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69년 반전과 평화의 기치를 걸고 개최됐던 우드스탁 페스티벌의 프로모터였던 아티 콘펠드(Artie Kornfeld, 67세)가 직접 내한해 서울 청담동 르 뉘 블랑쉬에서 가진 1일 기자회견은 진지한 문답과 달리 기대를 밑도는 라인업 발표로 우려를 짙게 했다. 당초 국내팬들 사이에서는 "초호화 라인업이 한국을 찾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었다.
▲아티 콘펠드. ⓒ프레시안(김봉규) |
도어스 전 멤버 참여키로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티 콘펠드는 라인업을 직접 발표하지 않았다. 대신 진행자가 라인업을 밝혔다.
1차 라인업은 도어스의 키보디스트였던 레이 만자렉(Ray Manzarek)과 기타리스트 로비 크리거(Robby Krieger)를 포함해 90년대 초반 인기 LA메틀 밴드였던 스키드 로(Skid Row), 80년대 일본 헤비메틀의 미국 진출을 이끌었던 라우드니스(Loudness), 90년대 일렉트로닉 음악신 발흥의 주역이었던 엉클(UNKLE)이 포함됐다.
이 외에도 일렉트로니카 밴드 사프리 듀오(Safri Duo), 일본 리듬앤블루스(R&B) 그룹 스쿠프 앤 섬바디(Skoop on somebody), 영 블러즈(Young Bloods), 노바디 리브스 포에버(Nobody Lives Forever), 에디 할리웰(Eddie Halliwell), 페이튼(Peyton), 보비나(Bobina)가 페스티벌에 참여키로 했다.
뛰어난 역량의 음악인들이 포함됐지만, 상당수 밴드가 국내 록 팬들에게는 생소한 그룹이라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핵심 멤버였던 짐 모리슨이 없는 도어스, 세바스찬 바하가 없는 스키드 로를 보기 위해 팬들이 적극적으로 티켓을 구입할지도 의문이다.
더군다나 이 페스티벌 바로 전에 열리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7월 23일~7월 25일),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7월 30일~8월 1일)이 국내 양대 음악 페스티벌로 굳건히 자리를 잡은데다 참여하는 뮤지션들의 인지도도 높다는 점 또한 문제다.
아티 콘펠드는 라인업 선정 과정에 대해 "아직 현재 라인업에 대해 잘 모른다. 라인업 선정은 에이전시가 했다"며 "오리지널 우드스탁에서도 그와 같은 방식으로 라인업을 짰다"고 말했다. 관심을 모았던 '가왕' 조용필 씨의 출연 여부에 대해 그는 "조용필 씨가 페스티벌의 의미에 관심이 있다면 출연하겠지만 내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참석한 기자들이 연달아 흥행이 어려울 것 같다는 의문을 보이자 "앞으로 프로모션이 점차 커지면서 내 친구들이 함께 참여하리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주최측은 "조만간 2차 라인업에서 헤드라이너급 밴드를 포함해 5팀을 추가로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콘펠드 "평화 위한 콘서트 주최가 내 신념"
아티 콘펠드는 이번 페스티벌의 의미를 라인업에 두지 말고 옛날 '우드스탁 정신'에 두라고 주문했다.
그는 "오리지널 우드스탁도 당시 스타 뮤지션은 세 팀밖에 없었다"며 "나머지는 무명 상태에서 출연했다가 우드스탁을 계기로 스타가 됐다"고 말했다. 당시 페스티벌 출연으로 대스타가 된 산타나(Santana) 등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콘펠드는 "전쟁에 반대하는 것은 내 신념"이라며 "한국의 비무장지대(DMZ)에서 평화를 위한 콘서트를 주최해 진정 평화에 관심있는 이들이 참여하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호화 뮤지션들을 대동해 상업적인 콘서트를 열기보단 1969년 뉴욕주 베델 평원에서 열렸던 우드스탁 페스티벌 당시의 시대정신인 '반전과 평화'에 더 주목해달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번 페스티벌의 후원자가 국방부라 '반전'을 메시지로 하는 페스티벌과는 맞지 않아 보인다. 장소의 특성 때문에 국방부의 협조가 필요했다손 하지만 추가 설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콘펠드는 당시 우드스탁 페스티벌의 주최자이자 이후 우드스탁 벤처스(Woodstock Ventures)를 만들어 관련 사업을 하는 존 로버츠, 조엘 로젠먼, 마이클 랭 등 옛 동료들을 두고 "과거 내 파트너들은 상업적인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며 "나는 그들과 달리 비상업적으로 우드스탁 정신을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과거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이러한 의미를 둔 것은 맞다. 그러나 사실상 대형음반사들에 의해 록 페스티벌 자체가 거대한 상업 전시터가 된 게 현실인데, 이들을 통하지 않는다면 척박한 국내 음악시장 풍토에서 페스티벌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을 지나치게 간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좋은 의미의 페스티벌이 무관심 때문에 소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한 대형 외국계 음반업체 관계자는 "이 페스티벌과 관련해 주최측에서 뮤지션 섭외를 위한 어떠한 접촉도 없었다"며 "이런 페스티벌은 처음이라 나도 라인업이 궁금할 정도"라고 했다.
국내 음악 시장의 규모가 워낙 작아 새로운 대형 페스티벌을 여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재작년 서머 브리즈 페스티벌은 프로디지(Prodigy) 등 호화 라인업을 발표했음에도 티켓이 팔리지 않아 취소되는 사태를 맞았다.
콘펠드 "트위터 때문에 한국에 와"
▲ ⓒ프레시안(김봉규) |
콘펠드는 "트위터에서 한국인 한 분이 메시지로 이번 콘서트를 물어보길래 답을 했더니, 뒤따라 엄청난 요청이 트위터로 쏟아져 놀랐다"며 "어찌 보면 트위터 때문에 한국에 오게 됐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담이었으나, 국내 음악팬들의 관심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드는 부분이다.
이번 페스티벌의 정식 명칭이 바뀐 점에 대한 질문에 콘펠드는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당초 '우드스탁 코리아'로 알려졌던 이번 페스티벌의 정식 명칭은 '우드스탁69의 아버지인 아티 콘펠드와 DMZ에서 함께 하는 3일 간의 평화(The peace at DMZ with Artie Kornfeld, the father of Woodstock 69)'다.
이와 관련, 업계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우드스탁의 모든 상업적 권한을 쥐고 있는 우드스탁 벤처스가 아티 콘펠드 측에 상표 도용에 대한 법적 소송을 검토했으며, 이 때문에 페스티벌 명칭에 '우드스탁'을 직접 사용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콘펠드는 그러나 "지금 내 파트너들이 진행하는 우드스탁은 변질됐다"며 "나는 소니와 같이 큰 회사와 결탁하지 않고 우드스탁 정신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만 답했다.
콘펠드는 자신의 명성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국내에서 아티 콘펠드는 '우드스탁의 아버지'로 평가된다.
콘펠드는 "다른 페스티벌(펜타포트, 지산밸리)과의 차이는 아티 콘펠드가 있느냐 없느냐는 것"라며 "내가 세계 최고의 프로모터"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페스티벌에는 없는 메시지와 의미가 '우드스탁69의 아버지인 아티 콘펠드와 DMZ에서 함께 하는 3일 간의 평화'에는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페스티벌은 대형 스타 뮤지션이 포함되는 등의 반전이 없다면 지금보다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티 콘펠드가 실질적인 기획자가 아니라 흥행을 위한 일종의 조력자여서 기대만큼 큰 역할을 하기도 어려워보인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는 "재작년에도 DMZ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밥 딜런과 닐 영, 로드 스튜어트 등이 참여하는 플라워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얘기가 있었으나 사실상 해프닝으로 끝났다"며 "과거의 사태가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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