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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판 <폭스뉴스>의 창설은 불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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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판 <폭스뉴스>의 창설은 불가능한가

[장행훈의 광야의 외침] 전향한 보수 언론인이 고발하는 우익 언론

지난 두 달 동안 언론 사학자와 '우익 언론 개척자'의 저서를 통해 미국 보수 우익 언론의 두 얼굴을 살펴보았다. 이제 세 번째이자 마지막 시리즈로 보수 언론매체에서 10여 년간 활동한 후 1997년 우익과 결별한 보수 언론인 데이비드 브록(David Brock)의 고발을 통해 가면에 가려졌던 보수 언론의 추한 진면목을 들여다볼까 한다.

이미 2002년 <우익에 눈 먼 미국-어느 보수주의자의 고백> (원제 : Blinded by the right)을 통해 미국 우익의 비민주적인 추태를 폭로한 바 있는 데이비드 브록은 몇 년 후 <공화당의 소음 기계-우익 미디어의 정체와 그것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부패시키고 있는가> (the Republican Noise Machine: right-wing media and how it corrupts democracy)라는 책을 통해 미국 언론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우익 미디어가 어떻게 언론을 이용해서 미국의 민주주의를 부패시키고 있는지 상세한 사례들을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 데이비드 브록(David Brock)의 책 <공화당의 소음 기계-우익 미디어의 정체와 그것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부패시키고 있는가>.
우리가 미국 보수 언론의 탈선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단순히 비정상적인 언론 형태에 호기심을 느껴서가 아니다. 브록이 체험을 통해 보고 느낀 것처럼 미국의 보수 미디어는 미국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위험한 탈선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보수 미디어는 언론의 이름을 내걸고 미디어를 정치권력과 대자본의 시녀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사실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민주 선진국 미국의 언론이라고 해서 잘못 모방하는 일이 없도록 예방하기 위해서 그렇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의 보수언론은 미국 보수언론과 닮은 점이 너무 많아 보인다. 한국 민주주의의 앞날을 걱정하게 하는 요인이고 미국 보수 미디어에 각별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이 글의 첫 회에서는 브록이 우익 미디어를 고발하게 된 동기와 우익 언론의 탈선 실태를 개관하고 그 후 2회에 나누어 보수 미디어 특히 보수 방송매체와 인터넷이 어떻게 언론의 정도를 무시하고 우익세력과 공화당의 선전도구로 이용되고 있는지 실례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문제는 언론이야 바보야!"

민주당의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상하 양원을 민주당이 장악한 2008년 이후 상황은 좀 달라졌지만 그 이전에는 클린턴의 8년 집권기간을 제외하면 레이건 이후 30년 가까이 공화당이 백악관과 상하 양원을 내리 장악했다. 보수의 황금기였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공화당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정치권력을 차지하고 사회를 보수화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러한 의문에 대해서 브록은 "문제는 언론이야 바보야!"라고 대답했다. 다시 말하면 보수 우익이 언론을 지배하게 된 것이 모든 변화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우익 싱크탱크 맨허튼 연구소가 발행하는 계간지 <시티저널> 선임편집인 브라이언 앤더슨은 우익 웹 OpinionJournal.com에서 보수주의자들에게 "우리는 더 이상 패배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고 <유에스 뉴스 & 월드 리포트>의 존 레오 역시 신디케이트 칼럼에서 "이제 좌파가 대적할 수 없는 다수 논객들의 등장과 <폭스뉴스> 채널 같은 뉴미디어를 보수가 갖게 돼 문화전쟁에서 판세가 바뀌었다"고 호언했다. <폭스뉴스> 채널의 토크쇼 진행자 빌 오레일리(Bill O'Reilly)도 "수 십 년간 리버럴이 TV뉴스의 어젠다를 지배했지만 이제 그건 끝났다"고 단언했다.

공화당의 '메아리 방' 역할 톡톡히 하는 '보수 미디어'

브록은 보수 미디어를 '공화당의 소음 기계'라고 폄하하고 있다. 공화당과 미디어와의 관계가 우리가 아는 독립 미디어와 정당과의 관계가 아니라 미디어가 정당의 선전도구로 전락해서 당의 지침을 전파 확산하는 '메아리 방'(echo chamber)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 전국위원회에서 어떤 주요 문제가 토의되면 그 내용이 보수 미디어에 전달되고 매트 드러지(Matt Drudge) 같은 이들이 인터넷에 올리고 문선명 신문인 <워싱턴 타임즈>가 이것을 보도하는 것은 물론 보수 토크 라디오 네트워크나 뉴스 TV채널이 이것을 받아 전국에 확대 재생산한다. 24시간 내에 전 보수 미디어를 통해 전국에 전파된다. 주류 미디어가 이런 뉴스를 따라 보도해 주지 않으면 '시대정신이 담긴' 중요한 뉴스를 모른 척 한다고 보도해 줄 것을 압박한다. 뉴스가 보도되면 수백 명에 이르는 보수 칼럼니스트들이 공화당의 노선에 맞게 해설을 써 올린다. 공화당에 유리한 정보는 크게 소개하고 불리한 것은 눈을 감거나 입을 닫는다.

러시 림보(Rush LImbaugh)나 빌 오레일리 같은 일급 토크쇼 진행자의 방송은 전국의 보수 라디오 네트워크와 TV 토크쇼 채널이 그것을 중계하는 '메아리 방' 역할을 한다. 림보나 오레일리의 모방자들이 전국에 수 백 명에 깔려있다. 그래서 러시 림보의 방송을 제1뉴스원(源)으로 삼고 있다는 사람이 미국인의 22%에 이른다. 토크 라디오나 케이블 뉴스 채널이 정보원으로서 신문을 훨씬 능가한다. 보수 세력에 유리한 이 같은 미디어 문화의 변화를 우익 논객 클레그 셜리(Craig Shirley)는 <워싱턴 타임즈> 의견란 기고에서 "새 미디어가 기성 미디어를 눌른 것"이라고 흐뭇해했다. 인터넷의 영향도 크다. 클린턴의 루윈스키 스캔들을 맨 먼저 터트려 대박을 터트린 매트 드러지도 MSNBC 토크쇼에 출연해서 "제2의 미디어 세기가 시작됐다"고 선포하면서 이제 미디어 주도권은 인터넷과 토크라디오가 잡고 있다고 큰 소리쳤다.

"남에게는 객관적이지 않다고 비난하고 자신은 주관적으로 행동하라"

브록은 공화당의 보수 미디어가 사실을 왜곡하고 날조해서 여론을 오도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막강한 권력이 돼 보수에 반대하는 의견은 발표하기 어렵게 위압한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우익 미디어 권력의 견제가 없는 한 오늘날 미국에서 어떤 문제도 제대로 토의될 수 없으며 어떤 선거도 공정하게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자본이 우익 미디어를 집중 소유해서 여론의 다양성이 확보돼 있다고 말할 수 없게 됐다며 그런 면에서 수정 헌법 제1조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특히 우익 미디어가 사실은 정확하게 보도하고 기사는 객관적이고 균형 잡혀야 한다고 요구하는 언론윤리를 무시하면서 리버럴 미디어의 '편파'(bias)성을 보수미디어 구축의 명분으로 들고 나왔지만 뉴스 보도에 있어서 리버럴 미디어의 편견을 구체적으로 증명한 일은 한 번도 없다고 반박한다.

브록은 우익 미디어가 언론윤리를 무시하는 구체적인 예로 머독의 대표적인 네오콘 주간지 <위클리 스탠다드(Weekly Standard)>의 젊은 작가 매트 라배쉬(Matt Labash)가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와 가진 인터뷰 내용을 소개했다. <컬럼비아 리뷰>가 "<위클리 스탠다드>, <폭스뉴스> 채널 같은 보수 미디어가 왜 최근 수년 간 인기를 얻게 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담하는 과정에서 라배쉬는 보수주의자들은 그들이 '리버럴 미디어'에게 요구하는 공정성이나 정확성 불편부당한 보도 기준을 자기들의 매체에는 요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보수언론의 위선 행위를 시인한 셈이다. 라배쉬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보수 미디어)은 분노를 (독자의 )먹이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리버럴 미디어에 고통을 안겨준다. (… )보수 미디어는 리버럴 미디어가 객관적이지 않다고 조인트를 까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매체에게는 객관적이 아닌 것이 더 이익이 된다는 것을 안다. (…) 케이크를 손에 쥐고 있으면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좋은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객관적이지 않다고 비난하라. 그러나 자기 자신은 원하는 만큼 주관적으로 행동하라. 이건 수지맞는 협박이다."

브록은 라배쉬가 말한 '수지맞는 협박'이 보수 언론의 2중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우익 미디어는 소비자를 희생물로 삼는 대대적인 사기라고 규탄한다. 그리고 미디어를 다 잘 알아야 하고 어쩌면 더 잘 알고 있을 미디어 당국의 묵인으로 더 폭 넓은 정치대화가 저해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진보의 헤리티지 재단, 진보의 폭스 뉴스 창설은 불가능한가

브록이 앞에서 언급한대로 언론윤리를 무시하고 정치선전 도구화된 보수 언론이 언론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방치하면 정상적인 민주토론이나 정상적인 선거 결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에서 보수언론의 독주와 대기업의 미디어 독과점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여론의 다양화가 실현될 수 있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의 조성을 요구하는 언론개혁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머독 같은 거대 언론기업 사주의 국회의원 로비 활동으로 정치자금에 약한 정치인들은 민주, 공화를 가릴 것 없이 대기업의 언론장악을 축소하는 언론개혁 입법에 쉽게 합의하지 못한다. 따라서 진보도 보수처럼 진보 헤리티지나 진보 폭스 같은 '진보' 미디어 또는 진보미디어 재단을 만들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행히 인터넷 분야는 진보도 보수에 맞설만한 인프라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토크 라디오나 케이블 뉴스 채널은 자금이 만만치 않아 그 실현이 구체화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탈선 보수 미디어에 대응하는 근본적인 대책은 언론윤리를 지키지 않는 미디어 구축에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의 본분에 충실한 미디어를 보수 진보 양측이 균등하게 소유해서 건전한 토론과 여론 형성이 가능한 환경을 국가 정책적으로 조성하는 것이 훨씬 민주적이고 비용도 들지 않는 최선의 길 같다는 생각이다.

다음 회에서는 보수의 토크라디오와 케이블 뉴스 채널 인터텟의 탈선 사례 소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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