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5.18 30년, 민주화의 마지막 장을 위하여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5.18 30년, 민주화의 마지막 장을 위하여

[의제27 '시선'] 경제·사회 양극화, '총체적 붕괴'를 막으려면

5.18 광주민주항쟁 30주년이 막 지났다. 아직도 5.18의 민주항쟁으로서의 의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우리 사회 내의 일정 세력이 존재함을 느끼는 30주년이었다는 점에서 무거운 마음을 갖기에 충분하다. 이런 무거운 마음은 5.18 민주항쟁의 그 '민주화'의 가치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살아있는 지를 더욱 철저히 성찰케 한다.

1980년 5. 18 광주항쟁의 비극이 1987년 6월 시민항쟁으로 이어지면서 거세게 일어난 민주화의 열풍은 군부독재를 종식시키고 민주화된 정치지형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기반이 되었고, 노동운동과 각종 시민운동의 분출을 낳는 계기가 되어 이후 민주화과정의 견인체 노릇을 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나라는 얼마만큼 민주화된 사회일까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적어도 현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민주화라는 시대정신은 세계화, 선진화 등으로 자연스레 전환된 것으로 치부하고, 민주화세력도 그 역사적 소임을 다하였다고 자임한 적은 없었던가 자문해야한다는 것이다.

민주화란 무엇일까? 한마디로 민주화의 핵심은 사회구성원에 대한 권력의 고른 배분이라고 요약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사회가 민주화된 국가로서 부를 수 있다면 그것은 민주화를 정치적 민주화로 국한하여 해석할 때만이 가능했었다. 물론 최근 이러한 정치적 민주화마저 퇴행하는 먹먹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지만. 그러나 민주화의 개념을 확장하였을 때 경제적·사회적 권력이 어떻게 배분되어져있는가에 따라 경제적 민주화와 사회적 민주화의 단계가 있음도 인정하게 되는데, 현재 우리 사회에서 폭넓게 인정되고 그 정도가 심화되는 경제·사회 양극화의 양상은 우리 사회가 적어도 경제·사회적인 민주화에 있어서는 아직도 후진적임을 인정하게 한다.

민주화와 대비되는 속성을 '권력의 비대칭적 편재'라고 볼 때 경제·사회의 양극화야말로 경제적·사회적 권력이 비대칭적으로 편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따라서 우리 사회의 비민주화성을 입증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될 것이다.

산업간 양극화, 기업간 양극화, 노동시장의 양극화 등으로 대변되는 경제적 양극화는 그간 우리의 경제구조가 재벌위주의, 수출위주의, 전략적 소수산업위주의, 그리고 관치금융위주의 성장전략을 오랫동안 펴 왔다는 점에 기인하는 면이 크다.

결국 이러한 왜곡된 경제구조는 IMF 경제위기를 맞아 근본적인 체질개선 없이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따라 오로지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이란 처방만을 고집하게 되었고 그 결과 IMF 경제위기의 터널을 빠져 나오자 다시 고질적인 경제부문의 '이중성'의 심화로 이어지며 또한 산업간, 기업간 '분절성'의 심화가 재현되고 말았다.

사회적 양극화에 있어서는 우리나라가 GATT체제라는 보호무역주의를 등에 업고 국내외 자본을 총동원시켜 오로지 양적 경제성장에 치달은 40년간의 성장사(成長史)가 초래한 필연적인 결과이기도 하다. 소득재분배의 사회적 기제를 극히 부실하게 취급한 원죄로부터 소득에 있어서의 양극화가 지속되고, 이로 인해 의료와 교육, 주거, 정보… 등등의 다양한 소비생활의 측면에서도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재분배기제의 미비와 사회적 임금의 저수준은 우리 국민들에게 오로지 자신과 그 가족의 능력에 의해 스스로의 생계와 기본적인 생활조건이 좌우되는 지극히 원초적인 사회로 우리의 사회상을 귀결시켜 버렸다.
▲ 경제사회적 양극화는 우리 사회를 총체적 붕괴로 나아가게 하는 위험 요인이다. ⓒ프레시안

결국 이러한 경제·사회 양극화의 심화는 이제 우리사회를 총체적 붕괴로 향하게 한다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특히 가장 심각한 것은 경제적 양극화로 인한 '노동의 배제'가 사회적 양극화로 나타나 중산층을 양극분해시키고 빈곤층을 양산하여 끝내는 성장의 기반을 허물어 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상태까지 도달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또 다른 엄연한 현실은 이러한 경제·사회의 양극화를 진정시킬 복지국가체제의 구축은 아직 멀기만 한 상태라는 것이다. 그리고 시장에서의 자유경쟁과 사적소유원리를 기본으로 하는 자본주의 하에서 국가의 개입과 인위적인 재배분을 특징으로 하는 사회복지를 발전케 하는 추동력이 한국 사회 내에는 극히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복지국가 추동력의 미비는 오랜 동안 우리나라 복지제도를 시혜적인 성격으로,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후진적 모습으로 만들고 말았으며, 어찌보면 그간의 민주화세력들도 독재정부에 항거하는 정치적 민주화를 위해 몸을 던졌을 뿐, 우리나라를 복지국가로 만들어야겠다는 경제사회체제에 대한 담대하고도 구체적인 비전을 갖지 못했음을 솔직히 고백해야 한다. 그러하기에 오늘날과 같은 복지후진국으로 머문 것에 민주화세력의 한계도 작용했음을 인정해야 하고 바로 이것이 5.18 광주민주항쟁 30년을 맞는 우리 모두가 다시 한 번 되새겨보아야 할 지점이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우리사회는 산업화 사회에서 소득중단을 유발하는 각종 위험 요인, 이른바 구(舊) 사회적 위험(old social risks)인 실업과 장애, 노령, 출산, 빈곤, 가구주의 사망, 출산 등에 대해서도 제대된 방어막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이미 우리사회가 지식기반사회, 정보화사회, 개방사회, 노령사회 등으로 급속히 편입됨으로써 직면하는 이른바 신(新) 사회적 위험(new social risks), 즉 가족 내 부양기능의 약화, 신진기술 습득의 지체로 인한 노동기회 상실, 비정규직의 복지사각화 등을 동시에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런 과정에서 경제·사회적 민주화는 더욱 험난한 과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5.18 민주항쟁에서 동력을 얻고 6월 항쟁으로 본격화된 민주사회로의 거대한 진전 역시 매우 힘든 사회적 발전과정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앞으로 놓인 경제·사회적 민주화의 과정은 어쩌면 그 과정보다도 더욱 고통스럽고 힘든 것일 수 있다. 선명한 타도대상이나 선악으로 구분되는 피아의 구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때론 차악(次惡)의 선택만이 가능하거나, 계층과 집단 간의 이해가 상충할 수도 있다. 사회·경제적 제약요건으로 인해 매우 더디고 점진적인 진전에 갈급한 마음은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적 민주화는 경제적 민주화와 사회적 민주화로 완성되어야만 우리사회의 진정한 민주화의 역사는 완성된다는 점에서 아무리 힘들지라도 가지 않을 수 없다. 또 다시 우리 역사의 진보를 믿고, 우리 민중에 대한 신뢰감을 회복하여 새로운 민주화의 기념비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 사회복지는 더 이상 체제의 모순 폭발을 지체시키는 존재도 아니요 일부 빈곤계층에게 국가가 던져주는 시혜물은 더욱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 좀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기 위해 반드시 발전시켜야 하는 필수물이 되고 말았다. 아직도 성장과 복지를 이분법으로 나누고 선(先) 선장, 후(後) 분배의 신화에 함몰된 이들이 많다면 우리에겐 신성한 복지의 주권이 허락되지 않게 된다.

21세기 우리 사회는 복지 없는 성장이어서도 안 되고, 성장 없는 복지이어서도 안 된다. '복지를 위한 성장' 그리고 '성장과 함께 하는 복지'를 실현하여 민주화의 마지막 장을 마무리지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5.18 광주민주항쟁을 오늘날 계승하는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