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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폭발음…발치에서 물이 찰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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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두 번의 폭발음…발치에서 물이 찰랑거렸다"

천안함 생존자들 첫 기자회견…"사고 원인 우리도 몰라 답답"

천안함 생존 장병들이 7일 국군수도병원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고 발생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에서 몇 명의 생존자들만 질문에 답을 한 후 공개석상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생존자들의 답변은 기자회견 직전 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 결과 발표 내용과 대체로 일치했다. 장병들은 논란이 됐던 '사고 시간 불일치'에 대해 당시 자신의 기억을 되살려 설명했다. 대체로 합조단이 발표한 '26일 밤 9시 22분' 전후였다.

다양한 의혹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증언도 나왔다. '물기둥을 보았느냐'는 질문에 생존자들은 "대부분 함내에서만 근무해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물이 샌다'는 실종자 가족의 증언에 대해서는 "사병들이 파이프에 맺힌 물을 착각했기 때문"이라며 함선에는 이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생존자 발표로만 놓고 보면 이제껏 제기된 사고원인 중 어느 하나 완벽히 맞아떨어지는 것은 없다. 생존자들이 내부 폭발 가능성과 피로파괴, 암초에 의한 파괴 가능성을 모두 강하게 부인했기 때문이다. 물기둥을 본 장병이 없었다는 증언으로는 어뢰나 기뢰에 의한 파괴 가능성도 떨어진다.

최원일 함장은 언론이 각종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을 두고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생존자들이 증언한 사고 당시 긴급했던 상황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7일 국군수도병원에서 천안함 생존자들은 첫 기자회견을 가졌다. ⓒ뉴시스

■ '생지옥'이었던 사고 현장

- 사고 당시 상황이 어땠나?

오성탁 상사(병기장) : 사고 순간 지하 2층에서 업무 보고를 준비 중이었다. 귀가 아플 정도로 크게 '쾅'하는 소리가 났고, 몸이 갑자기 '붕' 하고 떴다. 컴퓨터가 얼굴을 치고 지나갔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니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출입문을 열고 나가려 했는데, 출입문이 보이지 않았다. 발 밑에 뭔가가 느껴져서 만져보니 출입문이 발 아래에 있었다. 온 주위 책장 등이 다 출입문 위로 무너져 내려 급박했다. '살아 남아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손에 걸리는대로 모든 물건과 집기를 다 치우고, 약 15분 만에 격실을 빠져나왔다.

정종욱 상사(내연장) : 함선이 정전돼, 함미로 가서 발전기를 기동해 전원을 복구하려고 했다. 그러나 CP실을 나와보니 이미 함미는 사라졌다. (구조선의 불빛을 보고) '적일지 모르니 전 대원은 머리를 숙이고 있어라'는 함장의 지시를 이행했다.

김수길 상사(전탐장) : 잠을 청하기 위해 침실로 들어가 있었는데, '쿵'하는 소리가 났다. 침대에서 빠져나와 전탐실로 향하는 도중 다시 3~5초간 '쾅'하는 소리가 났고 배가 90도로 기울기 시작했다. 외부와 연결된 소화호스를 잡아 탈출하고 나니 발치에 물이 찰랑거리는 소리가 났다. 어두워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고, 다만 생존자들의 소리를 듣고 그 방향으로 이동해 구조됐다.

- 외부 공격인지, 내부 문제인지 확인이 안 되나?

김수길 상사 : 제가 자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폭발음을 두 번 들었다. 처음 소리와 다음 소리가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외부 공격에 의한 소리인지, 내부 문제에 의한 소리인지)는 느끼지 못했다. 다만 전탐장이었기 때문에 처음 소음은 어디에 부딪힌 것으로 생각했다. 두 번째 소리는 약간 폭음과 같이 느꼈는데, 천정에 있던 전등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조타관 : 암초였을 가능성은 없다. 암초에 걸린 배에서는 찢어지는 소리가 나고, 뻘에 갇힌 배는 출렁거린다. 외부충격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오성탁 상사 : 순간 화약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

최원일 함장(중령) : 사고 원인은 저도 궁금하다. 선체를 인양해 과학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 같다.

▲부상자들은 휠체어나 목발에 의지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윤한두 국군수도병원장은 "2명이 수술환자며 골절환자 등 4명은 보조기를 착용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 사고 시간 의혹은

- 사고 시간 보고가 왜 제각각인가?

최원일 함장 : 27일 실종자 가족들과 면담에서 밤 9시 25분이라고 말씀드린 이유는 통상 보고체계로 미뤄 시간을 추정했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 저는 책상 앞에서 한국형해군지휘통제체계(KNTDS) 자료를 검색하고 있었다. 당시 모니터 우측 화면에 뜬 시간을 마지막으로 확인한 게 밤 9시 23분이었다.

함정은 항해 중 정시와 30분, 두 번씩 기상보고를 한다. 그런데 통상 보고시간 5분 전, 6분 전에 실시한다. 그 정황을 바탕으로 제가 본 시각과 기상보고 시각을 합쳐 (9시 25분이라고) 말했다.

사고 다음에 제가 보고 시간을 번복했다고 언론 보도가 났는데 사실이 아니다. 다음 날 저는 현장으로 돌아가 탐색구조세력에서 선체를 찾거나, 실종자의 상황 탐지 업무를 지휘보좌하고 있었다.

박연수 대위(작전관) : 사고 당시 당직사관으로 정상 근무 중이었다. 함교에 당직사관이 확인 가능한 컴퓨터 모니터가 있는데 마지막으로 확인한 때가 밤 9시 24분이었다. 모니터 우측 하단에 나오는 시간이다. 그 정확성은 제가 판단할 수 없다.

- 9시 15분에 최초 상황이 발생했다는 주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허순행 상사(통신장) : 합조단 조사결과를 보면 당일 밤 9시 14분부터 18분 사이 제 통화내역이 있다. 당시 저는 집사람과 통화하고 있었다. 개인적인 내용이지만, 집 사람이 임신 중인데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고, '엄마가 많이 힘드니 도와주라'고 했다.

- 사고 당시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진 않았나

박연수 대위 : 저에게 따로 보고가 들어온 내용이 없었다. 언론에서 계속 '어떠한 상황'이라고 보도되는데, '상황'이라고 할 만한 내용이 없었다. '상황'이라는 용어 자체가 잘못된 것 같다.

이채권 대위(기관장) : 상황이 발생하면 기관장은 기관조종실에 정위치해야 한다. 사고 조짐이 보이더라도 고속추진 준비로 기관조종실에 가야 한다. 당시 저는 문서 작업 때문에 기관장실에서 근무했다. 사고 일정시간 이전에도 아무런 상황이 없었다.

■ 구조 후 상황

- 구조 후 한 시간 동안은 어떤 일이 있었나? 혹 입막음은 없었나?

김덕원 소령 : 배가 우현으로 기운 후 함장실 앞의 외부도어를 풀고 가장 먼저 갑판 위로 올라왔다. 인원을 파악하라는 함장의 지시를 받아 이행했고, 통신망을 통해 교신한 후 구조세력이 오기를 기다렸다. 저와 작전관이 고속정 계류 가능 위치를 확인하라는 함장의 지시를 받아 이행했다. 생존 인원 중 부상의 정도가 심하지 않았던 인원은 함 내부로 다시 들어가 추가 생존인원을 확인했다.

최원일 함장 : 제가 해경 구조선에 편승한 후 바로 사관실로 이동했다. 장병들은 치료와 휴식을 위해 침실로 배치했다. 작전사령관과 통화했다. 핸드폰을 회수하라고 지시한 것은 사실이다. 아시다시피 구조가 해경과 고속정, 관공서 등 여러 군데에서 이뤄졌다. 피를 흘리는 사람, 다리가 골절된 환자 등이 많아 옆에 사람이 안 보이고 '누구는 있다, 누구는 없다'고 소리가 나면 혼란이 커질 것 같다 핸드폰 소지를 허가하지 않았다.

박세준 중위 : 전투상황실에서 근무 중에 함정이 파손됐다. 상황실 근무 대원들과 함께 하사 두 명을 구조했고, 갑판 위로 올라왔다. 추워하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해하는 대원을 안정시키는 임무를 받았다. 환자들이 먼저 구조받도록 인원 관리했다.

▲수첩에는 어떤 내용이 적혀있을까? <미디어오늘>은 국방부가 기자회견 전 '가급적 질문지를 사전에 대변인에게 제출해 달라'고 요구해 논란을 빚었다고 보도했다. 국방부는 "(입맞추기) 개연성은 없다. 중복 질문을 막고 원활한 진행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뉴시스

■ 그 외 의혹들

- 배에 물이 샌다는 실종자 가족의 증언이 있다

이채권 대위 : 배에 대해 잘 모르는 대원들이 함정 내외부의 온도 차로 인해 파이프에 맺히는 응결수를 보고 물이 새는 걸로 오해한다. 외부에서 물이 스며드는 경우는 전혀 없었다. 추가 답변을 원하면 서면으로 작성할 수도 있다.

마지막 안전점검 일자는 부임 전(사고 50일 전 부임)이라 기억하지 못한다. 그 이전 상황에 대해서는 전임 기관장에게 인수인계받은 자료를 확인해야 답변이 가능하다. 하지만 출항 2~3일 전부터 장비작동을 하기 때문에 선체 노후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어뢰나 기뢰에 의한) 물기둥을 보지 못했나?

김덕원 소령 : 야간에는 등화관제와 실족사 방지를 위해 문을 전부 폐쇄한다. 근무자가 아니면 함선 외부로 나오지 않는다. 좌우현 견시업무자 2명이 있지만 이들도 대부분 360도를 감시하는 게 아니라 전방을 주시하기 때문에 물기둥이 뒤에서 생겼다면 확인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황보상준 일병 : 9시 16분 당시 갑판 좌현 외부에서 당직근무를 서고 있었다.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다.

- 포술장이 당시 '피격 당했다'고 보고했다던데?

김광보 중위(포술장) : 휴대폰으로 2함대 지휘통제실에 전화보고했다. 당시 군부대 교환대를 통해 보고했는데, 너무 정신이 없어서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당시 의도는 제가 처한 위치와 상황을 말하는 것이었고, 두서가 없었다. 구조요청을 했고, 우리의 위치를 말한 것만 기억 난다.

▲최 함장의 눈은 기자회견 내내 붉게 충혈돼 있었다. ⓒ뉴시스
- 후타실에 병사들이 있었던 이유는 비상상황이었기 때문 아닌가?

오성탁 상사 : 제가 병기장이며 체육 담당이다. 그 시간대면 보통 나도 항상 후타실에 가서 운동했다. 이번 (후타실에서 실종된) 5명이 항상 같이 운동하던 동료들이라 더 안타깝다.

- 왜 백령도에 그처럼 가까이 접근했나?

최원일 함장 : 천안함에서 20개월 정도 근무했다. 그 구역은 누구보다 자신 있는 곳이다. 주요 업무는 한 마디로 말해 도발대비태세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 그 동안 사고 원인에 대해 생존자들끼리 분석한 내용은 없나?

최원일 함장 : 답답한 심정이다. 이 세상이 저희 생명과 같은 천안함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 주셨으면 감사하겠다. 저는 아직도 장병들이 옆에 있는 듯 가슴에 묻혀 있다. 그리고 누구보다 슬퍼할 실종자 가족을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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