. 호텔 측은 단지 시기가 겹친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비난까지 들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는 항변을 내놓고 있다. 신라호텔의 한 관계자는 "공교롭게 일정이 같아서 억울한 오해를 받고 있다"며 "정부와 시민단체 간의 싸움 속에 호텔만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호텔의 이같은 항변에도 불구하고 범국본 측은 의혹이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는 표정이다. 캠페인 시기와 한미 FTA 2차 본협상 시기가 완전히 겹친다는 사실 외에도 의혹을 살 만한 일이 더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의혹은 한미 FTA 협상을 이끌고 있는 '한미 FTA 기획단'이 2차 협상장소로 신라호텔을 택한 시점과 호텔 측이 캠페인을 위해 집회신고를 한 시점이 겹치는 대목이다. '한미 FTA 기획단'과 신라호텔 간에 어떤 이야기가 오갔다고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 FTA 기획단'의 한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2차 협상 장소를 물색해 왔고, 신라호텔도 그 중 하나로 검토돼 왔다"며 "최종 결정시점을 정확하게는 알려줄 수 없지만, 대략 1차 본협상을 마친 직후"라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1차 본협상이 지난달 2일부터 9일까지 진행된 사실에 비춰보면 결국 신라호텔이 2차 본협상을 위한 협상장소로 정해진 것은 지난달 10일부터 늦어도 20일 사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기간은 신라호텔 측이 '환경정화 및 교육질서 캠페인'을 위해 집회신고를 한 시점인 지난달 12~15일과 정확히 겹친다. 범국본 측이 호텔 측의 이번 캠페인에 의혹의 눈초리를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범국본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거짓 집회신고가 호텔 측의 단독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호텔의 배후에 경찰과 정부당국이 있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호텔 측은 매달 하루 내지 이틀 간 진행했던 '캠페인'을 이달에는 닷새 동안이나 진행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장마철이어서 청소할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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