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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기업의 울타리를 넘어 도약하는 노동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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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기업의 울타리를 넘어 도약하는 노동운동

[해설] 금속연맹의 산별노조 전환이 지닌 의미

금속연맹 산하의 주요 단위노조들이 '산별노조 전환' 여부를 묻기 위해 실시한 조합원 투표에서 산별전환 안이 가결됐다. 이에 따라 기존의 금속연맹은 올해 안으로 해체되고, 이와 동시에 '(가칭)금속산업노조'가 출범하게 된다. '금속산업노조'가 어떤 모양새가 될지는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힘들다. 산별노조라고 하더라도 다양한 형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업별 노조와는 전혀 다른 조직구조와 운영원리
  
  그러나 어떤 형태의 산별노조가 되든 간에 기본적인 방향은 정해져 있다. '금속산업노조'도 여타 산별노조의 일반적이고 핵심적인 특징을 가질 수밖에 없다. 산별노조의 일반적 특징은 조직구성과 운영원리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이는 이미 산별체제로 전환해 세 차례나 산별교섭을 진행한 보건의료노조의 조직구성과 교섭형태를 보면 대강의 윤곽은 드러난다. 보건의료노조는 중앙조직 산하에 기존의 기업별 노조가 지부·지회·분회 형태로 소속돼 있다. 앞으로 구체화될 '금속산업노조'의 조직구성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이같은 조직구성은 기업별 노조와는 전혀 다른 운영원리를 수반한다. 핵심은 산별노조의 지부나 지회, 분회가 개별적인 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일반적으로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권한은 산별노조 중앙에 집중된다. 이는 기업별 노조에서 개별 조합원이 교섭권·단체행동권을 갖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파업, 더 강해지나 더 신중해질 듯
  
  물론 개별 지부·지회·분회 등 산별노조 산하 조직들도 개별적으로 교섭이나 파업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여기에 전제조건이 붙는다. 산별노조 중앙의 결정이 있어야 한다. 산별 중앙의 '허락' 없이는 개별 지부나 지회, 분회 등은 독자적인 교섭과 파업을 전개할 수 없다. 즉 개별 지부나 지회 등이 파업하는 경우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는 셈이다. 실제 산별노조인 보건의료노조에서 개별 지부가 파업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산별노조의 파업은 해당산업 전체가 동시에 멈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파급력은 기업별 노조의 파업에 비할 바가 아니다. 파급력이 큰 만큼 노조의 파업도 한층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기업별 노조 하에서 빈번하게 목격됐던, 사용자에 대한 압박카드로서의 파업은 산별노조 체제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된다.
  
  산별노조가 되면 파업이 증가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이러한 산별노조의 조직구성과 운영원리에 대한 무지에 기반한 '기우'라고밖에 볼 수 없다.
  
  '노사담합' 깰 수 있는 계기 될 수도
  
  또한 산별노조로 전환되면 노조의 비리가 상당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노조의 비리는 일부 노조 간부의 부도덕성 탓도 있지만 기업별 노조 체제 아래서 고착화된 노사담합의 결과물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었다.
  
  최근 검찰 발표로 드러난 쌍용차 노조의 비리는 이러한 점을 명확하게 보여줬다. 사내 위탁급식업체 선정과정에서 노조 핵심 간부가 급식업체로부터 수억 원을 받아 챙긴 이 사건은 기업별 노조 체제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전형적인 비리 유형이라는 지적이 많다.
  
  즉 사측은 노조를 회유하기 위한 수단으로 노조에 이권을 주고 노조의 웬만한 전횡에 대해 눈감아 주는 대신, 노조는 이권을 받은 대가로 각종 노사협상에서 협조주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노사 담합' 구조가 이번 비리를 낳았다는 것이다.
  
  더구나 기업별 노조 체제에서는 상급단체는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상급단체가 산하 조직을 지휘·감독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단위노조에서 저질러지는 비리의 사전적발이 사실상 봉쇄돼 있다. 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상급단체에서 '진상조사', '내부개혁'을 약속했지만 이행되지 않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이번 쌍용차 노조 비리 문제도 상급단체인 금속산업연맹에서 검찰 발표 이전에 인지해 진상조사를 진행하려 했지만 "단위노조 문제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밀려 이런 시도는 흐지부지됐다. 자신들의 문제이면서도 '검찰 발표'가 나올 때까지 '눈 뜬 장님'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산별노조는 다르다. 노동계에서는 산별노조 전환이 기업별 노조 체제 아래 형성된 노사담합 구조를 상당부분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기대는 산별노조 중앙이 조합원과 지회·지부 간부들에 대한 징계권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산하 조직 내의 비리 사실이 인지될 경우 산별노조 중앙이 나설 수 있다.
  
  '대기업 노조 이기주의를 넘어, 산업 공동의 문제를 바라본다'
  
  산별노조가 여러 가지 장점들을 갖고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산별노조가 주목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정규직 문제나 제조업 공동화 등 기업 울타리를 뛰어넘는 사안에 대한 논의가 산별노조 체제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간 기업별 노조 체제에서는 단위 노조 조합원의 실리적인 요구에 밀려 산업 공동의 문제는 매번 뒷 자리로 밀려났다. 이는 대기업 노조 이기주의란 말이 나오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금속연맹의 전재환 위원장은 "기업 내부만 바라보지 않고 산업별 의제를 조합원에게 제시하면서 전체 운동, 전체 계급에 대한 사고를 정리할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산별노조는 희망"이라며 "노조가 이기주의 집단이라는 억울한 누명은 산별노조의 활동이 가시화되면서 벗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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