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이 '정당득표 12%(210만 표)에 광역의원 15명, 기초의원 66명 당선'이라는 5.31 지방선거 최종성적표를 받았다.
민노당은 '15%, 300만 표, 울산 기초자치단체 수성'이라는 당초 목표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전국적으로 10%를 상회하는 고른 지지를 확인했다는 점을 들어 '승리했다고 말할 순 없지만 패배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문성현 "심기일전해야…대선에선 일정한 영향력 가질 것"
자신이 경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던 문성현 대표는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목표에 미치지 못해 매우 아쉽다"면서 "민노당에 대해서도 국민의 요구를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한 데 대한 질책이 있었는데 겸허히 받아들이고 심기일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표는 "어려운 조건 속에서 지난 총선에서 얻은 당 지지도를 유지해 정치적 위상을 굳건히 한 것은 소중한 성과"라며 "당과 당의 후보가 10%대의 득표력을 가지게 되었으므로 민노당은 대선에 일정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내놨다.
문 대표의 모두발언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한나라당 초강세 현상이 아니었으면 좀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장단점을 명확히 분석해야 한다"는 평가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신자유주의에 고통 받는 국민이 왜 한나라당 찍는지 고민해야"
민노당은 12%의 득표에도 불구하고 전체 지방의원 3641명(기초 2888명, 광역 753명) 가운데 81명(2.3%)밖에 당선시키지 못한 것은 일차적으로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정한 중대선거구를 각 광역의회가 쪼갠 '기득권 지키기' 탓이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민노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기초단체장 전원 낙선을 비롯한 여러 문제점이 있지만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확인 한 것을 성과로 꼽을 수 있지 않겠냐"면서 "20% 득표, 300명 공직자 배출은 당이 갖고 있는 실력에 비해 너무 과도한 목표였다"고 말했다.
이 당직자는 "약세 지역이던 제주나 전북에서 당 득표율이 20% 가까이 나오고 경남에서도 우리당을 불과 0.1% 차이로 따라잡은 것도 의미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노당 내 의견그룹 '전진' 소속의 한 당원은 "지난 총선에서 얻은 13.5% 득표는 탄핵 덕도 있어서 명확한 실력이라 볼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12%라는 수치가 크게 나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국민들이 왜 진보정당이 아니라 한나라당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평가와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선거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던 이 당원은 "탄핵 이후 보수정치권에 대한 심판 바람이 우리에게 반사이익을 남긴 반면 노무현 정권 심판 바람은 고스란히 한나라당으로 넘어갔고 민주당이 일부 반사이익을 봤다"면서 "이는 아직도 국민들 사이에서는 민노당과 우리당이 크게 봐서 한 묶음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이 당원은 "그 고리를 어떻게 끊어내느냐가 가장 큰 과제"라고 덧붙였다.
심상정 "서민경제에 대한 구체적 대안과 비전 제시해야"
민노당은 2일부터 3일까지 중앙당 당직자 평가 수련회를 통해 이번 선거의 명암을 정리할 예정이다. 김선동 사무총장은 "수련회 결과를 바탕으로 5일 최고위원회를 열고 또 8, 9일에는 의원단-최고위원단 워크샵을 열어 선거결과를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결과를 한 마디로 정리해달라는 주문에 김 총장은 "2002년 지방선거에 비해선 향상된 결과지만 단적으로 말하면 '현상유지에 그쳤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답했다.
심상정 원내부대표는 "이번 선거에 대해 여러 가지 평가들이 난무하지만 결국 경제가 문제였다"면서 "양극화 문제로 고통 받는 서민들이 '개발독재시대가 차라리 나았다'고 한나라당을 찍어준 것"이라고 풀이했다.
심 부대표는 "개인적 생각이지만 우리당과 겹치는 개혁 성향의 유권자를 첫 타겟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서민층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며 "지난 총선 때까지만 해도 슬로건만 들어도 효과가 있었지만 이제는 서민경제에 대한 대안, 나아가 구체적 비전을 제시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심 부대표는 "사실 우리도 선거운동 능력은 보수정당 뺨칠 만하다. TV 토론 못하는 민노당 후보가 있더냐"며 "이번 선거를 통해 얻은 교훈은 서민경제에 대한 구체적 고민과 대안 마련이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심 부대표는 "2일 의원총회에서 하반기 원구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인데 대권후보로 거명되는 사람들이 원내대표단을 맡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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