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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코지와 MB, '부자들의 대통령' 닮은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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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코지와 MB, '부자들의 대통령' 닮은 꼴

[장행훈의 광야의 외침]<19> 부자들의 방송 위한 언론정책

9월 중순 프랑스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에 관한 책이 나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는 소식이다. 제목은 <부자들의 대통령>. 프랑스는 현직 대통령에 관한 책을 많이 내는 나라이다. 하지만 드골을 제외하면 재임 중에 사르코지에 관해서 만큼 많은 책이 나온 대통령이 있었을까 싶다. 취임한지 만 4년이 채 안 됐는데 지금까지 나온 사르코지 관련 책이 족히 열 댓 권은 될 것 같다. 긍정적인 내용보다는 부정적인 내용의 책이 훨씬 많아 보인다. 사르코지의 행동이 국민의 입방아에 오르는 일이 많아서 그러리라고 본다..

사실 '부자들의 대통령'은 보수 정권 대통령이 갖고 있는 공통 현상이 아닌가 싶다. 보수 우익의 가치관 때문이다. 돈 많은 부자가 대접 받고 보호 받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부자를 비판하고 배척하거나 부자에게 세금을 과중하게 매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자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 경제를 활성화하고 사회에도 이익이라는 것이 보수정권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미국의 조지 부시가 그랬고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우상인 레이건이 그랬다. 강부자 대통령의 이미지를 지워보려고 갑자기 공정사회 지향을 표방하고 나와 좀 '재미'를 보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도 원래 지향점은 부자들의 대통령이었고 지금도 마음은 여전히 부자들의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부자 문제 전문가'가 분석한 <부자들의 대통령>

사르코지를 비판하는 책이 이미 여러 권 나와 있고 신문에도 사르코지 이야기가 지겨울 정도로 매일 보도되는데도 <부자들의 대통령>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면 그것은 내용보다도 책 제목에 끌리는 프랑스 국민이 많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딱딱한 제목의 책이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 한국 사회가 그만큼 정의에 목말라 있는 것을 반영하듯이 사르코지 대통령이 일반 국민보다 부자들의 이익을 챙긴다는 프랑스 국민들의 거부반응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어서 나타난 현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프랑스 인터넷에 올라온 서평을 보면 신문을 열심히 읽는 사람이나 특히 탐사보도로 국민의 호기심을 해소해주는 주간(周刊) <카날 앙쎼네(Canard enchaine)> 독자라면 책에서 별로 새로운 내용을 기대하기 어려우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 같다. 책을 읽어 본 다음 느낀 소감도 인터넷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이 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면 그 이유를 어데서 찾아야 할까? 그것은 책을 낸 공동 저자인 팽송(Pincon)부부와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사회학자로 프랑스의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팀장을 지낸 팽송 부부는 지난 30년 간 부자(富者)문제를 다방면으로 연구해 온 '부자 문제'의 권위로 문제를 색다르게 분석하고 새로운 의미를 제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계급전쟁은 부자 계급이 이기고 있다"-워렌 버피트

팽송 부부는 부자 문제를 계급투쟁으로 보고 소수의 재벌과 권력이 인맥과 언론을 이용해서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계급투쟁이란 용어는 소련이 붕괴한 이후 사회과학 책에서 거의 사라진 말이 됐다. 그렇다고 계급간의 대립이 사라진 것은 결코 아니다. 사회 양극화가 '계급' 간의 차이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세계의 갑부(甲富) 워렌 버피트(Warren Buffett)도 '계급 전쟁'의 존재를 시인하고 있다. 그는 2005년 5월 25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계급전쟁은 존재한다.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우리 부자계급이며 우리가 이기고 있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런데도 자본가 측이나 노동자 측이 그 동안 계급투쟁이라는 용어의 사용을 기피해 온 것은 사실이다. 자본이 소유한 미디어들이 부자들에게 불리한 계급투쟁이라는 용어를 피하고 이것을 하나의 자본주의 게임으로 간주하게 하고 게임에 진 패자는 승자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인식을 각인시킨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계급전쟁은 우리 사회에서 사라진 것으로 여기게 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부자들과 정치권력이 유착한 소수 지배계급이 다수를 지배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사회가 됐다. 그러나 <부자들의 대통령> 저자들은 사르코지 정권을 돈과 권력 언론을 통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소수 과두정권(oligarchy)으로 단정하고 이런 소수 정권이 계속 사회를 지배할 때 민주주의가 위축된다고 보고 그 위험을 경고한다.

이 책을 쓴 이유의 하나도 이런 현상을 경고하는데 있다고 고백하고 있다. 저자들은 사르코지 대통령을 소수 부자정권의 대표자로 보고 거미줄 같은 '자기들끼리'의 연결망을 통해서 이들에게 모든 특혜를 분배하고 부자 연대를 형성해서 다수의 중산층과 빈곤층을 지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저자들이 사르코지를 "부자들의 대통령"으로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저자들은 소수 부자권력이 다수를 지배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이해공동체를 만들어 유지하고 있는 유대의 힘이라고 본다. 따라서 이런 비민주적인 소수 지배구조를 깨고 진정한 민주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중산 빈곤층도 서로간의 작은 이해갈등을 극복하고 더 큰 이익을 위해 연대하는 것을 부자들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배우기 위해서는 부자 정권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그 메카니즘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책을 썼다고도 했다..

부자들의 세금을 내려라

사르코지는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조세 상한선을 수입의 60%에서 50%로 낮추고 지난 2년 이내에 상한선을 초과해서 납부한 세금을 부자들에게 환급해 주기로 했다. 2007년 대선 때 사르코지에게 불법 선거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로레알 화장품회사의 소유주 릴리안 베탕쿠르는 무려 3000만 유로(4500억 원)의 세금환급을 받았다. 또 많은 사르코지 측근들이 레종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정부나 공기업이 요직에 임명되기도 했다. 사르코지 캠프에 선거자금을 전달하는 책임을 맡았던 베탕크르의 재산관리인 파트리스 드 메스트르도 레종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그에게 훈장을 주자고 추천한 사람은 대선 당시 여당(UMP)의 자금총책이었고 사르코지 정권 초대 예산장관인 에릭 뵈르트이다. 지금 프랑스 사회의 최대 정치 스캔들로 불거진 뵈르트-베탕쿠르 사건에 여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도 이 사건이 "부자들의 대통령"과 부자들과의 내막을 드러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부자들의 조세 부담 상한선을 수입의 60%에서 50%로 내리는 명분은 모든 시민에게 동률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평등의 원칙에 부합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간 수입이 10만 유로인 부자가 받게 될 실제 세금 감면액은 1만 유로(1500만 원), 수입이 3만 유로인 중산층이 받게 될 감면 혜택은 3000유로(450만 원)인데 반해서 수입이 1만 유로(면세점)인 빈곤층은 혜택이 하나도 없다. 뿐만 아니라 저자들은 부자들의 세금을 내리면서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받는 보상금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을 부자들을 위한 정권의 상징적인 조치로 들었다.

부자들의 '민영방송' 광고 수입 위해 '공영 광고' 폐지?

저자들은 '부자들의 대통령'과 언론사 사주들이 '친구' 사이인 것을 강조하고 있다. 사르코지는 투표 결과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2007년 5월 6일 저녁 가까운 측근들을 샹젤리제의 고급 푸케츠 호텔에 초청해서 호화판 축하 파티를 열어 언론의 빈축을 산 일이 있다. 선거운동 때 아침 일찍 일어나 일터로 나가는 프랑스 국민(근로자)인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한 사르코지가 하루 저녁 숙박비가 1000유로(150만 원)가 넘는 별 다섯 개의 호텔에서 파티를 연 것이 여론의 빈축을 산 것도 당연한 반응이지만 거기에 초대된 사람들이 모두가 프랑스의 거부들이었다고 팽송 부부는 지적하고 있다. 사르코지가 당선 첫날부터 공약과는 달리 부자들의 대통령 행세를 했다는 것이다. 정치인 사르코지의 당선 축하 파티인데도 초청객은 정치인은 많지 않고 대다수가 '부자'들이었다.

부자들 가운데는 특히 부자 언론인 사주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230억 유로의 재산가로 프랑스 제일 갑부이며 경제지 <레제코(Les Echos)>의 소유자인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항공기 제작회사 다소의 소유주이면서 보수신문의 기수 피가로를 소유하고 있는 부자 랭킹 6위(60억 유로)의 세르주 다소(Serge Dassault), 30억 유로의 재산으로 여러 개의 무료지와 석간 프랑스 솨르, Direct 8 등 케이블 종합채널을 소유하고 있는 랭킹 11위의 뱅상 볼로레(Vincent Bollore), 프랑스 지상파 텔레비전을 대표하는 TF1 사장이며 부자 랭킹 17위(20억 유로)인 마르텡 부이그(Martin Bouygues)등이 다른 억만장자들 사이에서 돋보였다.

'문화혁명'? 공영방송 광고 폐지 내세운 속내

사르코지는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언론사 사주들과 인맥을 형성해서 언론을 정치인으로 고속 성장하는 승강기로 이용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특히 텔레비전의 위력에 관심을 보였다. 따라서 대통령이 되자마자 텔레비전 장악에 나섰다. 우선 대선 선거운동의 참모인 로랑 솔리(Laurent Solly)를 TF1의 총무국장에 임명했다. 사르코지는 TF1의 부이그 사장과는 호형호제하는 사이이기는 하지만 솔리의 임명 발포가 TF1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엘리제 궁에서 나와서 화제가 됐다. 사르코지가 텔레비전을 장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자기 마음에 맞지 않는 언론인을 축출하기도 했다. TF1의 저녁뉴스 앵커 파트릭 포와브르 다보르(PPDA)는 프랑스 텔레비전을 대표하는 30년 이래 명 앵커로 이름 난 저널리스트이다. 그런데 PPDA가 사르코지 대통령이 G8 정상회담에 처음 참석할 때 그를 인터뷰하면서 처음이라 "어린이처럼 떨리드냐?"고 "불경한" 질문을 한 것이 용의 비늘을 거슬려 갑자기 해임됐다. 물론 엘리제 궁에서는 그런 사실을 부인한다.

2008년 1월8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엘리제궁에 800명의 기자들을 초청해서 기자회견을 갖는다. 그는 이 자리에서 단도직입적으로 "2008년에는 공영방송에서 문화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선언한다. 그리고 공영방송을 개혁하려면 상업적인 기준으로 방송을 제작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한 마디로 공여방송에서 광고를 완전히 폐지하겠다는 것이었다. 영국의 BBC 처럼 시청료만으로 공영방송을 운영해야 방송이 시청률에 좌우되지 않는 독립적인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원칙적으로 옳은 지적이었다. 문제는 공영방송의 광고 폐지 요구가 이미 1년여 전에 민영 TF1에서 작성한 백서에서 제기됐었다는 사실이다. TF1의 부이그 사장은 사르코지가 "그는 나의 그냥 친구가 아니라 가장 가까운 친구"라고 말할 정도로 두 사람 사이가 아주 특별한 관계라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저자들은 사르코지가 내세운 공영방송 광고의 전면 폐지론의 그럴듯한 명분은 광고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신의 친구 방송을 돕기 위한 연막작전에 불과했다고 저자들은 폭로하고 있다. 사르코지는 텔레비전을 장악하기 위해서 공영방송 사장도 방송위원회에서 임명하던 것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법을 고쳐 위헌 여부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의 텔레비전 장악 시도는 그치지 않고 있다. MB와 아주 닮았다는 인상을 준다.

결국 "부자들의 대통령"은 공익보다는 자기를 도운 부자 친구들을 위해 권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이런 행동은 민주주의를 타락시키는 것이며 주권자인 국민과의 계약을 위반하는 것이므로 국민들이 나서서 막아야 한다는 것이 <부자들의 대통령> 저자들의 메시지이다. 유감스럽게도 사르코지가 지금까지의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부자들의 대통령>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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