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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품 붕괴, 더이상 전망 아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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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부동산 거품 붕괴, 더이상 전망 아닌 현실이다"

[부동산 전문가 인터뷰]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한국에서 부동산 거품 붕괴에 대한 경고는 사실 새롭지 않다. 한국의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PIR, Price to Income Ratio)은 2008년말 현재 6.26으로 미국(3.55), 일본(3.72)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다. 범위를 서울과 강남으로 좁히면 거품은 더 확연히 드러난다. 직장 생활을 하는 노동자가 서울에서 100㎡(33평형) 아파트를 마련하려면 37.5년, 강남에서 같은 크기의 아파트를 마련하려면 56.1년을 저축해야 한다는 분석이 있다.

반면 정부와 부동산 정보업체, 경제지 등 일부 언론에서는 '거품은 없다'고 주장해왔다. 또 '부동산 불패론'이 매번 현실로 입증됐던 게 사실이다. '부동산 투기세력과 전쟁'을 선포했던 노무현 정부에서도 집값은 올랐고, 세계경제위기로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 집값이 다 떨어졌던 2008년과 2009년에도 일시적인 충격은 있었지만 서울 강남의 집값은 무너지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초부터 다시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거래가 완전히 얼어붙은 가운데 시장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현 국면이 끝을 모르고 치닫던 상승기가 끝나고 하락세로 접어든 변곡점이 될 것인가? 아니면 이명박 정부의 강한 부동산 경기 부양 의지가 다시 불쏘시개로 작용해 국면을 전환시킬 수 있을까? 만약 부동산 시장이 대세 하락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라면 거품 붕괴에 따른 고통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인 무엇일까? 높은 집값 때문에 내집 마련에 대한 희망을 빼앗겨 버린 대다수 국민들을 위한 주택정책은 어떤 것인가? 지금 부동산 시장에 던져진 숱한 질문들을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편집자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부동산 대폭락'이다.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0월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선대인, 심영철 지음)라는 책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책 제목으로 등장한 '대폭락'은 본인이 아니라 출판사 쪽에서 선택한 것이라고 약간의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이제 부동산 거품 붕괴가 시작됐다는 판단은 확고하다. "부동산 대세하락은 더 이상 전망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게 현 시장 상황에 대한 판단이다. 기본적으로 중요한 지지세력이 강남 부동산 부자들인 이명박 정부가 2008년처럼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쓴다고 하더라도 반등의 에너지가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큰 흐름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거품 붕괴의 충격이다. 거품이 크면 그만큼 붕괴 충격이 큰데, 이명박 정부는 2000년대 내내 이어진 거품이 빠지는 것을 인위적으로 막고 있다. "어느정도 부동산 경착륙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크래쉬 랜딩(불시착)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정부가 지금 당장의 고통을 피하려는 단시안적이고 무책임한 정책 결정으로 한국경제를 계속 왜곡시키고 있다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선 부소장은 정부가 6월 지방선거 등을 의식해 연 2.0%인 사상 최저금리를 당분간 유지하려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현재 위기의 핵심은 8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인데 이를 외면하면서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면서 건설사 부실을 가계로 떠넘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저금리 기조를 장기간 이어가는 것은 물가폭등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고,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서민들이다.

선 부소장은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이 현재의 대세하락의 촉매제가 됐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지금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실수요자들이 도저히 살 수 없는 고분양가 때문이지 보금자리주택 효과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또 보금자리주택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서민주택 정책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았다.

"현 정부는 2008년 하반기에 종부세, 양도세, 상속세 등 부동산 세금을 모두 완화했다. 또 4대강 사업, 경인운하, 새만금사업 등은 모두 토건부양책 아닌가. 정부가 직접 미분양 아파트를 사주기까지 했다. 건설업체 떠받치는 게 정부 정책의 근간이다. 반값 아파트는 포장술에 불과하다."

다음은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 전문.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프레시안(최형락)
반등 에너지, 크지 않다

프레시안 : 부동산 대세하락을 오래도록 주장해왔다. 최근 집값이 서울 강남 중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하락하고 있다. 대세 하락이 시작됐다고 보나?

선대인 : 큰 흐름에서 볼 때 부동산 시장은 이미 정점을 찍고 변곡점을 넘어섰다. 장기간에 걸친 대세 하락 초입에 다달았다고 본다. 2008년 하반기부터 2009년 초까지 굉장히 가파르게 주택 값이 떨어졌다. 이번 주택시장 침체는 2009년 잠시 올랐던 부동산이 다시 내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프레시안 : 2008년 미국발 세계경제위기로 서울 강남 등 아파트 값이 폭락했다가 2009년 다시 올랐다. 일부 지역은 2006년 고점을 회복한 지역도 나왔다고 한다. 그러다가 다시 하락하기 시작한 것인데 무슨 근거로 대세 하락을 이야기하나?

선대인 :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데이터들이 있다. 이 데이터들을 보면 정부가 작년부터 그렇게 많이 유동성을 쏟아 부었음에도 반등 에너지가 매우 약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먼저 작년 잠시 지속된 가격 상승의 폭을 보라. 9월경인데 당시 대부분 언론이 강남뿐만 아니라 수도권 전역이 폭등을 시작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실제로는 강남 재건축 가운데서도 고점을 회복하거나 넘어선 곳은 20%가 안 됐다. 주류 언론 보도가 모두 침소봉대였다.

거래량도 마찬가지다. '거래량이 바닥에서 30%가 늘어났다'고들 했지만 그렇게 늘어났다는 거래량이 수도권의 경우 2006년 4분기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부동산에 관심을 완전히 꺼버렸냐면 아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정부도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주니 가계부채는 계속 늘어났다. 가계부채 폭증에도 주택시장이 오르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반등 에너지가 약해졌다는 의미다. 지금 당장이라도 추격 매수세가 끊어지면 약간의 외부 변수 발생만으로도 부동산 시장은 금방 가라앉을 수 있다. 혹시 정부가 어떤 정책적 변수를 내놓아 흐름을 바꿀지 모르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프레시안 : 건설업체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는 것도 대세 하락의 전조인가?

선대인 :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인천 청라 등 청약대박 광고가 신문에 줄을 이었다. 당시 나는 결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건설업체들이 마지막 투기 심리를 조장해 주택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고, 이에 따라 반짝 대박을 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밀어내기 분양이 이어지고 있다. 수요가 도저히 못 따라가는 상황에 부딪히면 미분양 문제가 크게 터질 것이다.

최근 경제연구소들이 인구구조 문제, 주택공급 등을 갖고 대세하락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을 한다. 그러나 대세하락은 이미 시작됐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하는 주택 실거래가를 보면, 수도권은 중대형평형 기준으로 20% 정도가 떨어졌다. 대세하락은 전망이 아닌 현실이다.

5년 이상 장기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

프레시안 : 정부나 부동산 정보업체의 주장은 다르다.

선대인 : 내가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은 부동산 정보업체의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부동산 정보업체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그들은 절대 공급과잉이라는 소리를 안 한다. 멸실 주택이 많기 때문에 집값이 뛸 것이라는 얘기만 한다. 누구나 이들 자료를 주의 깊게 살피면 공급 부족이 아니라 공급 과잉이 현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해관계에 물들지 않았다면 누구나 경고할 수 있다.

프레시안 : 공급과잉이 지금 심각하다고 보나?

선대인 : 앞으로 심각해질 것이다. 지금은 사람들이 공급과잉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재개발, 재건축이 워낙 대규모로 이뤄지다보니 멸실 주택이 일시적으로 늘어나서다. 그러나 이 상태로 2~3년가량 지나면 사람들이 확실히 느끼게 될 것이다. <위험한 경제학>에서 이미 밝혔는데 2015년에는 36만 호 정도가 공급과잉이 될 것이다.

버블이 크면 붕괴 충격이 크다. 또 버블이 생성된 기간과 버블이 꺼지는 기간은 비례한다. 이건 모든 나라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198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1차 버블에 비해 2000년대 내내 이어진 2차 버블이 훨씬 규모가 크고 기간도 길다. 그만큼 버블 붕괴의 충격이 크고, 기간도 길어질 것이다.

공급과잉 물량은 2012년부터 쏟아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칠 2013~2014년 정도가 되면 시장이 받는 충격은 더욱 클 것이다.

지금 폭락을 논하기는 어렵지만 이때가 되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소 5년 이상은 장기침체가 이어질 것이다.
▲ ⓒ선대인

프레시안 : 최근 국면에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 혼란스럽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가 언론 보도 탓도 있다. 언론과 건설업계의 유착관계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간파하고 있는 것은 과거와 달라진 점이기는 하지만, 그러다보니 언론 보도를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고민이 생겼다. 그래서 더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다.

선대인 : 지금 부동산 문제는 정부와 부동산업체, 언론의 선동보도의 합작으로 심각해졌다. 이들이 제 역할을 했다면 이 정도로 시장이 사기판이 되진 않았을 것이다.

최근까지 건설산업연구원은 주택시장이 오를 것이라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일인가구가 많아진다'고 했다. 그런데 일인가구를 들여다보면 대부분이 저소득층이다. 주택 구입 여력이 없다. 이 논리가 안 먹히다보니 다시 끌고 나온 게 '남북통일이 되면 인구가 늘어나니 집값이 안 떨어진다' '정부가 이민 정책을 적극적으로 쓰면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수준이었다. 북한 사람들이 서울의 비싼 주택을 살 능력이 있다는 말 아닌가? 이런 걸 보도해주는 언론도 큰 문제였다.

국토부가 건설업계 대변자인가

▲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지난달 국토해양부는 김광수경제연구소, 산은경제연구소 등에서 버블 붕괴를 경고하는 보고서가 나오자 이례적으로 반박자료까지 냈다.

선대인 : 어불성설이다. 국토부가 전문 연구기관도 아닌데 연구기관 발표에 왜 반박자료를 내나? 국토부는 버블이 없다는데 그러면 지난 정권 내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한다면서 온갖 대책을 내놓은 건 뭔가.

뒤집어 보자. 버블이 붕괴할 우려가 없다면 작년에 부동산 부양책은 왜 냈나? 버블이 없다는 건 곧 버블 붕괴도 없다는 것 아닌가. 결국 국토부 스스로가 건설업계의 이해나 대변해주는 이권집단임을 입증한 것에 불과하다.

반박논리도 황당하다. 국토부는 "거품이 강남권 등 일부에만 끼었고 아파트만 기준으로 낸 수치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미국의 주택가격지수인 케이스실러지수도 10대 도시, 20대 도시 정도만 표본을 낸다. 국토부 논리면 우리나라 산골 구석구석까지 버블이 끼어야 버블이란 건데 이게 말이 되나? 그리고 2000년대 내내 국내 부동산 버블은 아파트를 핵심대상으로 한 투기 버블이었다. 단독주택과 연립주택에는 거품이 끼지 않았는데, 이런 주택들까지 모두 포함해 버블이 없다고 하는 것은 눈속임에 불과하다.

국토부는 한·미·일 비교자료를 두고 "똑같은 자료를 쓰지 않았다"고 반박했는데, 이는 국토부가 얼마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집단인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일본은 원래 주택지수라는 것 자체가 없다. 공업용, 상업용, 주택용 지가가 표시될 뿐이다. 이를 대리지표로 사용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프레시안 : 정책당국은 시장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장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문제는 위험한 수준에 이르기 전까지는 미세하게 변화시켜야 한다. 부동산 가격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정책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지금의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중간평가라고 할 수 있는 6월 지방선거도 앞두고 있다. 정부가 앞으로도 부동산 부양 정책을 이어갈 수도 있다고 보나?

선대인 : 정부의 흐름은 일관되게 부동산 규제 완화 아니었나? 현 정부가 작년 시장 움직임이 심상찮을 때 풀었던 규제정책 중 다시 묶은 것은 DTI 규제 밖에 없다.

사실 정부의 규제 완화책보다 더 중요한 게 기준금리 변동이다. 현재 유동성이 지나칠 정도로 풀려 있으니 금리를 조금씩 올려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부동산이 문제가 아니라 서민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물가가 뛸 수 있다. 김중수 총재가 청와대의 눈치를 봐서 당장 금리를 올릴 수 없다면 적어도 '조만간 올리겠다'는 수준의 시그널은 시장에 보내야 한다. 그런데 그는 얼마 전 가계부채가 큰 문제 아니라는 소리나 했다.

프레시안 : 기준금리를 함부로 끌어올렸다가 건설사가 무너지고, 가계 경제도 붕괴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선대인 : 거꾸로 물어보겠다. 작년 한 해 동안만 가계부채가 45조 원 늘어났다. 사상최저금리 수준에 DTI규제까지 풀렸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계부채를 그렇게 걱정하는데, 오히려 거품붕괴 에너지만 키웠다.

지금 가계부채는 무조건 줄여야 한다. 이미 가계신용이 700조 원을 넘어섰고, 한은 자금순환표 상 개인부문 금융부채는 800조 원이 넘는다(작년 말 현재 854조8000억 원).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로 150%에 육박한다. 문제가 심각하다. 이마저도 어느 정도 축소됐을 가능성이 높다.
▲ ⓒ선대인

프레시안 : 무슨 뜻인가?

선대인 : 우리나라는 전세제도가 있어 사람들이 전세를 끼고 추가 대출을 받아 집을 산다. 전세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동산 담보대출 규모가 줄어든다. 그러나 전세도 어쨌든 레버리지라고 봐야 한다. 전세가 없다고 가정하면 통계로 나타나는 가계부채 규모가 지금보다 훨씬 클 것이다.

정부 관료들이 굉장히 근시안적으로 부동산을 바라보고 있다. 이 땅에서 좋든 싫든 계속 살아야 하는 국민에게 부동산 거품은 종양과 같다. 당장 수술 때 생기는 출혈을 겁내서 종양을 키운다면 어찌되겠나? 그만큼 정부가 국민경제를 전혀 대변하지 않는다.

나도 연착륙을 바란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정도의 경착륙이 불가피한 단계가 아닌가 싶다. 지난 정부와 현 정부 모두 연착륙을 핑계로 부동산 거품을 계속 키워왔다.

저금리, 인플레이션 위험은 어쩌라고

프레시안 : 주택을 사느라 대출을 받은 가계가 입을 충격은 감수해야 한다는 말인가?

선대인 : 언제까지 빚 낸 사람들이 계속 안 갚고 살아야 하나? 이들의 대출이자 부담을 우려해 저금리 기조를 이어간다면, 거꾸로 은행에 예금을 넣어둔 사람들은 손해 보라는 말 밖에 안 된다. 인위적으로 이어가는 저금리 기조로 인해 예금수입자들은 그만큼 기회비용을 잃고 있다. 더군나 저금리 기조 유지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 서민들의 고통은 피해 아닌가?

보다 총체적으로 저금리 기조에 의한 국민경제의 부담을 따져 보자. 2000년대 내내 부동산에 돈이 몰렸다. 그만큼 생산적인 투자에는 돈이 몰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래서 공장이 덜 돌아가고, 일자리는 안 늘어나고, 소득도 제자리고, 은행빚 갚느라 소비도 줄었다. 특히 젊은이들의 피해는 엄청나다. 일자리가 줄어 취직도 안 되고, 집값이 올라 집을 사지도 못해 결혼도 늦어졌고, 심지어 출산마저 기피한다. 이런 사회에 미래가 있나?

부동산 거품에 득을 본 사람은 상위 5%정도 밖에 안 될 것이다. 이 사람들은 어차피 자기 책임 하에 부동산 시장에 투자한 것 아닌가. 그 사람들이 이득을 볼 때는 다 보고, 이제와서 '빚내서 투자했으니 인위적으로 거품을 만들어 떠받쳐야 한다'는 건 무슨 해괴한 논리인가?

오히려 지금 기조를 이어가다간 경착륙이 아니라 크래시 랜딩(crash landing)할 수 있다. 이런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

프레시안 : 집값은 떨어지는데 전세값은 오르고 있다. 대세 하락이 점쳐지면서 수요층이 주택 구입을 미루고 관망세로 돌아섰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세값 상승은 서민들에게 더 큰 문제다.

선대인 : 이미 매수포기자들이 많은데다 시장 흐름을 읽은 사람들도 매도에 나서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정상적인 시장 환경에서는 매매 수요를 가진 이들이 전세 시장으로 몰리면서 일시적으로 병목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전세대란'이라고 침소봉대하면 안 된다. 전세 거래량을 보면 2000년대 초반 대세 상승기 전세 거래량이 대단히 많았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전세시장도 침체다. 전세 호가만 오르지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 가격지수에서 발표하는 전세거래 동향조사를 보면 80% 가까이가 거래가 침체돼 있다고 응답한다.

보금자리주택=반값 아파트? 여전히 고비용 구조다

프레시안 : 최근 보금자리주택 정책이 논란이다. 서울 강남 등 입지가 좋은 지역에 시세보다 훨씬 싼값으로 아파트를 쏟아내 집값 하락 안정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김헌동 경실련 단장이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보금자리주택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선대인 : 보금자리주택 정책은 건설업체 입장에서 볼 때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 정도다. 주택시장이 이미 침체가 온 마당에 보금자리주택 정책이 얹어진 것뿐이다.

민간건설사 입장에서 보면 안 그래도 분양시장이 침체됐는데 자기들 상품보다 분양가가 더 낮은 주택이 입지 좋은 곳에 공급되니 마치 이 때문에 대세 하락이 이어진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값 하락이 보금자리주택 정책의 결과로 이해하는 것은 주택시장 전반적인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생긴 착각이다.

이미 작년 6~7월경부터 주택거래량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단계에 들어섰다. 실거래가도 7~8월부터 주춤해졌다. 그리고 작년 4분기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분량 시기 때는 이미 살 사람이 없었다.

보금자리주택은 본질적으로 나쁜 정책이다. 그린벨트 해제지역의 경우 공공임대주택 공급비중은 최소 50%를 넘었는데, 이제는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공공주택 재고는 전체 주택의 20~30%에 이르지만 우리는 4%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공공임대/전세 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하는데 '친서민주택'이라고 포장하지만 결국 최소 3,4억원 이상 되는 분양용, 매매용 주택 공급을 늘리고 있다. 이게 어떻게 잘한 정책인가?

반값이라고 정부가 떠들지만 그린벨트의 땅값 자체가 쌌다. 공급구조를 보면 오히려 더 고비용 구조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내에 다 짓겠다고 나서다보니 토지만 고가보상하게 됐다. 강남을 제외하면 인근 시세와 큰 차이도 안 난다.

또 지금 사전예약을 통해 분양을 진행하고 있는데 2-3년 지나 실제 입주시 현재 가격이 그대로 유지될지 의문이다. 노무현 정부의 판교 신도시 개발 때도 그랬다. 처음에 발표할 때는 평당 800만 원에 분양하겠다고 했다. 당시 분당보다 평당 500만 원 가량 싼 가격에 입지 조건도 좋았다. 그러다가 2006년 마지막 분양 때는 평당 1600만 원에 했다. 보금자리주택도 마찬가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그래도 이런 정책까지 내놓았으니 이명박 정부를 두고 무조건 '부동산 부자를 위한 정책만 한다'고 비판하기는 어렵지 않나?

선대인 : 이 정부가 양동작전을 펴는 것 아니냐. 현 정부의 중요한 지지기반이 부동산 부자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오죽하면 강남 부동산 부자들이 '이 정부가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있겠느냐'는 말까지 하잖나.

반값아파트는 포장술에 불과하다. 이걸 보고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거품을 빼고 있다'는 식으로 칭찬하면 문제가 있다. 실제로 현 정부는 2008년 하반기에 종부세, 양도세, 상속세 등 부동산 세금을 모두 완화했다. 또 4대강 사업, 경인운하, 새만금사업 등은 모두 토건부양책 아닌가. 정부가 직접 미분양 아파트를 사주기까지 했다. 건설업체 떠받치는 게 정부 정책의 근간이다.

가계부문도 그렇다. 가계대출 만기상환 연장 등을 당장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렵지만, 천문학적인 부양이다. 보금자리주택은 이런 온갖 부양책 사이에서 나오는, 전혀 서민용도 아닌 정책에 불과하다.

핵심은 건설사 구조조정, PF 대출이 아닌 '가계부채'

프레시안 : 경착륙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지만 어쨌든 충격을 최소화하는 게 최선이다. 부동산 시장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선대인 : 결국 핵심은 가계부채다. 기준금리 인상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건설업체 구조조정을 이끌어야 한다. 이미 건설업체들을 살리기 위해 국민의 혈세 수십 조, 수백조 원을 퍼줬다.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1998년에 4000개가 조금 넘던 건설업체 수가 2001년에는 1만3000여개에 달했다. 지금도 1만2000개가 넘는다. 1998년 부도업체 수가 520개 정도였고 2002년, 2003년에도 120개, 150개씩 부도났다. 그런데 작년 건설업체 부도 수가 80개 수준에 불과하다. 건설업계 구조조정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틀어막고 있다는 증거다.

이렇게 지원해준 결과가 결국 고분양가로 국민에게 돌아왔다. 지금 한국경제 위기의 핵심은 가계부채이지, 건설업이 아니고 PF대출도 아니다. 온갖 언론들이 PF대출이 문제라고 하는데, PF대출 잔액이 11조20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가계부채가 800조 원을 넘어섰는데도 말이다. 진보언론이고 보수언론이고 가리지 않고 근본적인 문제를 호도하는 주장이 마구잡이로 나오는 것을 보면 황당하다.

프레시안 : 적어도 지금 정부의 정책기조를 보면 건설업체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 이대로 가다가 일본식 장기불황이 올 가능성도 있다고 보나?

선대인 : 완전히 똑같지는 않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도 없다. 특히 주택시장은 일본식 장기침체로 가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이 지난 1992년부터 1994년 사이 우리처럼 부동산 위기론에 시달렸다. 그런데 당시 일본 정부는 한해 전체 예산에 해당하는 경기부양 예산을 짜서 그 절반 가까이를 건설업체에 쏟아 부었다. 구조조정을 지연시킨 것이다. 이로 인해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까지 적자에 허덕이게 됐다. 이 때 살아남은 건설업체들은 뭘 했겠나? 시장수요를 넘어서는 주택공급을 지속했다. 결국 1993년이 지나자 부동산 버블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주택공급이 늘어났다. 수요는 줄어드는데 구조조정은 전혀 이뤄지지 않다보니 부실채권은 수면 아래에서 계속 늘어났다. 일본의 장기 경기침체의 주요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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