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이날 법회에는 조계종 전 교육원장 청화 스님이 참석해 자신이 생각하는 봉은사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청화 스님은 지난 11일 열린 4대강 수륙대제에서 고불문을 낭독했을 뿐만 아니라, 2009년 7월 조계사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제에서 추모시를 낭송하는 등 불교계 내 진보 인사로 분류된다.
"자신의 허물은 못 보고 왜 씹느냐고 시비를 건다"
청화 스님은 비유를 통해 지금의 봉은사 사태를 비꼬았다.
"영국의 어떤 신문은 한국인이 이명박 정부를 괴물로 인식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찮은 벌레도 이름이 있는데 괴물은 이름이 없습니다. 동물의 족보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저 괴상하고 기이하게 생겼으니깐 천성 그대로 괴물이라고 칭할 뿐입니다. 공포의 대상입니다. 힘과 폭력성이 무자비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이 이명박 정부를 괴물로 인식한 것은 의미상으로 볼 때, 무자비한 폭력성을 상징화한 것입니다. 아무리 이름이 있는 도구라도 함부로 휘두르면 죄 없는 사람을 다치게 하는 흉기입니다.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력도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곳에만 행사해야 수긍됩니다. 사람 잡는데 쓰이면 괴물이 됩니다. 국민은 자연히 치를 떨고 외면하게 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국민들 의식 속에 괴물로 각인 돼 있습니다."
청화 스님은 "그렇기에 대통령도, 정치인도 모두가 비난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결국 여기저기서 씹히는 껌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청화 스님은 "껌은 입을 가지고 있는 한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다 씹을 수 있다"며 "그래서 모두가 껌을 씹고 있다. 보이는 것이 껌이니 씹을 수밖에 없지 않는가"라고 꼬집었다.
▲ 법회를 마치고 명진 스님과 함께 나오고 있는 청화 스님(왼쪽). ⓒ프레시안(허환주) |
청화 스님은 "이런 현실에서 더욱 심각한 것은 왜 씹느냐고 시비를 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그 자신이 껌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청화 스님은 "자신이 이미 껌이 되어 있는 현실, 즉 자신의 허물은 보지 않고 씹는 입만 탓하고 있다. 이런 양태가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답답함을 나타냈다.
안상수 원내대표,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에게 각성을 촉구하는 명진 스님에게 되레 자중하라고 요구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것. 청화 스님은 "수도하는 스님이 어떤 깨우침을 주기 위해 주는 말을 무자비하다고 공격하는 건 자기 자신을 볼 줄 모르고 남의 정당한 지적을 공격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자신이 껌이 된 줄 모르고 씹는 입만 공격하는 현실, 안타깝다"
청화 스님은 "이것은 우리 사회의 큰 문제이며 병"이라며 "특히 우리 사회를 이끄는 주체들이 자신을 향해 화살(자성)을 쏠 줄 모르는 건 아주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들은 도리어 남을 향해 화살을 날리고 있다"이라며 "이미 자신이 껌이 된 줄 모르고 씹는 입만 공격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청화 스님은 명진 스님을 가리켜 "자기 자신에게 화살(깨달음)을 쏠 줄 아는 사람"이라며 "봉은사 주지로 와서 1000일 기도를 한 그것이 명진 스님 자신을 향해서 쏜 화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분은 안상수 원내대표가 말한 좌파 주지 명진 스님이 보이는가. 아니면 천일 동안 바깥 외출을 일체 삼가하고 하루에 1000배 씩 하며 천일기도를 한 명진 스님이 보이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청화 스님은 안상수 원내대표를 지목하며 "그는 자신을 돌아볼 수 없는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오염이 되니 들은 즉시 귀를 씻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 지도자는 현재 사회상을 총체적으로 진단해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도출, 그에 대한 처방,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해박한 식견과 높은 안목, 넓은 도량 등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봉은사 직영 사찰 외압 논란을 두고 불교단체가 주최하는 토론회는 30일(금) 조계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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