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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미 FTA 반대에 한미 노동계 따로없다"

[인터뷰]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기간에 한미 두 나라 노동계가 벌이게 될 공동투쟁에 주목해 달라고 부탁했다.

허 부위원장은 25일 <프레시안>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미 FTA에 대한 양국 노동계의 공동투쟁 계획을 소개하며 "미국 노동계는 자유무역 확대 정책이 결국 정부와 자본가에게만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미국 노동계가) 한미 FTA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노동계만 한미 FTA에 반대하고 있다는 정부의 여론몰이는 중단돼야 할 것"이라며 "한미 FTA를 비롯한 신자유주의에 대한 입장은 한국 노동계와 미국 노동계 사이에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오는 6월 초로 예정된 한미 FTA 저지 미국 원정시위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 대해 "정부가 오버하고 있다"며 "폭력, 불법 시위는 할 수도, 할 생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허영구 부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한미 FTA의 1, 2차 협상 기간에 한미 노동계 공동투쟁 합의"

프레시안 : '한미 FTA 저지 미국 원정단'의 선발대로 최근 5일 간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다. 미국 노동계로부터 한미 FTA 반대를 위한 공동행동에 나선다는 합의를 끌어낸 것으로 아는데, 구체적인 합의사항은 어떤 것인가?

허영구 부위원장 : 이번 방문은 예상치 못한 성과를 거뒀다고 판단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노동조합 조직인 미국노총산별회의(AFL-CIO)와 승리혁신동맹(Change to Win Coalition)은 한미 FTA에 반대하는 공동행동을 전개하자는 우리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다.
▲ 민주노총 허영구 부위원장 ⓒ프레시안

공동행동은 한미 FTA가 추진되는 기간 내내 이뤄질 것이다. 일단 오는 6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1차 한미 협상과 7월 서울에서 열리는 2차 협상이 공동행동의 수준을 가늠하게 해줄 것이다.

6월 1차 협상 기간 중에 양국 노동자의 공동성명서가 발표될 예정이다. 또한 양국 노총이 한미 FTA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미국 정부에 전달하고, 협상기간 동안 워싱턴에서 공동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7월의 2차 협상 기간에도 비슷한 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 특히 오는 7월로 예정된 민주노총의 한미 FTA 저지 총파업에 AFL-CIO와 승리혁신동맹의 대표단이 참여하기로 했다.

프레시안 : 지난 1994년에 미국, 캐나다, 멕시코 간에 체결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 당시 미국 노동계는 찬성 입장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랬던 미국 노동계가 한미 FTA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허영구 : 미국 노동계는 과거에 '노동자 인권 보호 조항이 FTA 협정문에 포함되면 FTA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 미국의 협상력과 경제력이 강한 만큼 자유무역 활성화가 고용창출이나 임금상승, 복지향상 등 미국 노동자의 이익에 부합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미국 노동계 "현재의 한미 FTA 모델, 받아들일 수 없다"

하지만 미국이 수십 년 동안 계속해 온 자유무역협정 체결 확대 등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의 폐해를 지켜보면서 미국 노동계가 전략을 수정하게 된 것 같다. 현재 미국 노동계는 자유무역 확대로 인해 발생하는 과실이 미국 정부와 미국 기업에만 돌아가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미국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고정환율제를 변동환율제로 바꾼 지난 1970년대 초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30여 년 간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미국 노동자 중 60%의 실질임금이 정체됐다. 또한 실질 최저임금이 30년 전보다 오히려 하락했고, 노동시간도 연간 160시간이나 늘었다. 이처럼 노동조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AFL-CIO의 세아 리(Thea M, Lee) 정책국장은 우리와 만난 자리에서 한미 FTA에 대해 "노동법을 약화시키거나 법 적용을 제한하도록 하며, 시장접근에 따른 혜택을 기업만 누릴 수 있게 할 것"이라며 "현재의 한미 FTA 모델은 받아들일 수 없다(unacceptable)"고 말했다.

프레시안 : 미국 노동계가 한미FTA에 반대한다고 하지만, 산하 조직 모두가 동일한 입장을 갖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허영구 : 맞다. 모든 산하 조직들을 다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한미 FTA에 대한 반대의 정도가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AFL-CIO 산하 조직인 미국자동차연맹(UAW)은 구체적으로 위협을 느끼며 반대하고 있다. 한국의 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마당에 관세까지 철폐될 경우 미국 자동차산업에 고용 축소, 국내(미국) 투자 축소가 일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UAW는 미 의회에 출석해 한미 FTA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달하는 등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 노동계도 한미 FTA에 대해 반대하며, 민주노총과 공동투쟁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프레시안

산하 조직별로 다소 인식편차 존재

승리혁신동맹 산하인 팀스터스(Teamsters)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팀스터스는 우리나라로 치면 화물연대와 비슷한 조직인데, 미국 노동계에 아주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팀스터는 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운임단가 하락 등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판단하고 조직을 정비하고 있다.

반면 공공부문 노조는 다소 긴장감이 떨어져 보였다. 민간부문 노조 조직률은 현재 8%까지 떨어져 있는 반면, 공공부문은 30%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민간부문에 집중됐다는 것을 나타내는데, 그만큼 공공부문은 한미 FTA 등 산자유주의 정책이 가져오는 위험에 대한 인식이 다소 뒤떨어진다. '아직까지 버틸 수 있다'는 생각이 조직 내부에 깔려 있는 것이다. 노조간부들 정도가 교육과 선전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프레시안 : 다음주 주말부터 시작되는 미국 원정시위에 대한 우려가 많다. 최근 5개 부처 장관이 공동담화문을 발표하기도 했고, 미국 현지에서는 불법시위를 진행할 경우 대테러법을 적용한다는 말도 들린다. 원정시위 준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폭력시위? 괜한 걱정말라"

허영구 : 정부가 너무 오버하는 것 같다. 우리는 폭력이나 불법 시위를 전혀 기획하고 있지 않다. 더구나 폭력 시위를 할 만큼의 인원이 가지도 않는다. 민주노총에서 20여 명, 농민단체, 정당인까지 다 포함하면 50명 안팎에 그친다.

또한 원정시위단만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70여개 재미 한인단체가 함께하고, 앞서도 말했지만 미국 노동계도 참여한다. 원정시위단보다 한미 FTA에 반대 입장을 갖고 있는 미국 현지인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법·폭력 시위가 가능하겠는가?

더구나 미국원정단은 평화시위가 더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마당에 정부가 지나치게 우려를 표명하고 있고, 여기에 보수언론이 정부의 우려를 확대재생산하면서 미국 원정단에 대한 근거 없는 걱정이 확산되고 있을 뿐이다.

프레시안 : 미국 노동계 말고 다른 쪽은 만나지 않았나?

허영구 :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방문했다. 그쪽 노동보좌관, 한국담당관 등과 간담회를 가졌다. 우리는 한미 FTA가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고, 이는 미국의 압력 때문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런데 그들은 우리의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2001년부터 한미 FTA를 준비해 왔고, 2004년부터 올해 초까지 양국 실무자 간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이미 합의문 초안까지 작성된 상태라고 하더라. 경제장관들이 만난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지만, 합의문 초안까지 만들어졌다는 말은 거기서 처음 들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좀더 따져봐야 할 것 같다.

"신자유주의가 노동자 단결을 부른다"

프레시안 : 이번 방미활동의 성과를 요약한다면.

허영구 : 기대보다 큰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한미 FTA에 대한 미국 노동계의 분명한 입장을 들을 수 있었고, 양국 노동계의 공동행동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앞으로는 양국 노동계의 공동투쟁을 보다 확산시키고 효율적인 투쟁전략을 만들어가는 일만 남았다.

현재 구상으로는 일단 내셔널센터(총연맹) 수준의 합의가 된 만큼 이제는 산하 조직별 공조를 끌어내는 작업을 진행시킬 생각이다. 조만간 UAW의 총회가 열릴 예정인데, 이 자리에 우리의 금속산업연맹 부위원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또 양국의 병원산업 관련 노동조합의 공조도 준비되고 있다.

산하 조직 간 연대가 공고해질수록 한미 FTA에 대한 양국 노동계의 입장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까지 한국의 노동계만 한미 FTA에 반대하는 세력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6~7월이 지나면 국제적으로도 미국 노동계도 한미 FTA에 대한 반대 입장이 분명하다는 사실이 확산될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노동자의 처지와 조건이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는 두 나라 노동자의 단결을 발빠르게 하고 있다. 한미 양국 정부도 양국의 노동자가 한미 FTA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지를 경청해야 한다.

프레시안 : 긴 시간 수고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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