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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가 강남 문제 해결? 오히려 확장시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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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보금자리'가 강남 문제 해결? 오히려 확장시킬 것"

[부동산 전문가 인터뷰] 조명래 단국대 교수

이명박 정부의 '서민주택정책'인 보금자리주택을 둘러싼 논란이 시끄럽다. 내달 사전예약을 시작하는 2차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시범지구에 비해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강남 지역의 주택은 5억 원에 가까운 가격으로 분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억 짜리 아파트가 과연 서민 주택이라고 할 수 있냐는 비판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세에 비해 60-80% 싸게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이 인근 지역, 특히 강남의 집값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긍정성은 평가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현재 논란은 가격만을 놓고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이 한국에서 부의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쳐온 사실을 보면 온통 관심이 집값에만 쏠리는 건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이 끼치는 영향은 집값에 한정되지 않는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환경정의 공동대표)는 더 큰 '가치'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금자리주택은 그린벨트를 풀어 짓는 집이다. 서민주택이라는 공공성의 확보가 더 큰 공공성 훼손을 전제로 이뤄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 교수는 지적한다.

"그린벨트는 특정 세대, 부류, 지역을 위해서가 아니라 현재 살아가는 도시민 전체, 미래세대 전체의 공공성을 담보하는 공간이다. 또 이를 위해 그곳에 사는 주민들이 수많은 희생 치러왔다. 어떤 면에서 보면 정부가 주택 공공성보다 더 큰 공공성을 훼손하면서 공익이란 이름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하는 사업이다."

현 정부 계획대로 서울과 수도권의 그린벨트를 풀어 32만 호의 주택을 공급하려면 30여개의 보금자리 지구가 필요하다. 분당급 신도시로 치면 4개의 신도시가 추가로 생기는 셈이다. 최소 인구 100만의 이동을 전제로 한다. 환경, 교통, 쓰레기 문제가 뒤따라올 수밖에 없다. 강남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건설한 분당, 판교 등 신도시가 준강남화 된 것처럼 보금자리주택도 강남 문제의 외연을 확장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지금 당장 집값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는 수긍은 하지만 전적으로 찬성하기 힘든 얘기일 수 있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 말고도 할 수 있는 서민주택정책은 많다는 점에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릴 우려는 아니다.

조 교수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정부가 총 5조 원을 들여 매입하겠다는 미분양 주택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명박 정부는 미분양으로 고통 받고 있는 건설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2008년과 지난 4월 23일 두 차례 미분양 주택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일단 정부가 미분양주택을 사줘 건설사들의 돈 가뭄을 해소시킨 뒤 다시 건설사에 되팔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지난 2008년 매입했던 미분양 주택 중 건설사들에 되판 물량은 60%를 넘지 않는다. 나머지 물량은 정부가 떠 안을 판이다. 올해 추가로 매입한 미분양 주택은 환매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국민 세금으로 건설사 배불리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조 교수는 "보금자리주택을 짓지 말고 미분양 주택을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이미 주택보급율이 100%를 넘어선 상태에서, 그것도 인구 구조 변화에도 맞지 않는 중대형 평수의 주택을 대량 짓겠다는 것은 주택정책을 고민해야할 정부 입장에서는 할 일이 아니다.

조 교수는 그러면서 정부가 '공급자적 마인드'를 버릴 것을 주문했다. 현재 정부의 주택정책은 주택 수요자적 입장이 아닌 공급자의 편에 서 있다. 정부 관료들이 건설사, 부동산 부자, 금융권 등 부동산을 통해 돈을 버는 이들과 지나치게 가깝다. 때론 일치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주거복지'라는 개념을 갖기 힘들다. 조 교수는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할 주거 약자는 시장에 참여할 수 없다"면서 공공주택을 전체 주택의 20-30%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공공주택의 존재는 현재 왜곡된 부동산 시장을 바로잡는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급자적 마인드의 정부'는 조 교수가 현재 논쟁 중인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에 대해 신중하게 만드는 결정적 이유다. "정책 메커니즘, 공급 메커니즘이 바꾸지 않는 한" 부동산 투기의 불씨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것.

다음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조 교수와 인터뷰 전문이다.

▲ 조명래 단국대 교수 ⓒ프레시안 (최형락)

보금자리가 서민주택? 준강남 수요를 위한 주택

프레시안 : 지난해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 사업에 이어 2차 보금자리주택 지구가 발표됐다. 내달부터 2차 지구 사전예약이 시작된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시세보다 싼 가격에 보금자리주택을 분양하면서 강남 집값 하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다고 봐야하나?

조명래: 별로 연관성이 없다고 본다. 왜냐면 보금자리주택의 소비자와 강남 주택의 소비자가 다르다.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전체 집값 안정에 영향을 미칠지는 잘 모르겠지만, 강남 수요를 대체하는 것은 큰 효과가 있지 않다고 본다.

프레시안: 그렇다면 최근 강남 집값이 급락하는 문제는 어떤 원인이 있다고 보는가.

조명래: 우선 그동안 너무 많이 올랐다. 실물가치에 비해 올랐던 부분이 거둬지는 국면이다. 고가의 주택 매입 여력이 있는 소비자층이 줄었다고 봐야 한다. 크게 보면 경기 위축 중이라고 보고, 두 번째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해서 집값이 오를 상황이 아니다.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들을 매입해도 가격이 이전처럼 크게 오를 요인은 그렇게 많지 않다.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가 약화된 것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 강남이 아닌가 생각한다.

프레시안: 이명박 정부의 서민주택정책으로 나온 게 보금자리주택이다. 정부는 '반값 아파트'라고 홍보했지만, 작년 시범지구 때도 서민주택이라고 하기에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 문제가 됐었다. 이번 2차 사업에선 가격이 더 올라 중 강남의 경우 평당 1200~1300만 원 선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하는데, 30평형대는 거의 5억 가까이 된다. 그래서 서민주택이 맞냐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조명래: 보금자리주택은 저소득계층, 특히 임대주택 사는 차상위계층이 구입할 수 있는 주택은 아니다. 강남 보금자리는 더 그렇다. 주택시장에서 위상을 본다면 최소한 강남의 보금자리주택은 소득분위에서 중간 이상의 수요자에 해당한다고 보여진다. 실제 그 정도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서울에 사는 사람일 것이다. 경기도에는 이미 그 정도 지불 능력이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강남은 아니지만 준강남 수요층들의 조건에 맞는 집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프레시안: 보금자리주택은 정부가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획기적으로 가격을 낮추지 못한 이유는 뭔가?

▲ ⓒ프레시안(최형락)
조명래:
정부에서는 당초 시세의 50% 이하로 분양하겠다고 했다. 2차의 경우 60%~80% 수준에서 공급하겠다고 한다. 시세보다 싼 건 사실이다. 그런데 절대액 자체가 큰 건 평수가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금자리주택은 토지주택공사(LH)가 하는 사업이다. 토공이 유일하게 매달리는 정책 사업이고, 토공 입장에서는 수익을 창출해야하는 사업이다. 그래서 원가에 해당하는 정도의 공급은 안 할 거다. 이윤을 남기는 방식으로 할거니 대폭 가격이 낮아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또 보금자리주택을 대폭 낮추면 이후 당첨자들에게 엄청난 시세 차익을 보장해주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복합적인 게 작용해 결정된 가격이라고 보여진다.

보금자리가 강남 문제 해결? 강남 문제의 확장

프레시안: 보금자리주택이 미치는 영향이 가격 문제만은 아니다. 환경, 교통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이런 문제는 얘기가 안 되고 있다.

조명래: 보금자리주택이 서민 약자를 위한 공공적인 정책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런 공공성의 확보가 또 다른 공공성의 훼손을 전제로 이뤄진다는 사실은 보금자리주택정책의 치명적인 문제점이다.

그린벨트는 보금자리 주택의 공공성만큼 중요한 공공성 가진 공간이다. 특정 세대, 부류, 지역을 위해서가 아니라 현재 살아가는 도시민 전체, 미래세대 전체, 인간을 떠나 자연까지 두루 커버하는 공공성을 담보하는 공간이다. 또 이를 위해 그곳에 사는 주민들이 수많은 희생 치러왔다. 어떤 면에서 보면 정부가 주택 공공성보다 더 큰 공공성을 훼손하면서 공익이란 이름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하는 사업이다. 보금자리주택은 대통령 공약사항이라 정치적인 프로젝트라는 게 본질이다.

서민주택사업으로 이거 말고도 할 수 있는 게 많다. 재건축, 재개발 등으로도 늘릴 수 있는 부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보금자리주택이라는 정치적 기호, 코드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린벨트라는 공공성을 훼손하고 있다.

더구나 이 사업은 가격이 높다, 접근성이 쉽지 않다는 점 등에서 주거복지 측면에서도 제한적인 효과를 갖는다. 또 진짜 주택이 필요한 서민은 주택을 매입할 수 없는 사람이다. 이들을 위한 정책은 결코 아니다.

그뿐 아니라 도시 확산 문제도 있다. 정부가 2012년까지 수도권에 보금자리주택 32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하는데, 시범사업 단지 규모로 공급한다고 하면 31개 보금자리 지구가 필요하다. 분당 신도시 규모로 건설한다고 하면 4개의 신도시가 생기는 셈이다. 31개 지구로 건설한다면 수도권 일대 그린벨트는 다 구멍 난다. 또 보금자리주택 수용 인구가 100만 명이다. 서울인구의 10분의 1이 이전하는 도시 구조의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는 문제다. 이런 모든 일이 비용을 수반하는 문제다. 물론 당장은 드러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주택은 분양받으면 지금까진 '로또'가 됐기 때문에 가격이 모든 문제를 희석시켜 버렸다. 지금 사람들이 당장 관심을 갖는 것은 보금자리주택 가격 문제지만, 환경문제, 도시확산문제, 주거복지 왜곡의 문제 등은 장기적으로 발생할 문제다. 그리고 그 비용으로 고스란히 우리 사회가 치러야한다.

프레시안: 강남의 경우 이미 밀집으로 인한 교통, 환경 오염 등 문제가 많은데 여기에 보금자리주택을 지을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조명래: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을 조성하겠다는 그린벨트지역이 강남과 경기도를 구분하는 중요한 차단막이다. 이전 정부에서 강남 주택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추진한 게 분당, 판교, 위례 등 신도시 정책이다. 이런 곳들이 강남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준강남화 돼버렸다. 그린벨트 내 보금자리 주택이 섬처럼 박히게 되면 그 일대가 다 강남 주택 시장화 될 가능성이 있다. 신도시처럼 강남 문제 해결이 아닌 외연의 확장으로 강남 주택 문제 규모의 확장을 가져오는 역설을 반복 재현할 수도 있다.

보금자리 짓지 말고 사들인 미분양을 서민주택으로

프레시안: 도시 확장 문제 말했는데, 보금자리주택은 기본적으로 공급 정책이다. 이명박 정부 부동산 정책의 기본 베이스가 공급을 많이 하겠다는 팽창정책이다. 하지만 지난 23일 정부가 3조 원을 들여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하는 등 총 5조 원을 미분양 아파트 해소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정부가 미분양 주택 문제로 골머리를 썩으면서 보금자리정책을 통해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모순 아닌가?

조명래: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어섰다. 이제 수요자들의 요구에 맞는 맞춤형 공급이나 정책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주택 정책의 구조가 수요자의 요구가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국토부 관료, 건설사, 중개업자, 금융 등 공급자의 먹이사슬로 되어있다. 이들이 정책을 주도하고 주택시장을 장악해 왔다. 이들에겐 주택시장이 공급주의적 관점의 신호가 작동하지 않으면 항상 위기다. 예컨대 분양이 안 된다, 가격이 떨어진다, 이러면 사실 수요자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공급자에겐 위기다. 그래서 이를 끊임없이 정부 정책에 투영시킨다.

최근 미분양 주택 관련 정책도 공급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다. 사실 난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것을 주장해왔다.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주거 약자를 위한 정책에 활용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금 미분양은 공공주택을 하기에는 평수도 크고, 위치가 안 좋다.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사려면 샀다가 1-2년 건설사의 부담을 덜어줬다가 되파는 환매조건부 매입이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사야 한다. 지금 정부가 하는 것은 건설사가 시장 실패의 책임을 지고 부담해야할 비용을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것 밖에 안 된다.

정부는 미분양이 12만 호라고 하는데 나는 숨겨진 것까지 포함하면 최소 16만 호라 본다. 이렇게 미분양이 넘쳐나는데도 보금자리 주택을 다시 짓는다. 미분양과 보금자리주택은 둘다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비슷한 수요자층을 대상으로 하는 주택이다. 정말 주택을 필요로 하는, 그렇지만 은행 문턱도 높은 사람들이 필요한 주택이 아니다. 지금까지 주택시장에서 분양받아 살 수 있는 사람들, 이 사람들은 어디든 갈수 있다. 가령 보금자리 하남 시범 지구를 보면 인천에서도 신청한다. 여기서 살 사람은 아니다. 분양받으면 돈이 되기 때문에 그게 목적이다.

그래서 정부가 진짜 서민주택정책을 펴고 싶다면 보금자리 주택 짓는 대신 미분양을 매입해 공공주택으로 활용하면 된다. 평수가 큰 아파트를 리모델링해서 몇 세대 살 수 있는 집으로 개조하던가, 중산층에서도 장기 전세를 살려는 층을 대상으로 공급하던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미분양 매입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보금자리주택도 말이 보금자리지 기만적인 표현이다. 물량의 40~60%는 그냥 민간분양주택이다. 서민 약자들이 살 수 있는 집은 별로 없다. 용어 자체부터 코드화된 것이다.
▲ ⓒ프레시안 (최형락)

프레시안: 정부는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하는 명분으로 이를 방치할 경우 중소 건설사의 줄도산이 불가피하고, 이게 금융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클 수 있다고 한다. 어쨌든 최소한의 방어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이다.

조명래 : 시장 실패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물어야 한다. 공급자들이 자산을 털어서라도 비용을 지불해야한다. 사회가 왜 책임을 져야 하나? 현재 미분양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고분양가인데, 그렇다면 건설업자들이 분양가를 낮춰서 공급해야 한다. 건설사들이 이윤을 보지 않을 정도로 분양가를 낮췄는데도 소비자들이 살 여력이 없으면 그때 정부가 나서서 소비자가 매입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을 펴야 한다.

정부가 국민세금을 들여 해결해주는 방식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일시적으로 메우는 것에 불과하다. 이게 관행이 될 수 있다. 이번에도 2008년에 이어 두 번째로 미분양 아파트를 사주는 거다. 계속 비용이 발생하는 것 자체를 끊어야 한다.

차제에 건설산업 구조조정이 강력하게 돼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건설업 비중이 GDP의 18%로 매우 높은 편이다.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 왜 중소 건설업체들이 주먹구구로 장사해 발생한 비용을 세금으로 보전하나. 경기위기라는 건 자본의 구조조정이 담겨 있다.

MB정부, 참여정부 비난하면서 정책은 그대로

프레시안: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크게 두 가지 축이 있다. 하나는 종부세, 양도세 등 규제 완화를 통한 부양책. 이는 궁극적으로 부동산 부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다. 다른 하나는 보금자리주택을 통한 가격 안정책. 이는 서민층을 겨냥한 정책이라고 한다. 둘다 타깃으로 하는 계층이 명확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정책이다. 하지만 이 둘은 상호모순적인 정책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가 이런 투트랙 부동산 정책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나?

조명래 : 난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없다고 본다. 이 정부의 주택정책은 기회주의적 정책 뿐이다. 정치적 저항을 무마하거나 현 정부의 업적을 챙기기 위한 성과주의로 점철됐다. 주택 시장을 바꾸거나 서민을 어떻게 위하거나 이런 생각은 없다. 시장에서 문제가 없으면 그냥 없는 거다. 이 정부는 집값 뛰는 것도, 떨어지는 것도 원치 않는다. 왜냐면 당장 여기저기서 아우성을 치니깐.

일단 그런 기조가 깔렸고 전반적으로는 공급주의다. 할 수만 있으면 시장 자율에 맡기고 싶지만 그러면 집값이 뛰니까 정치적 부담이 있다. 원래 이명박 대통령은 참여정부 부동산 규제정책을 엄청나게 비판하고 정권을 잡으면 다 풀어서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도 참여정부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다 끌고 가고 있다. 자신들의 정책 철학과 맞지 않지만 이걸 건들면 집값이 뛰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참여정부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다 가져갔다고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2008년 한달에 한번씩 부동산 정책을 발표할 정도로 규제 완화를 많이 했다.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박은 대못을 다 뺐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는데?

조명래 : 뭐가 없어졌나? 종부세? 없애진 않았다. 남아 있다. 완화했을 뿐이다. 재건축 규제도 마찬가지다. 없애진 않았다. 금융규제인 DTI도 그냥 %만 조정했다. 파격적으로 정책 다 없앤 게 아니라 틀은 다 남겨 놓았다.

현 정부 초기 경제관료나 한나라당 의원 등과 부동산 정책 때문에 토론을 많이 했는데, 이 사람들이 정책 철학이 없고 굉장히 기회주의적이다. 그러면서 소비자보다 공급자 위주의 마인드다. 그건 현 정권의 세력적 기반이 건설업자, 강남, 부유층 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부동산 가격을 현상 유지시키는 정책을 쓰고 있는데 과거 정권이 그랬다면 그나마 괜찮았다고 본다. 이 정권이 이러고 있다는 점에서 훨씬 기회주의적이라고 본다. 지금은 이전보다 훨씬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주택시장의 흐름을 본다면 차제에 공급 중심의 정책을 바꾸거나 세제정책을 바꾸는 등 큰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하지 않는 것 자체가 역할 방기다. 5년 임기가 끝날 때까지 어떻게든 대과 없이 가면 된다는...참여정부는 이 정도는 아니었다. 실패했든, 반발이 많았든, 뭔가 건드리려고 했다.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진정성이 없고 그나마 제대로 된 정책을 펴지 않았음에도 가격이 요동이 치지 않은 건 전적으로 경기 위축의 후유증이다. 참여정부는 정책은 올바르게 펴도 정책으로 통치할 수 없는 IMF 이후 경기 활황의 후유증이 남아있었다. 지금은 다행히 그런 땔감이 없다. 정책을 제대로 안 펴도 큰 후유증이 없다보니 상징조작적인 보금자리정책이 덕을 보는 거다.

프레시안: 이전 정부만 같았어도 가격을 현 상태로 유지하려는 정책이 큰 문제가 아닌데, 이명박 정부는 책임 방기라는 주장에 대한 설명을 좀 자세히 해달라.

조명래 : 참여정부가 임기 말에 목표로 잡았던 게 버블세븐의 집값을 2004년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었다. 고점을 찍었던 2006년 당시 2004년 가격의 30% 정도 올랐으니까 그만큼이 거품이라고 본 거다. 지금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정상으로 가는 과정이다. 폭락이 아니라 정상화 과정이고, 정부가 연착륙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펴야 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지금 떨어지려는 집값을 막으려고 하고 있다. 각종 민간연구소에서 집값이 떨어진다는데 정부만 아니라고 한다. 지금은 집값을 떨어뜨리는 정책을 써야 한다.

또 하나, 이제 서울도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 지금쯤은 정부 정책이 3할 정도는 패러다임 시프트가 있어야 한다. 주거 공공성 문제도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계층은 시장에서 문제로 풀어야 한다. 아예 시장에 참여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문제를 공공의 영역에서 풀어야 하는데, 지금 보금자리주택 때문에 이 부분이 다 줄었다.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주거 약자들은 더 밀려난다. 이런 계층 위한 새로운 주택 행정 필요하다. 그러자면 토지비축이 필요하다. 공공주택을 마련하기 위해선 공공택지를 중장기적으로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 그런 목적으로 토공과 주공이 통합한 것이다. 근데 이런 건 안 하고 경영수익 사업 중심으로 간다.

세 번째로 패러다임 시프트까진 아니더라도 건설산업 구조조정은 반드시 해야 한다. 근데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있다.

DTI 규제 풀면 더블딥 올 수도 있다

프레시안: 현상유지를 바라는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보금자리주택 지구 등 토지보상이 대거 이뤄져 올 한해 토지보상금 20조가 풀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는 부동산 가격 상승의 땔감이 될 수 있는 요소다.

조명래: 물론 그런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제한된 보상금으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수요자 뿐 아니라 일반 시장참여자들이 투기적인 기대를 전제하면서 참여하는 게 동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활황은 크지 않을 것이다.

일단 실질 국민소득이 크게 늘지 않았다. 또 이미 가계의 금융부채 규모가 너무 크다. 주택을 살 여력이 있는 사람들의 주머니 사정이 한계에 어느 정도 이르렀다. 우리나라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가 150%인데, OECD 평균의 두배가 넘는다.

우리나라에서 주택을 산다는 것은 누구든지 투기와 투자가 구분이 안 된다. 누구나 집을 살 땐 사면 오를 거란 기대가 깔려 있다. 리스크 있더라도 부채 감당하면서 사려면 집값이 뛰어야 하는데 그럴 확률이 높지 않아 당장 투기적 활성화를 가져올 가능성은 낮다.

현 시점에서 저금리 정책에 대해선 나도 판단이 힘들다. 양면성이 있다. 부동산 관련해서는 금리를 올리는 것보단 금융규제를 하고 실거래가로 신고를 하고 여기에 투명한 과세를 하고, 이런 정책을 통해 통제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건설업계 요구 중 하나가 DTI 규제를 풀라는 것이다.

조명해: 금리는 유지해도 DTI 규제는 풀면 안 된다. 그러면 주머니 사정과 관계없이 부동산을 사게 된다. 현재 경기 위축 상태에서 부동산가격이 하락하니까, 과거 부동산 폭등에 대한 기억 때문에 여력이 안 되는 사람이 은행 대출을 왕창 내서 참여한다면 더블딥이 안 온다고 할 수 없다. 왜냐면 경기가 냉큼 회복 가능성이 높지 않다. 환율효과로 수출을 많이 하는 것 말고는 지금 대안적 성장 동력이 없다. IMF 이후처럼 IT 산업 등 새로운 경제부분이 살아나서 투자가 늘고 일자리 창출하고 이렇게 돈이 돌아가는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 세계경제 상황을 보면 수출 부분도 굉장히 전망이 불투명하다. 이미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가 큰 상황에서 추가적인 대출 생긴 상태에서 집값이 하락하게 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거품 붕괴가 일어날 수도 있다.

프레시안: 일각에선 일본식 거품 붕괴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조명래: 과연 어느 수준까지 떨어지는 것을 거품 붕괴로 볼 것이냐에 따라 얘기가 좀 달라질텐데, 가격이 떨어지는 것, 특히 현 수준에서 20-30% 정도 떨어지는 건 거품 붕괴라고 보긴 힘들다.

일본식으로 가격이 반토막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거품 붕괴라고 본다면 지금은 판단하기 이르다고 본다. 그 정도면 우리 경제 규모에서는 시장 자체가 붕괴하는 것이다. 경제 전반의 회복할 수 없는 후퇴가 올 것이다. 또 이를 막기 위한 정책적 저항과 대응이 나올 것으로 본다. 경우에 따라 박정희 식의 긴급조치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마이너스 성장 수준으로 떨어진 것도 아니고 재정도 일본에 비해 매우 건전한 상태라서 쉽게 그런 정도로 갈 거라고 보진 않는다.

현 부동산가 하락은 일시적 구조조정

프레시안 : 그렇다면 현재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 ⓒ프레시안(최형락)
조명래 :
일시적인 구조조정이라고 본다. 부동산 가격 그래프가 현재 아래로 꺾인 상태에서 어떻게 될 것인가? 이 국면에서 판단이 중요하다. 영국에서도 보면 주택 보급률이 100% 넘어선 상태에서 주택 가격이 크게 뛰었다. 금융위기 전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의 총량경제가 국민소득 2만불 수준에서 고착되거나 떨어진다면 집값은 완전히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2만불을 넘어 성장하면 부동산 가격은 다시 꺾이면서 상향할 것이다. 자본주의 발전과정에서 필연적이다.

데이빗 하비 같은 마르크스주의 학자들은 건조환경론이라는 이론을 제시하면서 자본과 노동이 만나 생산하고 소비하는 1차 자본순환영역에서 발생한 잉여가 사회에서 생산적으로 쓰이지 않을 때 이게 다른 자본순환영역으로 넘어간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같은 의제 자본형태로 넘어간다고 봤다. 이는 자본 순환과정에서 늘 발생하는 일이다.

우리도 80년대 후반 부동산 투기가 극심하다 90년대 초 노태우 정권이 200만호 주택공급, 토지공개념 등 정책을 도입하면서 집값이 안정됐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집값 폭등을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9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또 한번 크게 뛰었다. 그러다 IMF 위기를 맞아 집값이 서울의 경우 반토막이 났다. 이때도 사람들이 이제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국면에서 돈을 많이 번 사람들도 있었다. 당시 이자율이 연 20%대였다. 2000년대 초반 대형 평수 아파트들이 대거 들어섰다. 이걸 누가 샀나? IMF 때 돈 많이 번 사람들이다. 당시 김대중 정부가 부동산 경기부양을 위해 부동산 규제를 대대적으로 풀었다. 또 주상복합 등 새로운 주거 유형이 생기면서 부유층들이 이를 소비했다. 그러면서 2000년대 중반 다시 한 번 부동산 폭등기가 왔다.

나는 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나고 잉여가 축적되면 다시 또 부동산 투기가 재현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왜냐면 우리나라에선 부동자본이 갈 곳이 없다. 또 IMF 이후 주상복합이 새로운 투기 대상이 됐듯이 여전히 서울은 새로운 주택 유형을 통해 투기적 가치를 창출할 여지가 남아 있다. 지금은 총알이 다 떨어져 실수요 위주로 몰리다보니 소형평형이 오르지만 돈 있는 사람들이 또 다른 주택유형을 둘러싸고 치고받는 메커니즘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본다.

MB정부가 부동산가 하락을 방치할까

프레시안: 현재 침체기는 얼마나 갈 것 같나?

조명래: 생각보다 오래 안갈 수도 있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5%로 전망했는데 그정도 성장률이 매년 계속되면 집값도 그만큼 오른다고 본다. 물론 잉여가 발생하는 부분은 산업 전반이 아닌 수출, 대기업, 첨단 비즈니스 중심이 되겠지만, 그쪽에서 발생한 잉여자본이 결국 부동산으로 들어갈 것이다. 한국이 그렇게 경제 성장 해왔고 그렇게 부동자금이 움직여왔다. 그런 정책 메커니즘, 공급 메커니즘이 바뀐 게 없다. 부동산 불패신화에 대한 국민들의 기억도 여전하다. 이런 메커니즘이 바뀌지 않는 한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다.

결국 정부가 이런 투기 메커니즘을 척결하는 정책을 해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가 과연 그걸 할까? 현 정부는 결코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을 원한다. 이번에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고 양도세를 감면하고 그러는 중요한 이유가 건설산업을 되살리자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관료들과 얘기해보면 현재 부동산이 죽었다고 한다. 그 비교시점이 2006년이다. 2006년이 언제인가? 참여정부 때 가장 투기 열풍이 일었을 때가 아닌가.

프레시안: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

조명래: 이제는 주거복지 쪽으로 가야 한다. 주거복지 측면에서도 공공임대가 아닌 싱가포르처럼 공공자가 개념으로 가야 한다. 우리나라 임대주택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시장에서 거래된다. 이건 탈상품화된 게 아니라 시장대기형 상품이다. 전체 주택의 20~30%는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것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 이 정도를 갖고 있으면 시장 수요를 굉장히 흡수할 수 있다고 본다. 집이 있는 자든 없는 자든 모두가 시장을 기웃거리게 하는 수요압력을 줄여내면 시장 자체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장의 수급기능을 정상화하고, 시장 탈락자를 위해서는 정부가 제대로 된 주택을 공급하는 것, 정부가 써야할 주택정책의 투트랙은 이런 것이다.

물론 이게 쉬운 일은 아니다. 토지, 재정, 관리시스템 다 따라가야 한다. 정부 내에 이를 관리하는 주택청이나 주택부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토지비축이 따라가야 한다. LH가 이 일을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LH를 지금처럼 수익에 대한 압력이 존재하는 공기업 형태로 두지 말고 주택청이나 주택부를 만들면 흡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택청 업무 절반은 토지 비축이 돼야 한다. 토지비축을 위한 재원은 국공립 자산 중 일부를 활용하고 각종 개발비 등 부담금을 전환하고 현재 복지재정 중에서도 주거와 관련된 부분을 활용할 수 있다. 또 지방정부에도 일정 정도 역할을 부여할 수 있다.

건설산업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지금 주택공급이 얼마가 적정한 수준인지 아무도 모른다. 민간업자가 맘대로 지어서 공급하는 셈이다. 건설사 구조조정을 통해 공급자 위주가 아닌 수요자들의 요구에 맞는 공급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 우선 해야할 게 지금처럼 선분양하는 게 아니라 후분양제도다. 시장의 수요자들이 상품을 보며 결정하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하자면 주택정책에 대한 통치권자들의 사고를 전부 바꿔야 한다. 앞에서 우리나라에서 아직은 일본식 거품붕괴가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위험요소는 분명히 있다. 지나치게 비대해진 건설업이 중앙 정치권력과 유착돼 있다. 일본의 토건세력은 지방 정치를 장악하는 수준에 그쳤다. 우리처럼 중앙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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