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의 5.31 지방선거 목표는 '전국 300만 표 득표, 지방의원 300명 당선'이다. 한나라당의 고공행진 속에서 여권의 악재 등에 힘입어 득표율 15%도 달성, 전국정당으로서의 면모를 확인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민노당은 지방선거에서 이런 목표치가 달성되면 대선후보군을 조기에 가시화시켜 17대 대선에서도 '진보·개혁세력의 대표주자'로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방침이다.
"지지율 두 자리로 안착…전국정당 면모 과시"
천영세 원내대표는 최근 "6.13 지방선거 직전에 우리 지지율은 2~3%대에 불과했고 4.15 총선 직전에도 4~5% 대에 불과했었다"면서 "우리도 꽤나 숨은 표가 많고 여론조사에는 무응답, 부동층이 있지만 본선에서는 무응답이 없다. 전국 득표 15%는 문제가 없다"고 장담했다. 천 대표는 "20%까지 욕심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노당의 한 핵심당직자도 "비정규직 법안, 한미 FTA 같은 사안에서 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이나 다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드러났고 우리도 그 사안들을 뒤집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다르다'는 것은 각인시켰고 그 '다름'이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같은 민노당의 낙관은 기존 강세지역이던 울산, 경남, 부산 등 영남진보벨트를 넘어 인천, 광주에서까지 나타나고 있는 지지율 상승 현상에 힘입고 있다.
이에 따라 천 대표는 "현재 전국에서 264명의 각급 후보가 당선권에 진입했고 최종적으로 300명 당선이 무난하다"고 말했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264명이라는 수치는 사실 경합지역까지 포함한 것인데 그래도 200명 선은 무난하지 않겠냐"고 '현실적 목표'를 귀띔했다.
어쨋거나 구청장 2명을 포함해 45명의 후보를 당선시켰던 지난 2002년 선거에 비하면 4배를 훌쩍 뛰어넘는 약진인 셈이다.
또한 민노당은 "정당 지지율만 봐도 울산, 부산, 대구에서는 이미 2등 자리를 굳혔고 인천, 전북, 경북, 경남에서도 오차범위 내에서 2등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며 "호남지역에서는 한나라당을 꺾고 영남지역에서는 우리당을 꺾고 명실상부한 두 번째 정당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호언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자연스럽게 전국 16개 광역의회 모두에 민노당 인사들이 진출하게 되고, 이것이야말로 현존하는 정당들 가운데 민노당을 '유일한 전국정당'으로 자기매김하게 될 것이라는 게 자타가 인정하는 대목이다.
단체장, 5곳은 고사하고 있는 자리도 뺐길 판…비상등 켜진 울산
이렇게 비약적인 득표율 상승에 따른 지방의원 대거 당선과 전국정당화라는 부푼 꿈을 꾸고 있는 민노당의 아킬레스건은 단체장 선거다. 특히 진보정치 1번지라는 울산에서는 최초의 광역단체장 배출은 고사하고 민노당이 장악한 동구, 북구 구청장 자리마저 내줄 위험에 처해 있다.
현재 노옥희 울산시장 후보의 지지율은 민노당 자체조사로도 20% 선에서 그치고 있다. 한나라당 간판으로 재선에 도전하는 박맹우 현 시장은 노 후보를 3~4배 차이로 따돌리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위치한 북구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구속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현대자동차 직원, 협력업체 직원, 주변 상인 등 울산북구에서만 12만 명이 정몽구 회장 석방 탄원서에 서명했을 정도고 이 위기감이 한나라당 강세현상으로 이어진다는 것.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동구 역시 비정규직노동자 탄압을 방관했다는 이유로 민주노총 금속연맹에서 제명당한 현대중공업 노조가 '노사협력'을 강조하면서 '反민노당 정서'가 강해졌다. 현재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이 밀어주고 있다"고 강조하는 무소속 후보가 민노당 후보를 따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민노당은 "울산 북구, 동구는 막판 뒤집기가 가능할 것이고 인천 부평, 성남, 대전 유성 등에서도 당선을 바라볼만 하다"는 '공식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긴 하지만 당내에서조차 '사실상 한 곳도 건지기 힘들지 않냐'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당초 민노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울산에서는 최초의 광역단체장을, 울산 외에 다른 지역에서도 기초단체장을 배출해 '반대만 하는 정당이 아니라 집권 능력을 갖춘 대안정당'으로 자리매김해 수권능력을 키우는 동시에 진보적 지방자치가 무엇인지 국민들에게 보여 주겠다"고 자신했었다.
결국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지만 3기 단체장, 4기 지방의원이 배출되는 31일 선거에서 민노당이 2002년에 비해 '약진'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광역단체장 1곳, 기초단체장 5곳' 당선이라는 또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는 사실상 힘들어 보인다. 심지어 기초단체장을 한 곳도 배출하지 못해 단체장 숫자로는 국민중심당에게까지 밀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