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규 조계종 총무원 총무차장은 12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발표회에서 "수도권·강남권 포교 활성화, 개별 사찰 운영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봉은사를 직영 전환한다"고 기존 내용을 반복했다. 그는 "종단이 추진하려는 비전을 봉은사를 통해 보여주겠다"며 "그러한 종단의 진의를 알아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용규 총무차장은 "봉은사의 가치는 1200여 년의 역사성과 도심 위치, 다른 사찰과 차별이 되는 유의미한 가치 등에 있다"며 "사찰이 주지에 의해, 신도들에 의해 좌우되는 게 아닌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사찰이 되도록 하는 게 이번 직영 사찰 전환의 목적"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박 총무차장은 세부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 박용규 조계사 총무원 총무차장은 12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발표회에서 "수도권·강남권 포교 활성화, 개별 사찰 운영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봉은사를 직영 전환한다"고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뉴시스 |
기존 발표 내용과 차이 없어…"비전과 과정이 생략됐다"
이번에 발표된 조계종 총무원의 봉은사 직영 사찰 운영 방안은 구체적인 계획이 빠져 있다. 발표회에 참석한 인사 중 한 명은 "수도권 포교는 봉은사만이 아니라 다른 절도 마찬가지로 해야 하는 일"이라며 "수도권 포교를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태에서 나온 직영 전환 방안은 납득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참석 인사는 "만약 직영 사찰이 좋다면 이미 직영으로 운영되는 조계사의 좋은 점을 피력해야 한다"고 반문했다. 이어서 그는 "그동안 종단이 사업을 진행해온 것을 보면 억지로 그릇을 만들어 물을 부으려 하기 때문에 항상 대중의 저항에 부딪쳤다"며 "봉은사 사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산 봉암사 정혜 스님도 "직영 사찰 전환이 제대로 된 종단 개혁 방향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존경 받는 수행자가 되면 포교는 저절로 된다"며 "각 지역, 조계종 총무원에 있는 스님들이 국민과 대중으로부터 존경 받는 삶을 살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정혜 스님은 "직영 사찰 전환이 중요한 게 아니라 수행자가 존경받을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총무원과 봉은사의 대립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조계종 총무원은 초파일이 끝나는 대로 봉은사 직영 사찰 전환 조치에 들어간다. 총무원은 6월 초께 종무회의를 갖고 중앙종회의 봉은사 직영 사찰 전환 승인에 따른 최종 결정을 하고 나서 후속 조치를 단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일정이 제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일단 봉은사가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봉은사 신도회는 지난 9일 '봉은사 직영사찰 철회 신도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앞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동원해 직영 사찰 전환를 막겠다'고 밝혔다. 초파일이 지나고 나서, 봉은사 사태는 더욱더 갈등 양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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