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학교를 벗어나서도 또 다른 전쟁을 치르며 하루하루를 사는 아이들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가난과 싸워야했던 청소년들이다. 가난은 단지 '갖고 싶은 것을 갖지 못하는 불편함'의 수준을 넘어 때로 그 청소년의 가정을 통째로 부숴버리기도 하고, 어린 나이에 경험하지 않아도 될 세상의 잔인함과 마주치게 하기도 한다.
지난해 5월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아동·청소년 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아동·청소년 가운데 최저 생계비 이하의 절대 빈곤층은 7.8%였고 상대빈곤층은 11.5%였다. 전체 청소년의 87%가 부모와 함께 거주하고 있는데 반해, 빈곤 아동·청소년 가운데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비율은 절반도 안 됐다.
당연히 그들 중 많은 수는 학교를 그만두고 생계 전선에 뛰어든다. 학교를 다니더라도, 그들은 용돈이 아닌 생계를 위해 노동을 한다. 우리 주변 곳곳에 있지만, 세상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빈곤 청소년의 이야기를 2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다른 사람은 놓치지 않는 것들을 가난하면 놓칠 수밖에"
가고 싶은 곳이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은 것은 또래와 다를 리가 없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그들은 무조건 참고 견뎌야 하는 것이 너무 많다. 그것이 때로는 넷북이나 아이폰, 해외여행과 같은 것이기도 하고 때로는 "친구가 입는 5만 원짜리 티셔츠 대신 만 원짜리 티셔츠 5장"이 되기도 한다. 87세 외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나오는 월 50만 원이 수입의 전부인 은서(가명, 17)는 "다른 사람은 놓치지 않을 수 있는 것들을 가난하면 놓칠 수밖에 없다"는 말로 그 둘이 사실 같음을 설명했다.
가난해서 불편했던 기억을 물어보자 은서는 고등학교를 자퇴할 때 얘기를 꺼냈다.
"자퇴하기로 결정하고 다 얘기가 끝났는데 학비 문제가 생긴 거예요. 내가 기초생활보호대상자여서 학비를 국고에서 지원을 받거든요. 근데 3분기 수업료가 내내 안 들어와서 이상하다 생각만 하고 못 내고 있었는데 자퇴할 때 보니 그 돈이 할머니 통장으로 들어가 있었던 거죠. 할머니는 당연히 무슨 돈인지도 모르고 이미 다 써버렸고. 학교를 다니고 있으면 상관이 없는데 그만두려니 학비를 다 정산하지 않으면 자퇴 처리가 안 되더라고요. 그때 너무 힘들었어요."
은서의 '자퇴 결심'의 마지막 걸림돌이 됐던 3분기 학비는 20만 원이다. 결국 은서는 자신 앞으로 나오는 그달 생활비를 몽땅 학교에 갖다 주고야 학교를 떠날 수 있었다. 은서는 "그러고 나니 정말 돈이 한 푼도 없어서 그때 '알바(아르바이트)'를 미친 듯이 했다"며 웃었다.
공동체 가정, 그룹 홈(group home)에서 사는 지은(가명, 21)은 그나마 나은 편인지 모른다. 지은과 함께 사는 6명의 동생들에게 나오는 수급비를 모아 2명의 선생님들이 샴푸도 사고, 먹을 것도 사고, 매달 차비도 지원해주면서 가계부를 책임져주기 때문이다. 물론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이들이 받는 돈은 거의 대부분 생활비에 들고 핸드폰 요금 등 다른 비용은 모두 지은이 감당해야 한다. 1년에 30만 원 정도 드는 방송통신고등학교 학비도 지은이 모아서 낸다. 일반 고등학교였다면 국가로부터 학비 지원까지 받았겠지만, 방통고는 보조교육기관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수입원 역시 아르바이트다. "아르바이트 자리가 있을 때 번 돈을 조금씩 모아뒀다가 필요할 때 쓴다"는 지은은 "사실 나는 돈 관리 하나는 자신 있다"고 했다.
"사람들이 나한테 '넌 가난한 집 애 같지 않다'고 해요. 가난하면 꼬질꼬질하게 입고 다니고 못 배워서 무식하다고 생각들을 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는 거죠. 그런 생각이 편견인데 그걸 모르고. 사실 내가 은근히 꼼꼼하고 깔끔하거든요. 나도 유행 따라가는 거 아주 좋아하고요. 발품을 많이 팔아서 싸게 모든 것을 해결하죠."
▲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이들이 받는 돈은 거의 대부분 생활비에 들고 핸드폰 요금 등 다른 비용은 모두 지은이 감당해야 한다. 물론 그 수입원 역시 아르바이트다.ⓒ연합뉴스 |
지은의 머리는 옅은 갈색으로 염색돼 있었다. 지은은 "이 머리가 얼마짜리로 보이냐"고 물었다.
"머리 염색도 가지가지예요. 10만 원, 12만 원 주고 할 수도 있고 6만 원, 아님 3만5000원 짜리도 있고요. 내 머리? 4900원이예요. 사실 인터넷 검색을 조금만 해보면 12만 원 짜리 염색약에 들어간 성분이 뭔지도 알 수 있고, 발품을 팔면 길거리 좌판에서 파는 염색약 중에 같은 성분의 약도 찾아낼 수 있죠. 지금 이 옷도 마찬가지고요.(웃음)"
"돈이 없어 재능을 버려야하는 아픔, 아세요?"
그 뿐 아니다. 공동체가정에 들어온 뒤 지은은 한 달에 10~20만 원씩 엄마에게 보내준다. 자궁암 수술을 받았던 엄마가 최근 재발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전부터도 호르몬제 등 다달이 들어가는 약값에 보태라고 보내주는 돈이다. "솔직히 비싸다고 다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지은에게도 가난은 너무 자주 자존심을 건드린다.
학교에 다닐 때가 제일 심했단다. 학기 초, 교실 환경미화를 할 때부터 부잣집 아이와 가난한 집 아이는 다른 대우를 받는다. 형편이 괜찮은 아이를 불러 "교실에 커튼 좀 달게 엄마한테 얘기 좀 해 줄래" 묻던 선생님은 가난한 집 아이에게는 "너희는 그냥 청소나 열심히 해"라고 말했다.
"그 외에도 많아요. 내가 왜 준비물을 못 챙겨왔는지 뻔히 알면서 애들 앞에서 '너는 왜 매일 준비물을 안 사 오냐'고 구박을 하고요. 급식비도 늘 문제죠. 내가 초등학생일 때만해도 급식비 지원이 잘 안 되던 때였거든요. 한 번은 전교에 교내 방송으로 급식비 밀린 애들 명단을 부르면서 일으켜 세운 적도 있었어요."
학교를 중퇴한 후에도 가난은 지은과 은서의 삶 제일 가까이 있다. "배우는 것에 대한 욕심이 워낙 많다"는 지은은 그룹 홈에 들어온 뒤에 많은 것을 배웠다. 웃음치료사 자격증, 레크레이션 자격증도 땄고 미술치료, 목공예, 양초공예, 천연비누 만드는 법 등도 배웠다. 어떤 것은 기관의 지원을 받아 정식으로 수업을 들었고, 또 어떤 것은 사정을 얘기하고 어깨 너머로 눈치로 배우기도 했다. 그 중 하나는 통기타다.
"비 오는 날 집에 불 다 꺼놓고 통기타 쳐 봤어요? 장난 아니게 좋아요. 기타 치는 법도 어깨 너머로 배웠는데 기타 살 돈이 없어서 요즘은 다 까먹었죠. 남들은 '나중에 다 기억날 거야'라고 하는데 나는 그게 너무너무 속상해요. 그 아픔을, 가진 사람들은 모른다니까요. 10만 원짜리 기타 하나 살 돈이 없어서 내가 어렵게 얻은 재능을 잃어버려야하는 아픔 말예요. 그럴 땐 참 원망스러워요."
요즘 지은이 제일 하고 싶은 건 운전면허증을 따는 일이다. 정식으로 학원에서 배우려면 75만~100만 원 가량 든다. 지은은 "싸게 딸 수도 있다고 하는데 다른 건 몰라도 운전만큼은 제대로 배우고 싶은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못 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사장님'이 늘 하는 말 "너 아니어도 일할 애들은 많아"
방송통신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지은이 대안학교 하자센터에서 운영하는 '영 셰프 요리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올해부터는 아르바이트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 종일 수업이 있는 요리학교에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나가야 하고, 일요일은 고등학교 수업이 있다.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날은 토요일과 월요일 뿐인데 지은은 "내 처지에 딱 맞는, 그런 알바는 세상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하는 날 조절? 사장들이 그런 걸 왜 해줘요. '너 아니어도 일할 애들 많아.' 늘 듣는 얘기예요."
지은은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다. 당구장, 전단지 돌리기, 주유소, 핸드폰 부품 납땜 공장, 스크린 경마장, 고깃집, 만두집, 편의점, 카페, 녹취 풀기. 종류만 나열해 봐도 이렇다. 제일 처음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때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열네 살 때다.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한 달 평균 40만 원을 벌었다.
미술에 소질이 있는 은서는 혼자 포토샵을 배워 디자인 아르바이트를 한다. 인터넷 사이트도 만들어주고, 홍보물도 만들어준다. 그렇게 버는 돈은 한 달에 많아야 10~15만 원.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시민사회단체에서 요청하는 것은 무료로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서도 "여름부터는 디자인 알바 말고 본격적으로 알바를 구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기초생활수급비로는 87세 외할머니와 도저히 생활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아르바이트는 단순한 사회 경험이 아니다. 은서가 너무 갖고 싶다는 "아이폰이나 넷북" 등을 사기 위한 부차적인 수입도 아니다. 아직 정식으로 취직할 수 있는 나이가 못 된 빈곤 청소년에게 아르바이트는 먹고 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5명 가운데 1명은 '노동'하는 청소년 일하는 청소년의 숫자는 점점 늘어가고 있다. 지난해 8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만 15~19세의 청소년 329만4000명 가운데 일하는 청소년은 6.5%인 21만3000명에 달한다. 이 조사는 조사 시점에 아르바이트 등 일을 갖고 있는 청소년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한 번이라도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비중은 이 조사보다 크게는 4배 가까이 난다. 지난 2007년 국가청소년위원회 조사에서는 21%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2009 아동청소년 백서'에서는 조사 시점을 기준으로 1년 내에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 청소년이 19.3%에 달했다. 청소년 5명 가운데 1명은 '노동'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 조사에서 취업의 동기를 묻는 질문에 48.0%는 "학업·학원수강·직업훈련·취업준비 등을 병행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생활비 등 당장 수입이 필요해서"라는 답도 14.3%나 됐다. 이들은 주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영세한 상점에서 일하고 있었다. 패스트푸드점, 까페, 음식점, 편의점, PC방, 주유소 등이 그 예다. 통계청 조사에서 일하는 청소년 가운데 44.9%는 숙박음식점 등 개인서비스업에서, 26.6%는 도소매 등 유통서비스업에서 일을 했다. 사업장 규모를 보면 5인 미만 사업장이 45%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5~9인 사업장은 23%, 10~29인 사업장은 13%였다. 10인 미만의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청소년이 전체의 78%나 되는 셈이다. |
주유소 과장의 성희롱에 사장은 "니들이 조심했어야지"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든, '추가 용돈'을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든 이들은 처음으로 경험한 노동의 현장에서 "강자가 약자에게 뿐 아니라 약자일수록 약자에게 더 잔인한" 세상을 만난다. 힘없는 아이들이라는 이유로 이들은 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빼앗기는 것은 물론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각종 폭력에 시달려야 하는 것이다.
제일 기억에 남는 아르바이트 경험을 묻자 지은은 생각할 틈도 없이 "성희롱 당했을 때"라고 털어놨다.
"주유소에서 일할 때였어요. 거기 과장이 나를 무릎에 앉혀 놓고 뒤에서 껴안더라고요. 그 과장이 그때 36살이었고 내가 15살이었으니 스무 살 차이도 더 나는 거죠. 사장한테 말을 했더니 오히려 '니들이 조심해야 한다'며 '그냥 잊어버리고 조용히 하라'고 하던데요? 문제가 커지는 게 싫었나보죠."
그 일이 있고 나서도 지은은 바로 그 주유소를 그만둘 수 없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돈이 필요해서." 사장은 잊으라 했지만, 지은은 잊을 수가 없었다.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은서도 비슷한 얘기를 털어놨다. 자신의 경험은 아니었지만, 은서는 아르바이트 삼아 10대 여성의 아르바이트 경험을 증언한 녹음 파일을 문서로 정리하는 일을 하면서 별별 사례를 다 봤다.
"한 청소년은 고깃집에서 일할 때 자기가 하녀인 줄 알았다고 했어요. 고기 굽는 것 뿐 아니라 아저씨들이 자꾸 '술 한 번 따라봐라'고 그런다고. 팔을 잡고 안 놔주는 사람도 많대요. 나 같으면 물수건이라도 던졌을 꺼야. '정신 차려' 이러면서.(웃음)"
"최저임금 어겨도, 근로기준법 어겨도, 공무원과 사장은 '사바사바'"
▲ 몇몇 "정신 나간" 아저씨들의 일상적인 폭력 외에도 청소년 노동은 사회가 용인해주는 '노동 착취'에 일상적으로 시달린다. 법정 최저임금은 의미가 없다. ⓒ연합뉴스 |
"법 안 지키는 곳이 거의 전부라고 보면 되요. 최저임금이 3770원일 때도, 처음 들어가면 무조건 3000원부터 시작했어요. 최저임금 얘길 꺼내면 점점 올려준다고만 하죠. 그러면 나는 한 시간 일할 때마다 770원을 못 받는 건데. 10시간이면 7000원, 7000원이면 담배가 3갑이잖아요?(웃음) 편의점에서 일할 땐 음식물 쓰레기가 돼야 할 걸 나보고 점심으로 먹으라고 줘요. 삼각김밥 하나로 배가 채워지지도 않지만, 내가 무슨 개, 돼지도 아니고."
지은은 말했다. 성남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너무 화가 나서" 친구들과 작정하고 노동부에 신고도 해 봤다. 물론 달라지지 않았다.
"만두집이었는데, 최저임금을 안 줘서 신고한 거거든요. 그랬더니 노동부 사람 말이 '거기 원래 그래요. 또 그랬어요?' 이러대요. 그리곤 사장님 바꾸라고. 어른들끼리 통화하더니 유야무야 끝났죠. 어른들끼리는 '사바사바'가 되잖아요. 청소년은 싼 맛에 쓴다고 생각들 하니까요."
"법대로 하자"고 따지면 당연히 잘린다. 지은은 "거기서 잘리면 나는 돈 벌 곳이 없는데 싸울 수는 없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방통고를 다니면서 주말에는 일을 할 수 없어지자 지은이 할 수 있는 일자리는 더 줄어들었다.
"친구들은 성년이라고 호프집에서도 일하는데 나는 미성년자니까 갈 곳이 별로 없어요. 그러니 참아야죠. 날씬하고 예쁜 애들은 호프집에서 짧은 치마 입혀 놓고 시급 6000원도 줘요. 그 친구가 한 달에 120만 원씩 벌 때 나는 편의점에서 주 5일, 9시간씩 일하고 37만~42만 원 벌었거든요. 그 조건에 나를 써 주는 곳이 거기밖에 없는데 거기다 대고 시급 작다고, 왜 식대 안 주냐고 대들어 봤자죠. 어차피 질 것도 뻔하고."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 노동부는 1.3% vs 통계청은 63.7%
지난해 11월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가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청소년 10명 중 3명은 아르바이트 중 폭언·폭행·성폭력 등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폭력이 21.6%로 가장 많았고, 폭행(4.2%)이나 성희롱·성폭력(2.7%)도 적지 않았다. 가해자는 사업주, 상사, 고객으로 다양했다. 하루 평균 6시간 넘게 일하는 청소년이 44.3%에 달했지만, 휴식 시간이 따로 없는 경우도 62%나 됐다. 근무 중 식사 문제에 대한 조사에서는 13.6%가 "팔고 남은 재료로 밥을 먹는다"고 답했고,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식대 대신 준다"는 답도 1.4%였다. 2009년 시간당 4000원이었던 법정 최저임금 미만의 시급을 받는 청소년은 무려 34%나 됐다. 3500~4000원이 15%, 3000~3500원이 13%, 3000원 미만도 5%였다. 지난해 8월의 통계청 조사는 그 비율이 더 높게 나온다. 당시 법정 최저임금 4000원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이 12만3000명, 무려 63.7%로 나타났다. 하지만 같은 해 9월 노동부는 청소년 고용 사업장 807개를 대상으로 벌인 근로감독 결과, 최저임금 이하를 지급한 사례는 1.3%, 28건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런 차이에 대해 배경내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상임활동가는 노동부의 근로감독이 형식적으로 벌어지는 데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 활동가는 "노동부는 서류가 갖춰져 있는, 즉 감독하기 편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피상적 법 위반 정도만 감독하며 사업주 얘기만 들을 뿐 청소년의 말은 반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3월 노동부 장관과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청소년 노동은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를 위해 관계 법령 및 정책을 개선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노동부에는 "근로감독행정 강화를 위한 조치 강구"를, 교과부에는 "노동인권교육을 정규 교과과정에 포함시킬 것"을 권고했다. |
'자립' 준비하는 지은 "남들보다 늦어도 나는 내 삶을 살겠다"
아버지와 오빠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가출한 지은에게 태어나 처음으로 가정다운 가정이 되어 주었던 그룹 홈도 올해가 지나면 떠나야 한다. 수요에 비해 공급은 적어 대기자가 많은 만큼 성인이 되면 떠나야하는 것이 그룹 홈이다. 지은은 20세가 넘었음에도 방통고를 다니는 학생이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있을 수 있었다. 내년 2월이면 방통고도 졸업이니 "자립의 날"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자립은 지은의 삶에 또 한 번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당연히 스트레스도 엄청나다. 지은은 "요즘 밤에 한숨을 쉬면서 깨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는 고민이 됐어요. '나중 일이야'가 안 되는 거예요. 엊그제가 1월이었는데 벌써 4월이잖아요. 자립 고민을 많이 하면서 같은 집에 사는 동생들에게 잔소리도 늘었어요. '언니 봐라, 시간 진짜 빨리 간다'는 잔소리요. 애들은 아직 모르죠. 14살 막내한테 '애니메이션은 조금만 보고 30분이라도 영어 공부 좀 해' 그러면, '얘가 뭐라는 거야' 이런 눈으로 나를 쳐다봐요.(웃음)"
역시 방통고를 다니는 학생이란 이유로 스무 살이 넘도록 받고 있는 한 달에 30만 원 가까운 기초생활보호대상자 수급비도 끊길 것이다. 내년 3월이면 지은은 정말로 오롯이 혼자 힘으로 다시 살아가야 한다. 서울 이 비싼 땅 덩어리에서 혼자 살 공간을 마련할 수 있을까,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서는 전문대라도 가야하는데 학비는 또 어떻게 마련할까. 고민은 태산이지만, 그래도 지은은 "남들보다 비록 조금 늦게 돌아가는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렇게 내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했다.
"함께 당당하게 살 길 찾고 싶다"
은서도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차이는 당당함이지만, 나는 가난한 사람도 당당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옷을 사러 가도 가난한 사람은 가격표를 먼저 본대요. 돈 많은 사람은 가격표 상관없이 우선 '이거 입어봐도 되요?'라고 말하고. 음식점에 가도 가난한 사람은 싼 음식만 찾지만, 부자들을 질을 따진다죠. 그런데 나는 잘 웃고 (가난한) 티도 내지 않으려고 스스로 노력을 많이 해요."
은서의 꿈은 "가난으로 무기력해진 청소년들을 많이 만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힘없는 소수자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싶어요. 특히 나와 비슷한 처지의 여성 청소년들요. 사실 남성보다 여성이 소수자고 그 중에서도 가난한 여성은 더 소수자고 가난한 여성 중에서도 나이 어린 청소년이 더 약자잖아요. 그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배고픈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요리를 해주는 '날라리 사회복지사'가 되고자 하는 지은의 꿈도 마찬가지 맥락에 있다. 세상은 그들에게 별로 해 준 것이 없는데, 그 팍팍한 세상에서 그들은 자신이 가진 얼마 안 되는 것마저 자신처럼 고통 받는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오늘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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