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담 스님 : 직영 (사찰 전환)할 때 무슨 확실한 로드맵을 가지고 진행하는가. (정해진 다음에) 계획을 잡아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명진 스님: 오랫동안 직영 사찰을 고민했다는데 말이 앞뒤가 맞지 않다. 말을 붙이고 있다.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불교환경연대,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등 10개 불교단체가 주최한 봉은사 직영 사찰 전환 외압 논란을 짚는 토론회가 진행됐다. 논란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오갔지만 서로 간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이 자리에는 논란의 중심에 있는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과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 영담 스님 등이 참여했다. 또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명예대표 법안 스님 등 불교단체 인사도 자리를 함께 했다.
"도대체 직영 사찰 전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토론회에서 봉은사 측은 봉은사 직영 사찰 전환의 배경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그간 조계종 총무원에서는 그 이유로 △재정 마련 △수도권 포교 확대 등을 제시했었다. 하지만 봉은사 측은 "직영 사찰 전환 방침을 정해 놓고 갖다 붙인 이유에 불과하다"고 반박했었다.
▲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는 불교환경연대,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등 10개 불교단체가 주최한 봉은사 직영 사찰 전환 외압 논란에 관한 토론회가 진행됐다. ⓒ뉴시스 |
명진 스님은 "직영 사찰 전환 결정 후, 총무원장과 기획실장이 봉은사를 찾아왔다"며 "하도 답답해서 당시 기획실장인 원담 스님에게 직영 사찰 전환에 관한 로드맵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지만 문건으로 된 게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명진 스님은 "왜 직영 사찰 전환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봉은사가 '모범 사찰'이기 때문에 했다고 하더라"며 "도선사가 빠진 이유가 '불량 사찰'이기 때문에 그런거냐고 되묻자 대답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직영 사찰 전환 대상에서 도선사를 제외했다.
명진 스님은 "도대체 직영 사찰 전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오랫동안 직영 사찰 전환을 논의해 왔다면서 문건 하나 없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봉은사 부주지 진화 스님도 거들었다. 진화 스님은 "애초 3월 4일 중앙종회에서는 봉은사를 직영 전환하는 이유를 놓고 '다른 절의 직영 해제에서 발생하는 재원 부족을 감당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며 말문을 열었다.
진화 스님은 "하지만 3월 9일 기자들에게 원담 스님은 봉은사 직영 사찰 전환 이유를 강북권의 조계사, 강남권 봉은사를 수도권 집중 포교 사찰로 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또 10일 일부 언론에는 '새로운 기금 마련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진화 스님은 "1주일도 안 되는 시간에 봉은사 직영 사찰 전환의 이유를 다르게 말했다"며 "굉장히 혼란스럽다. 진짜 봉은사를 직영 사찰로 전환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도법 스님도 "수도권 포교 거점으로 봉은사를 직영 사찰로 전환했다면 더 큰 그림을 가지고 정책들이 이뤄져야 한다"며 "하지만 오직 봉은사 하나만 가지고 수도권 포교를 펼친다는 주장은 이해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조계종 총무원은 그간의 입장을 반복했다. 총무부장 영담 스님은 "이유를 바꾼 게 아니라 여러 이야기를 했는데 거기서 한 부분만 부각된 탓에 말을 바꾼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봉은사 직영 사찰 전환 이유는 처음부터 한결 같았다"고 밝혔다.
박용규 조계사 총무원 총무차장도 "봉은사 직영 사찰 전환은 종단에서 수년간 연구한 결과"라며 "수도권 포교라는 문제를 전면적이고 획기적으로 전환하고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박 총무차장은 "외압 논란으로 본질이 왜곡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명진 스님은 즉각 반발했다. 명진 스님은 "이 토론회가 좀더 솔직해졌으면 좋겠다"며 "오래 전부터 논의를 했다고 하지만 조계종에서는 직영 사찰 전환을 논의한 적이 없다. (오랫동안 연구했다면) 어떻게 문건 하나가 없을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 봉은사 직영 사찰 외압 논란과 관련해 영담 스님이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오른쪽). ⓒ뉴시스 |
"직영 사찰 이유는 이해가 도저히 안 된다. 제발 이해시켜 달라"
봉은사 측은 총무원에서 설명하는 직영 사찰 이유를 납득하지 못했다. 직영 사찰 전환이 너무나 갑작스러웠을 뿐만 아니라 직영 사찰 전환의 근거조차 말이 안 된다는 것. 이들은 그간 제기해온 정치적 외압설을 이날 토론회에서도 제기했다.
송진 봉은사 신도회장은 "이 생각, 저 생각을 해보면 외압설 외에는 설명이 안 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송진 신도회장은 "이유로 대는 포교와 직영 사찰 전환은 상충 관계"라며 "현재 직영 사찰인 조계사가 어떤 상태인지 알고서 그런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송진 신도회장은 "우리 신도들은 주지가 말한다고 무조건 듣는 바보가 아니다"라면서 "총무원이 내놓은 봉은사 직영 사찰 전환 이유는 납득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제발 이해시켜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진 스님은 "총무원장이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으로부터 '좌파 스님' 이야기를 들은 것 자체가 큰 문제"라며 "총무원에서는 아직도 그것에 대해 한 마디 답변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개 국회의원이 종단 수장에게 이런 말을 했는데 일언반구 말이 없다는 건 문제"라고 정치 외압설의 해명을 촉구했다.
하지만 영담 스님은 "직영 사찰로 전환할 때 중앙종회에서 명진 스님의 임기 보장도 약속했다"며 "만약 외압에 의해 직영 사찰 전환을 진행했다면 임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린 다음 직영 사찰 전환을 진행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담 스님은 외압 논란을 두고 자승 총무원장이 해명하지 않은 것을 두고도 "총무원장이 사람을 한둘 만나는 게 아닌데 어떻게 기억을 하겠는가. 그리고 일일이 그런 것을 어떻게 다 말해주겠는가"라며 "말단 주지에겐 내가 총무원장이라도 말해주지 않을 것"이라며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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