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지역을 빼곤 지방선거 판세가 대체로 굳어지면서 정치권에선 '포스트 5.31', 즉 지방선거 이후의 상황이 사실상 관심의 초점이다.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의 향후 행보도 그 중 하나. 강 후보 본인은 가타부타 말이 없지만, 일반변호사로 '원업 복귀'가 아니라 '정치 패러다임 전환'의 중심축으로 현실정치의 한복판에 남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정말 정치에 속은 것 같다"…정치적 의욕?
24일 '서울시장 후보 TV토론회'에 출연한 강 후보는 "기존 정당에 속지 마시고 정말로 심부름 잘하고 능력 있는 시장을 뽑아야 한다"며 자신을 기존 정치세력과 분리시켰다. 강 후보는 또한 "유세기간에 느꼈는데 정말 정치에 속은 것 같다"고도 말했다.
지난 22일에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2월 전당대회 끝나고 이번 선거기간까지 (당에서) 한 게 뭐가 있냐"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막판까지 선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 강 후보가 우리당까지 포함한 기존 정치세력을 조준해 표출하는 강한 분노는 모종의 정치적 의욕이 아니냐는 해석으로 이어졌다.
강금실 캠프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한 의원도 "강 후보가 '(법조계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명확하게 말한 적은 없지만 최근에는 '돌아간다'고 말한 적도 없다"면서 "자신이 (선거) 이후에도 정말 정치를 한번 바꿔봐야 하겠다는 의욕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금실은 새 정치의 표상…지지선언은 5.31 이후에도 유효하다"
승산이 점점 희박해지는 상황에서도 잇따르고 있는 개혁 성향 인사들의 강금실 지지선언도 '5.31 이후' 강 후보의 행보를 주목하게 만드는 조건이 되고 있다.
25일 강금실 지지선언문을 발표한 학계, 법조계, 출판계 지식인 101명은 "2003년 벅찬 기대와 염원 속에서 출범한 참여정부는 그동안 나름대로의 성과를 일구어 왔지만, 동시에 실망과 좌절을 안겨주기도 했다"며 "최근 적지 않은 서울 시민과 국민들은 개혁세력의 무기력에 희망을 상실하고 좌절에 빠져 있다"고 현 정권을 평가했다.
이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분명한 사실은 여기서 이대로 주저앉을 수만은 없다는 점이다"면서 "우리는 강금실 후보가 새로운 정치, 질 높은 민주주의를 펼칠 수 있는 새로운 21세기적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고 밝혔다.
이날 강 후보의 동년배인 긴급조치 9호 세대 인사 100명도 지지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은 '남북한 평화 정착, 지역 간 균형 성장, 계층 양극화 해소, 세대 간 조화'라는 네 분야의 통합을 실현할 정치지도가 필요하다며 "성장과 분배가 조화를 이루는 선순환의 경제를 구현하고 환경을 지키고 삶의 질을 높일 굳은 의지와 역량을 가진 후보는 강금실"이라고 추켜세웠다.
단순한 '선거용' 지지선언으로 보기엔 의미부여가 꽤나 무겁다는 평가가 많다. 이와 관련해 강금실 지지 지식인 101인 선언을 이끌어낸 한 교수는 "우리 선언과 긴급조치 9호 세대의 선언은 몇 가지 지점에서 맞닿아 있다"면서 "우리나 그쪽이나 지난 두 정권의 이른바 여당에 대한 비판적 평가 위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정치의 표상이 바로 강금실"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강금실이 내세우는 진정성, 시민주체성, 여성으로서의 감수성이 바로 '개혁진영'에서 부족한 것이 아니었냐"면서 "이렇다 할 구체적인 흐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지지선언이) '5.31 이후'까지 유효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는 전적으로 강 후보의 몫이지만 그의 리더십을 유의미하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선거 뒤 정계개편론이 공공연한 마당에 이번 선거에서 일정부분 정치인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강 후보가 정치권 빅뱅의 급류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다만 강 후보가 정치인으로 남을 경우, 그에 대한 기대의 크기만큼이나 배척의 논리 또한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음은 물론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