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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목줄' 앵커에게 '가장 비굴한 기자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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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목줄' 앵커에게 '가장 비굴한 기자상'을!

[장행훈의 광야의 외침]<14>프랑스에서 '공영방송'을 가르치는 법

"가장 비굴한 기자상(賞)"

지난 7월 프랑스에서는 "가장 비굴한 기자상(賞)" 문제가 한 때 논쟁의 대상이 됐다가 지금은 잠잠해졌다. 공영방송 '프랑스 2(France 2)' 저녁 뉴스의 앵커가 명예롭지 못한 상의 수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에 큰 화제가 될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러나 동업자 의식에서인지 아니면 문제가 확산되는 것이 언론의 신뢰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인지 주류 뉴스매체에서 전혀 다루지 않아 언론 내부의 '국지전'으로 끝난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공영방송의 대표적인 앵커가 언론비판 매체(Plan B)로부터 명예롭지 못한 '가장 비굴한 기자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사실은 이 상이 촉발한 논쟁이 한 때의 해프닝으로 잊혀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의미를 둘러싼 논의가 언젠가 다시 불거질 것이다.

상이란 것이 원래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을 돋보이게 해서 많은 사람이 수상자와 같은 좋은 일을 하도록 권장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사회적 제도라면 같은 논리로 사회에서 비판받을 일을 하는 기피 인물을 돋보이게 해서 다른 사람들이 그와 같은 행동을 하지 않도록 경고하는 것도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관점에서 당사자의 명예 문제가 제기될 수는 있겠지만 '가장 비굴한 기자상'의 존재 이유 자체를 배척하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 이 같은 '상'이 민주주의의 기초인 언론자유 신장에 기여할 수 있다면 더욱 그렇다.

"사르코지의 마이크 들러리였나"

공영방송 프랑스2의 저녁 8시 뉴스(한국의 9시 뉴스) 앵커인 다비드 퓌자다(David Pujada)는 지난 7월 12일 사르코지 대통령과 엘리제 궁에서 단독 인터뷰를 가진 것이 문제가 됐다. 사르코지의 불법 정치자금 혐의에 국민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던 때라 시청률 은 29% 포인트, 660만 명이 시청한 인터뷰였다. 퓌자다는 대통령과의 인터뷰가 "거리낌 없이 진행됐고 두 세 차례 서로 부딪치기도 했으며 위축되지 않은 자유로운 회견으로 형식과 내용에서 성공한 것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일부 사내 노조는 퓌자다기 인터뷰라면서 대통령에게 말할 기회만 주고 사르코지가 사실과 다른 생판 거짓말을 하는데도 전혀 반박하지 방관했다고 비판했다. 기자로서 권력 앞에 너무 저자세였다는 비판이다.

텔레비전 비판 프로그램인 <화면 정지(arret sur image)>의 인터넷 사이트는 사르코지의 인터뷰와 바로 얼마 전에 있었던 사회당 제1서기 마르틴 오브리(Martine Aubry)와의 회견을 비교하면서 "오브리와의 회견에서는 질문에서 기대한 답변이 안 나오면 정확한 답변을 끈질기게 따지고 분위기가 딱딱했다. 그런데 사르코지의 외견에서 퓌자다의 어조는 전혀 달랐다. 그 는 말씨가 부드러워지고 호의적이고 특히 사르코지는 그가 원하는 대로 화제를 끌고 나가도 제지하지 않았다"고 비꼬았다.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있는 미디어 비평단체라고 할 수 있는 아크리메드(Acrimed)는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보다 문제의 핵심은 누가 누구를 초청한 것이냐의 문제라고 했다. 퓌자다가 그가 묻고 싶은 문제를 질문하기 위해 그의 뉴스 프로그램에 사르코지 대통령을 초청한 것인지 아니면 사르코지가 (2010년 7월 12일의 경우처럼) 그의 마이크 들러리로 다비드 퓌자다를 엘리제 궁에 초청한 것이냐를 분명히 한 다음 문제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퓌자다가 엘리제 궁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을 인터뷰했지만 그가 사르코지의 초청객으로 그 곳에 간 것이 아니고 기자로서 질문하기 위해 간 것이라면 그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결국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 '가장 비굴한 기자상'을 수상한 공영방송 '프랑스2' 앵커 다비드 퓌자다. ⓒ프랑스2

'가장 비굴한 기자상', 상패는 '황금 목줄'

미디어 비평 잡지 '플랑 베(Plan B)'는 미디어 비평과 사회문제 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격 월간지이다. 경영이 어려워 지난 4월30일 스스로 정간했지만 비평활동은 계속하고 있다. Plan B는 언론이 돈과 권력에 아첨하는 것을 고발하기 위해 얼마 전 '가장 비굴한 기자상'이란 것을 고안했다. 상으로 주는 '황금 목줄'은 끌고 다니는 개의 목에 두르는 목줄이다. 돈과 권력에 끌려 다니는 언론인을 상징하기 위해 착안한 상이다. Plan B가 퓌자다에게 '항금 목줄'로 된 '가장 비굴한 기자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한 것은 퓌자다의 사르코지 회견이 문제가 되기 2주 전인 6월 30일이었다. 공교롭게도 퓌자다의 사르코지 회견 논란을 예견하고 미리 수상자를 결정한 것 같았다. 퓌자다의 사르코지 회견으로 '가장 비굴한 기자상' 수상자 결정이 옳았음이 입증된 셈이 됐다.

Plan B가 퓌자다의 사르코지 인터부가 말썽이 되기 이전 퓌지다에게 '가장 비굴한 기자상'을 결정한 이유는 그의 유로(euro)화에 대한 사랑(월급 1만 2000 유로=3000만 원), 그의 노조 증오, 언론이 하층민 문제를 너무 부각시킨다고 규탄하는 태도에서 볼 수 있는 그의 친 부자, 친 권력 사고, 여기에 사르코지에 대한 저자세가 포함된다. '가장 비굴한 가지상' 시상자들은 퓌자다가 일하는 프랑스 텔레비전 건물 입구에서 '황금 목줄'과 구두에 광을 내는 구두약 한 통과 구두솔이 든 상자을 들고 대기하고 있다가 퇴근하는 그에게 목줄을 걸어주었다. 그가 타고 다니는 스쿠터에는 지워지지 않는 노란 페인트를 칠했다. 퓌자다에게 목줄을 걸어주려는 '시상' 과정에서 약간의 승강이가 있었다. 그러나 <Acrimed>는 폭력은 없었다고 했다.

공영방송의 '저자세'를 바로잡기 위한 자극제

Plan B의 행동에 대해서 공영 프랑스 2 방송은 7월6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 같은 행동을 '경멸할' 망동이라고 비난하고 퓌자다에 대한 이 같은 행동은 공영방송 보도국 전체의 작업에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 밖에 몇몇 방송 인터넷과 블로거들도 Plan B의 행동을 비판했다. 확실히 Plan B의 행동은 그 자체로서는 아무도 잘한 짓이라고 옹호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고 이러한 비판이 프랑스 공영방송이 권력 앞에서 드러내고 있다는 '저자세'를 바로잡기 위해서 어떤 자극이 있어야겠다는 주장까지 무조건 부인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런 환경에서 '가장 비굴한 기자상' 아이디어는 기자들에게 자신의 사명을 되돌아보게 하는 하나의 처방으로 창안됐다고 보인다. '가장 비굴한 기자상'을 남용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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