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부동산이 한국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경제 못지 않게 크다는 게 <대한민국 정치사회지도>(후마니타스 펴냄)의 저자 손낙구 씨의 결론이다.
지난 40년간 '부동산 불패신화'를 통해 부동산이 부의 기준이 되면서 부동산은 다른 어떤 지표보다 한국 사람들의 군상을 나누는데 정확한 기준이 됐다. 교육, 건강, 종교, 정치 등 여러 사회적 변수가 부동산과 연관성을 갖는다.
특히 정치행위와 연관시켜 설명하면 이런 명제가 나온다. "주택소유 비율이 높은 지역일 수록 투표율이 높고 한나라당 득표율이 높다." 무주택자가 많은 지역은 반대다. 투표율이 낮고 민주당 득표율이 높다.
강남의 압도적인 한나라당 지지율을 떠올리면 된다. 부동산을 변수로 놓고 보면 '강남 좌파'에 대한 해석도 달라진다.
"개포 3동을 보면 투표소가 4군데 있다. 1,2투표구와 3,4투표구는 투표 양상이 다르다. 1,2투표구는 투표율이 74%, 한나라당 득표율이 각각 51%와 53%였다. 3,4투표구는 투표율이 7-10%가 낮고 민주당 득표율이 48%와 50%로 가장 높았다. 민주노동당이 각각 22%와 21%를 얻었다. 한나라당이 민노당과 비슷한 20%대였다. 개포3동의 3,4 투표구에 경제적 여유가 있지만 개혁적 의식을 가진 사람이 몰려 사는 건 아닐 것이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 세들어 사는 사람들이 몰려 있어서다. 경제적 여유가 적지만 강남에 살아야할 사람들이 집중된 지역이라서 투표율은 낮지만 야당 지지도가 높게 나왔다. 강남 안에도 임대주택이 있는 동네는 야당 지지율이 높게 나온다."
부동산과 투표의 상관관계를 따져보면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정치적 효과도 보인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집 없는 가구이면서 전월세보증금이 5000만 원 이상이 되는 가구는 4%에 불과하다. 이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은행 대출을 받아 수도권에서 '내집 마련'을 꿈꿀 수 있는 계층인데, 보금자리주택은 이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킬 수 있는 정책이라는 평가다. 이들 95만 가구, 최소 수도권의 200만 명을 흥분시킬 수 있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물론 주택보급률이 110% 가까인 되는 마당에 정부가 나서 집 장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무주택 중산층'이라는 잠재적 지지층의 이해와 요구에 맞는 정책을 생산해내는 정치력에 대해선 중산층.서민을 대변한다는 민주당 입장에서 비판에 앞서 반성해야할 대목이라고 손낙구 씨는 주장했다.
그는 전월세보증금 5000만 원도 안되는 대다수 서민들, 특히 지하방, 옥탑방, 비닐집, 움막 등 사람이 살 곳이 못 되는 곳에 사는 68만3052가구를 흥분시키는 정책을 만드는게 국가가 해야할 '서민주택정책'이며,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고민해야할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지난 4월 29일 진행된 인터뷰 전문이다. 편집자
ⓒ프레시안(김봉규) |
프레시안 : 최근 부동산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논란이 뜨겁다. 한국사회에서 부동산은 주택 소유 여부를 떠나 많은 사람들에게 초기의 관심사다.
손낙구 : 사회 각 분야에서 부동산 자산의 결정력이 너무 크다. 한국 사회에서 이 문제가 40년간 너무 오래 쌓여 왔다. 부동산을 한국 사람들의 군상을 나누는 기준으로 삼으면 다른 것보다 좋은 기준이 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졌다. 다른 영역보다 부동산에 돈을 넣어야 돈이 많이 불어나니까 부의 기준이 됐다. 그러다보니 교육, 건강, 결혼 등 여러 가지 변수가 부동산과 같이 간다. 이상 비대해진 문제가 부동산이다. 문제는 너무 골치 덩어리가 됐는데 너무 영향이 커져서 손대지도 못하고 있다.
프레시안 : 지난 수십년간 한국에는 부동산 불패신화가 존재해왔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대다수 국민이 부동산을 투기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생겼다. 갈수록 부동산을 통한 빈부격차는 벌어지는 것 같다.
손낙구 :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10년에 한번씩 크게 투기판이 벌어졌다. 다른 영역보다 부동산 투자 수익률이 훨씬 높으니까 주식, 은행에 넣는 거보다 부동산에 넣는 게 당연한 게 됐다. 부동산 가격이 안 떨어지고 계속 오르고 10년에 한번씩 폭등하니까 돈이 없는 사람도 은행에서 빌려 집을 사면 이익이 됐으니까 국민들을 탓할 수도 없다. 당장 부동산에 한 다리 걸치지 않으면 손해가 나는데 누가 가만히 있겠나.
부동산 소유- 종교- 정치 성향이 같이 간다
프레시안 : <대한민국 정치사회지도>라는 책을 통해 수도권의 부동산을 인구, 투표성향, 종교 등과 연관 지어 분석했다. 우선 수도권에 주목한 이유는?
손낙구 : 수도권은 대한민국의 축소판이고 핵이다. 서울은 중핵이다. 수도권을 보면 대한민국을 어떤 변수를 갖고 분석해야 하는지 보인다. 수도권에서 어떤 것들이 선명하게 드러나는지 보는 게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낸 뒤에 비수도권에 대한 분석도 하고 있다. 물론 비수도권은 수도권과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도 있다. 하지만 투표율과 주택소유 가구 비율은 전국 어디에서나 상관관계가 높다. 집주인이 많을수록 투표를 열심히 하고 무주택자가 많을수록 투표율이 낮다.
수도권에서는 부동산 자산계층과 정치행위의 상관관계가 아주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런 현상이 비수도권에 가면 달라지는데 수도권과 비슷한 여건에 있는 중소도시에서는 똑같이 나타난다. 전국의 읍면동이 3500여 개인데 그 중 동이 2100여 개다. 읍면은 농촌이고, 동은 도시적 특성을 갖는다. 우리나라는 동 지역에 인구와 유권자의 80%가 산다. 동을 분석해보면 수도권과 닮았다. 따라서 수도권 정치사회지도에서 분석했던 내용이 대한민국의 3/4까지도 설명력을 갖는다고 본다.
프레시안 : 부동산과 학력의 상관관계는 쉽게 짐작이 가능한데, 종교나 투표 성향의 연관관계는 짐작하기 어렵다. 각 변수들이 어떤 연관성을 보이나.
손낙구 : 내가 한 작업은 주거, 학력, 종교를 갖고 동네를 들여다 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주거와 학력이 밀접하다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고학력이 생활 형편이 나을 확률이 높으니까 좋은 집에 사는 사람이 많다. 종교도 부동산과 학력과 비슷하게 간다. 어떤 종교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엇갈린다. 수도권은 천주교, 지방은 불교가 그렇다. 고학력일수록 주택소유비율이 높고 종교를 갖고 있었다. 가난한 동네일수록 학력이 낮고 종교를 가진 사람도 적었다. 한국에선 가난한 사람일수록 절대자의 위로도 못 받는 셈이다. 한국사회에서 종교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지점이다.
프레시안 : 수도권에서 개신교가 아닌 천주교가 주거와 연관성이 높게 나타난 것은 의외다.
손낙구 : 개신교와 천주교가 비슷한데 천주교가 좀더 선명하다.
가난한 동네는 왜 투표율이 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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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낙구 : 좀더 형편이 나은 동네는 확실히 투표율이 높다. 가난한 동네는 투표율이 확 떨어진다. 경제적 여유가 있고 투표율이 높은 동네는 한나라당 득표율이 높고, 가난한 동네는 민주당의 지지율이 높게 나온다. 그러므로 한나라당의 득표 효과는 최대 효과를 누린다. 투표율이 높은 동네에서 지지율이 높게 나오니까.
이런 성향이 선거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서울만 2004년 총선과 2006년 지방선거를 비교해봤다. 두 선거는 분위기가 상반된 선거였다. 2004년 총선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으로 민주당이 이긴 선거였고, 2006년 지방선거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실망으로 한나라당이 이긴 선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소유율이 높은 지역은 투표율이 높고, 한나라당 득표율이 높은 현상은 똑같이 나타났다.
프레시안 : 가난한 동네는 왜 투표를 하지 않는 걸까?
손낙구 :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정말 가난한 사람들은 투표가 일당을 바꿔야 하는 문제다. 일 안 나가고 투표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 셋방 사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이사를 자주 다니는 문제가 있다. 한국 사람들은 집이 있건 없건 이사를 비교적 많이 다닌다. 수도권은 80% 이상이 5년에 한번씩 이사를 다닌다. 절반 이상은 2년에 한번씩 다닌다. 내가 사는 곳이 떠나야할 곳이지 자기 동네가 아닌 것이다. 지역 발전이라는 선거 이슈가 떠나야할 세입자들 입장에선 자기와 상관없는 문제다. 이처럼 동네 공동체 자체가 형성이 안 되는 문제 역시 부동산과 연관이 있다.
반면 부유한 동네일수록 투표를 열심히 하고 한나라당 지지율이 높다. 투표를 열심히 한다는 것은 투표를 통해 얻는 게 있다는 얘기고, 특히 한나라당 지지율이 높다는 것은 한나라당이 부유층에게 정치적 보답을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가난한 사람들은 투표를 해도 누가 그들을 위해 정치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놈이 그놈이라는 생각을 한다. 서민들을 대변한다는 정치세력이 가난한 사람에게 투표장에 갈 이유를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강남 좌파'의 실체는?
프레시안 : 강남은 본인이 살든 살지 않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지역이다. 부동산시장의 등락 여부도 강남이 하나의 지표가 될 만큼 상징성도 크다. 강남도 내부를 들여다보면 지역간 격차를 보인다고 하는데?
손낙구 : 강남구는 부유한 동네, 잘사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라고만 생각하는데 26개동을 살펴보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압구정1.2동, 대치1.2동, 도곡2동, 청담1동, 일원본동은 강남 중 강남이다. 전체 주민의 78%가 집을 갖고 있고, 85%가 아파트에 살고, 학력은 87%가 대학 재학 이상이었다. 종교인구 비율도 높고, 투표율도 높고, 압도적 다수가 한나라당을 찍었다.
반면 논현1동, 역삼1동, 대치4동, 일원1동, 수서동은 확 다르다. 집 가진 사람이 25%에 그쳤다. 이런 동네는 서울의 다른 구에도 흔치 않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도 34% 밖에 없었다. 1인 가구는 38%로 서울 평균의 2배였다. 학력도 낮고, 종교인구도 적었다. 투표율도 낮고, 상대적으로 한나라당 지지도가 낮았다.
강남구를 통째로 볼 때는 몰랐는데 동네로 들어가서 보니까 강남 내에서도 차이가 보였다. 강북도 동네로 들어가보면 형편이 나은 동네는 투표율이 높고, 강북 안에서도 더 가난한 동네는 투표율이 낮다.
프레시안 : 강남에 살면서 진보정당이나 민주당을 찍는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는 '강남 좌파'가 허상일 수도 있어 보인다.
손낙구 : 그런 분들도 있을 것이다. 개포 3동을 보면 투표소가 4군데 있다. 근데 1,2투표구와 3,4투표구는 투표 양상이 다르다. 1,2투표구는 투표율이 74%, 한나라당 득표율이 각각 51%와 53%였다. 3,4투표구는 투표율이 7-10%가 낮고 민주당 득표율이 48%와 50%로 가장 높았다. 민주노동당이 각각 22%와 21%를 얻었다. 한나라당이 민노당과 비슷한 20%대였다. 개포3동의 3,4 투표구에 경제적 여유가 있지만 개혁적 의식을 가진 사람이 몰려 사는 건 아닐 것이다. 추측하건데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 세들어 사는 사람들이 몰려 있어서다. 경제적 여유가 적지만 강남에 살아야할 사람들이 집중된 지역이라서 투표율은 낮지만 야당 지지도가 높게 나왔다. 강남 안에도 임대주택이 있는 동네는 야당 지지율이 높게 나온다. 이런 걸 보면 '강남 좌파'의 실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프레시안 : 수도권 중에서 서울과 경기, 인천의 차이도 궁금하다.
ⓒ프레시안(김봉규) |
프레시안 : 부동산을 중심으로 투표 행위를 분석해본 결과가 무엇이라고 정리할 수 있나?
손낙구 : 국민들은 정치를 굉장히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자신의 계층적 처지에 따라 투표를 하거나 안 하는데, 투표를 하는 사람도, 투표를 하지 않는 사람도 분명한 이유가 있다. 반대로 정치가 대중들의 이해와 요구에 얼마나 호응하고 있냐는 점에서 볼 때 한나라당은 지지층과 소통을 잘하는 편이다. 반면 민주당이나 진보정당은 자신의 지지계층과 소통 정도가 미약하다. 자신의 지지계층과 소통을 얼마나 잘해서 그 사람들을 투표장에 가게하느냐, 특히 민주주의가 가난한 사람의 삶을 개선하는 수단으로 만들 수 있느냐에 한국 정치나 민주주의의 앞날이 달렸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이런 분석 결과를 토대로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점쳐 본다면?
손낙구 : 우선 내가 한 분석을 보면 동네 사람들이 어떤 사람이라는 게 보인다. 그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선거 자체의 수준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앞서 2004년과 2006년 선거는 공통적으로 계층적 특징이 나타났지만 투표율이 차이가 났다. 2004년 투표율이 높았고, 2006년은 투표율이 확 떨어졌다. 이번 지방선거도 투표율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여야간 명암이 갈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을 갖는 이번 선거에서 야당이 이기고 싶다면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투표장으로 올 수 있도록 해야하지 않을까.
최소 수도권 200만 명을 흥분시킨 보금자리주택
프레시안 : 이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얘기를 좀 해봤으면 한다. 최근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서민주택정책인 보금자리주택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시세의 60-80%선에서 보금자리주택 가격이 결정되면서 최근 강남 등 부동산가 하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어떻게 보나?
손낙구 : 현재 부동산 가격 흐름은 주춤하면서 내려가고 있는데 급변하는 양상으로 갈지는 좀 봐야 될 거 같다. 큰 흐름으로 보면 2002년부터 2006년까지 한차례 폭등이 있었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10년에 한번씩 수직상승기가 있었다. 그 뒤에 미세한 변동이 10년이 이어졌다. 그렇게 보면 현재 가격이 어디로 갈지는 좀 더 봐야 알 것 같다.
현재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변수가 다양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다. 경기 회복과 부동산 가격 지수는 시차가 있다. 때문에 경기회복이 이대로 되는 거라면 그 영향이 지금 안 왔다고 해서 뒤에도 안 올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명박 정부가 2009년 가격 회복국면에 금융대출 규제를 조였다가 얼마 전에 조금 풀었다. 금융대출 규제의 효과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2006년 부동산 폭등이 정점을 찍은 뒤 참여정부 말기에 도입해 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체감했다.
그래서 보금자리주택만으로 가격 변화를 설명하기엔 제한이 있다. 물론 보금자리주택은 그 자체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 내달 사전예약을 시작하는 2차 보금자리주택이 가격이 높아져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 작년 시범사업지구는 강남 노른자위 지역에 주변 시세의 50-60% 가격으로 분양했다. 물량도 작지 않았다. 또 이명박 정부는 임기 내에 수도권에만 32만 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작지 않은 물량이 다른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큰 강남 등에 쉴 새 없이 공급되면 미치는 영향이 결코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침체의 여파로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섰는데 싼 집이 계속 나오니까 수요자들이 집을 사지 않고 기다리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수도권에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집 없는 가구이면서 전월세보증금이 5000만 원 이상이 되는 사람은 4%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 1억 이상은 2%다. 이 사람들이 수도권에 전세로 사는 사람들로 집은 없지만 소득은 중산층 수준인 사람이 대다수다. 이런 사람들에게 강남 세곡동의 3-4억 원 아파트는 굉장히 솔깃한 얘기다. 보금자리주택은 이 계층의 사람들을 굉장히 흥분시키는 정책이다. 실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차치하더라도 정치적으로는 굉장히 성공적인 정책이다.
전세보증금 5000만 원 이상인 가구가 95만 가구인데, 이 분들은 보금자리주택 관련 뉴스에 온 귀와 눈을 열고 주목할 수밖에 없다. 내 집 마련이 꿈인 사람들에게 싸게 그것도 좋은 지역에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 무주택자 아니라도 부유층도 영향권에 있다. 자식들에게 집을 사주려는 부유층 부모들 등 자산 불리기 용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이처럼 실제 보금자리주택에 들어갈 수 있는 가구는 몇만 가구에 불과할지라도 이를 통해 흡입할 수 있는 가구는 95만 가구 이상이다. 최소로 잡아도 수도권의 200만 명은 된다. 이명박 정부 입장에선 효과 만점의 정책인 셈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장기전세인 시프트 역시 마찬가지로 무주택 중산층을 흥분시키는 정책이다.
물론 정부가 나서 집을 지어서 파는 것은 주택보급률이 110%나 된 마당에 할 일은 아니다. 정부가 해야할 공공주택 정책은 돈이 없어서 정말 집을 살 수 없는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써야 한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따지자면 보금자리정책이나 시프트는 분명히 성공한 정책이다. 민주당은 왜 이런 정책을 못 내놓았을까를 되돌아보고 반성해야할 대목이다.
민주당, 보금자리주택-시프트 비판하기에 앞서 반성해야
프레시안 : 앞에서 저소득층이 밀집한 동네는 투표율이 떨어진다고 얘기했다. 상대적으로 정치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것인데, 여당이 서민들을 위한 주택정책을 내놓는다고 중산층을 공략한 정책처럼 정치적 흥분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손낙구 : 그건 정말 모르는 일이다. 이번에 무상급식이 지방선거의 이슈로 떠오르는 걸 봐라. 무상급식으로 해결되는 서민들의 걱정과 시름은 크지 않다. 하지만 진보 교육감 한분이 뚝심을 갖고 그 정책을 밀어붙여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선거 최고의 이슈로 떠오른 것 아닌가.
만약 주택문제나 교육, 의료 등 서민 걱정의 핵심에 있는 문제를 갖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사람들에게 충분히 감동을 이끌어내고 흥분을 가져오는 정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현재 민주당이 그런 노력을 보이고 있나.
ⓒ프레시안(김봉규) |
손낙구 : 보금자리주택에서 수혜대상으로 삼고 있는 이들은 집값이 좀 떨어지면 집을 살 수 있는 형편이 되는 사람이다. 이건 집값의 거품을 빼면 되는 문제다. 현 보금자리주택도 정부가 손해를 보고 파는 구조가 아니다. 일정정도 이윤을 남긴다. 그렇다면 보금자리주택수준으로도 건설사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현재의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를 낮출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분양가 공개, 후분양제 도입, 분양가 상한제 등을 통해 건설사가 폭리를 취하는 게 아니라 적정 가격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정부가 굳이 나서서 집 장사를 하지 않아도 문제가 해결되는 계층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재벌 건설사를 손대지 않고 정부가 집을 싸게 공급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그러다 보니까 실제 공공영역에서 정부가 해야할 영역이 줄어들고 있다.
아무리 집값이 반토막이 나도 집을 못사는 사람이 많다. 이 사람들이 압도적 다수다. 이들을 위한 정책 중 하나는 장기적으로는 네덜란드나 서유럽처럼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공급할 수 있는 물량도 한정적이기 때문에 민간임대 영역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을 위한 세입자 보호제도가 필요하다. 독일이 민간임대 비중이 40%다. 독일은 임대차 보호기간이 10년이다. 이런 사례를 참고해서 현재 2년인 전월세 계약기간을 늘리고, 전세값 인상을 제한하는 적정 임대료를 도입, 임대료 분쟁이 생기면 중재할 수 있는 임대료 분쟁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볼 수 있다. 또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 임대료 보조금 도입 등도 필요하다. 이래도 해결 안 되는 극빈층을 위해선 인권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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