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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매년 빈곤아동 '5%' 거리로 쫓아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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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MB정부, 매년 빈곤아동 '5%' 거리로 쫓아내려나"

[한국의 워킹푸어] "무상급식 도입? 있던 지원도 '5%' 자르는데…"

서울 관악구 청림동(봉천동) 다솜지역아동센터 서상용 시설장은 이번 달부터 큰 부담이 생겼다. 지난해 처음으로 실시된 지역아동센터 평가에서 '하위 5%'에 들어 4월부터 매달 200만 원 안팎의 정부 지원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경쟁 원리를 도입해 효율성을 극대화 한다'는 게 이명박 정부 정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철학 중 하나다. 하지만 '경쟁'과 '효율성'이란 잣대를 들이대기 힘든 분야까지 일률적으로 이런 원칙을 도입해 적잖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올해부터 '하위 5%' 평가를 받은 지역아동센터에 정부 지원 중단을 골자로 하는 지역아동센터 차등지원제가 그 한 사례다.

▲ 취임 첫해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어린이날을 맞아 지역아동센터 아동 등 어린이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행사를 가졌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MB정부 들어 경제위기로 지역아동센터·이용 아동수 급증

지역아동센터(공부방)는 빈곤층 맞벌이, 한부모 가정, 조손 가정 등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방과 후 학습을 도와주고 끼니를 챙겨주는 통합적인 복지 시설이다. 공부방은 1985년부터 도시 빈곤 지역 등에서 빈민운동차원에서 생겨났는데, 지난 2004년 아동복지법 개정으로 '지역아동센터'로 이름이 바뀌면서 법제화됐다.

보건복지부 실태조사를 보면, 2004년 895곳에서 2만3000여 명의 아이들을 돌보던 지역아동센터는 2009년 12월 기준 3474곳에서 9만7926명의 아동을 돌보고 있다. 특히 2008년 경제위기로 생활고를 겪는 빈곤층이 늘어나면서 지역아동센터로 오는 아이들이 급증해 한해 동안 12.2%(1만635명)가 늘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경제위기로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데, 정부 예산은 비례해 늘어나지 않았다. 복지부에 따르면, 정부 지원을 받는 지역아동센터는 2008년 2619개소에서 2009년 2859개소로 240개소 늘었다. 동시에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센터도 2008년 394개소에서 2009년 615개소로 221개소 증가했다.

2009년 상반기에는 월 242만 원으로 확정됐던 정부 지원금은 예산 10% 절감 방침에 따라 22만 원이 삭감돼 월 220만 원이 지원됐다.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2009년 하반기에는 지원금을 월 320만 원으로 늘렸다. 이에 따라 2009년 정부 지원금은 월 평균 276만3158원 수준이었다.

표. 연도별 지원현황 (출처 : 보건복지부)
구분2007200820092010
지원개소1800 208827882946
지원단가
(만원/월, 개소)

200220상반기 : 220
하반기 : 320

320
예산(억원)206282457543

이명박 정부는 올해부터 '경쟁'과 '효율성' 원칙을 지역아동센터 지원에도 도입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평가단을 구성해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올해 지원금을 결정했다. '최종순위 하위 5% 미만'의 시설은 정부 지원에서 제외하고, '하위 5%에서 15% 미만'은 최대 50%까지 지원금을 삭감하도록 각 지방자치단체에 지침을 내렸다. '하위 15% 이상'의 성적을 받은 시설에 대해선 이용 아동수 및 상근종사자에 따라 월 200만 원-370만 원으로 차등 지원하도록 했다.

표. 하위 15% 이상 성적을 받은 시설 지원금(출처 : 보건복지부)
이용아동수 (상근종사자)기준액
10인 미만(1인)200만 원(±10% 가능)
10-30인 미만(2인)300만 원(±10% 가능)
30인 이상(3인 이상)370만 원(±10% 가능)

"아이들 상처 우려해 개인정보 안 남겼다"

다솜 지역아동센터(다솜 센터)는 1995년 서울대 학생들이 중심이 돼 만든 공부방이다. 1999년 천주교 신자로 지역운동을 하는 서상용 시설장 형제가 실무자로 결합하면서 현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제까지 다솜 센터를 거쳐간 대학생 교사만 130명이 넘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졌다.

교사로 자원활동을 하는 대학생들과 천주교 성당의 지원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다솜공부방은 2004년 제도화 과정에서 큰 변화를 겪었다. 이름도 정부에서 만든 지역아동센터로 바꾸고, 장소도 무상으로 임대해 쓰던 성당 소유 건물 1층에서 정부가 요구하는 수준의 장소로 옮겼다. 정부가 8000만 원의 전세보증금 대출을 지원해줘 어렵사리 규정에 맞춘 장소로 이사갈 수 있었다.

"서울치곤 이 지역이 임대료가 싸지만 8000만 원으로 10명 안팎의 아이들이 생활할 장소를 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보증금 8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 짜리 집을 겨우 얻었는데 정화조 시설이 정부 요구 수준에 못 미쳐 제가 결국 비상금으로 갖고 있던 400만 원을 털어 수리를 했어요. 방수 공사도 사비 150만 원을 들여 했습니다. 그렇게 돈 들여 수리하고 2년을 지냈는데 임대기간이 끝나자마자 나가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장소로 이사를 왔어요. 여기는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인데, 만약 또 나가라고 하면 이 돈으로는 정말 갈 데가 없어 걱정이죠."

다솜 센터가 지난 해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이유에 대해 서 시설장은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 평가를 위한 서류가 미흡했다는 것. 둘째, 이용 아동에 대한 상담기록 등 개인기록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가 서류에 굉장히 약합니다. 그런데 이번 평가는 현장 방문 등은 없었고 관련 서류를 중심으로 이뤄졌어요. 지금 사회복지시설은 '국가복지정보시스템'을 통해 모든 서류를 올리게 돼 있습니다. 제가 이 교육만 5번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잘 모르겠어요. 서류를 올리다가 모르는 부분이 생겨 전화를 하면 상담원과 연결이 되는 경우가 드물어요. 전국에서 이 복지시스템을 이용하는 시설이 수천곳일텐데 상담원 수는 많지가 않으니 전화가 불통이겠죠. 내 딴에는 한다고 했는데 많이 부족했죠."

센터 이용 아동에 대한 개인기록이 없는 이유는 "일부러 기록을 남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센터는 중학생, 고등학생만 받습니다. 이 친구들이 한창 호기심이 왕성할 뿐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예민한 나이죠. 저도 전에는 아이들에 대한 개인 상담 기록을 남겼죠. 가정 형편이나 아이들에 대한 내 나름의 평가 등을 직접 써서 기록했어요. 근데 한 아이가 내 사무실 열쇠를 따고 들어가 그 서류를 빼내 아이들끼리 그 기록을 돌려봤어요. 어느 정도 서로 형편을 알기는 하지만 그래도 친구들에게 숨기고 싶은 얘기들이 있는데 그게 다 공개가 됐죠. 그 다음에는 컴퓨터로 남기고 비밀번호를 걸어놓으라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그 기록도 애들이 무슨 수를 썼는지 다 빼냈어요. 개인정보 유출사고를 2번 겪고 나니까 그 다음에는 못 남기겠더라구요. 아이들한테 상처가 될까봐. 이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된 다음에도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기록이잖아요. 이게 나중에 어떤 식으로 흘러나갈지 몰라 그냥 아이들에 대한 정보는 나 혼자 기억하고 있자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지역아동센터를 '관리'해야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이용아동에 대한 정보가 필수적이겠지만 막상 현장에서 이 아동들에 대한 관리는 일종의 '낙인' 효과를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정부 입장에서 보면 다솜 센터의 회계 처리도 문제(?)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시설장 임금을 '빼돌려' 일부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거나 아이들에게 외식을 시켜주는 등 '유용'(?)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 집안 형편이 정말 어렵습니다. 대부분 한부모 가정이고, 부모가 알콜 중독 등 질병을 갖고 있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그 아이 또래들이 경험하는 걸 전혀 못하고 살죠. 내가 시설장 임금을 떼서 아이들한테 다달이 용돈을 주는 게 아이들의 이런 '박탈감'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고 싶어서입니다. 하다못해 친구들한테 떡볶이라도 한번 사주라고요. 중학생은 한달에 2만 원, 고등학생은 3만 원 씩 줘요. 물론 센터에 다니는 아이들 모두에게 주는 건 아니고 정말 어려운 애들만 줍니다. 용돈 주던 애들한테 4월부터는 못 준다고 얘기했어요.

정부 지원 받으면서 여유가 생겨 외식도 가끔 시켜줬는데 이제 그것도 못하게 됐네요. 이 아이들이 먹는데 좀 한이 맺혔어요. 집에서 부모가 끼니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니까 먹는 것에 대한 욕심이 많아요. 고기라도 한번 구워먹으면 10명이 먹는데 밥을 20-30인분을 해야 해요.

전에 한번 큰맘 먹고 아이들을 패밀리레스토랑에 데려간 적이 있어요. 다른 애들은 부모 따라 가본 애들도 많을텐데 우리도 이런데서 밥 한번 먹어보자고. 애들이 다들 열 접시, 스무 접시씩 가져다 먹어서 내가 당황스럽기도 했죠. 센터에서 그렇게 딱 일 년을 먹이고 나니까 애들이 먹는 것에 대한 집착이 좀 사라지더라구요."


"아이들 때문에 문 못 닫는다"

서 시설장은 지난해 평가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 결과 운영비가 중단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선 사전에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지원금 중단 결정을 구청에서 공문을 보내 통보했어요. 이 공문이 올해 1월 29일에 왔습니다. 이 공문을 보면 '2009년에 예산을 지원받던 시설 중 (지원 중단이 결정된 시설은) 시설 폐지 예정시 전원 조치 등을 위해 3개월간 추가 조치를 한다'고 돼 있습니다. 3개월간 추가 지원하는 것은 시설 폐지를 목적으로 한다는 얘기죠. 복지부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3개월간 추가 지원 조치의 의미에 대해 물으니까 거기서도 답변이 시설 폐지를 목적으로 한다는 식이었어요."

서 시설장은 정부 지원금이 끊기면서 개인적으로 2가지 대책을 마련했다고 한다. 시설장은 겸직을 금하고 있으니까 직업을 구할 수는 없고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오후 4시 정도까지 아르바이트 일을 구하는 것과 성당의 지원을 다시 받는 것이다. 성당에서는 이번 달부터 한달에 70만 원씩 3개월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제가 운영이 힘들어 문을 닫고 싶어도 닫을 수가 없어요. 정부에서는 '인근 시설로 전원조치'를 하라고 하는데 아이들 보낼 데가 없어요. 센터마다 다 특색이 있어요. 특히 우리 센터는 다른 센터를 다니다가 쫓겨난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어디를 가겠어요?"

그는 정부의 차등지원제가 '현장'을 모르는 '관료적 행정 처리'에 기인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국가가 사회복지시설에 운영비를 지원하는 등 업적에 대해 깎아내릴 생각은 1%도 없습니다. 과거와 비교하면 정말 많이 달라진 것이고 국가의 큰 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사회복지에 접근하는 정부 마인드가 현장에서 느끼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이 부하 직원은 아니거든요. 언제까지 공문을 보내지 않으면 돈 안 준다는 식이 돼선 곤란하죠. 또 사회복지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담당자들이 실무를 맡게 되면 모든 관심을 '실적' 올리는 데에만 쏟습니다. 현장방문 같은 최소한의 활동도 안 합니다.

우리 센터가 지원이 끊긴 게 제 잘못이 크다는 걸 잘 압니다. 하지만 문제 해결 방식이 우리를 복지 현장에서 왜 끌어내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를 끌어내기 전에 우리와 함께 하는 아이들을 봐야죠.

낮은 평가를 받은 시설에 대해 인건비를 못 쓰게 하는 등 불이익을 주면 감수하겠습니다. 하지만 석달간 돈 줘서 시설 문 닫든 말든 모르겠다는 식의 태도는 아니지 않나요. 우리를 현장에서 밀어내면 이 아이들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나요?"


그는 당분간은 성당의 지원금 등으로 버틸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센터를 계속 운영할 자신은 없다.

"이번에 지원금이 끊긴 센터가 다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아마 힘들지 않을까요? 그러면 더이상 애들을 받지 말고 지금 있는 애들이 졸업할 때까지만 운영하고 문을 닫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현장 방문도 제대로 안 해…평가 객관성·형평성 논란

복지부의 방침에 대한 문제제기는 지난해 평가가 실시될 때부터 나왔다. 복지부는 '2010년 지역아동센터 운영지침'을 통해 지원금을 결정하는 선정위원회 구성에 대해 '△시·도 아동복지담당사무관 또는 담당자(시·군·구 아동복지담당과장) △현장전문가, 아동복지관련 학계인사 등으로 4~6인 이내로 구성'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지역아동센터의 현실을 잘 아는 전문가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하다. 지자체 공무원을 빼면 1-2명의 민간전문가가 포함된다는 점에서 공무원들의 입맛대로 지원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이광진 간사는 "지역아동센터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 많지 않다"며 "그래서 실제로는 시설을 잘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평가를 받은 경우도 있고 현장에 있는 시설장이나 교사들의 경우 평가의 객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복지부는 지원 중단에 따른 시설 폐쇄 등 뒤따를 수 있는 일에 대한 대응책은 제대로 마련해놓지 않았다. 복지부는 '운영지침'을 통해 "시·군·구청장은 운영비 지원 중단 시 이용아동들이 지속적인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조치해야 한다"면서 "시설 운영 중단 시에는 지자체에서 이용 가능한 인근 시설로 전원 조치"를 유일한 대응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복지부는 아직 전국에서 지원이 중단되는 센터가 몇개나 되는지 파악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센터가 정부의 지원 중단으로 문을 닫아 해당 센터를 이용하던 아동들이 인근 센터로 옮길 경우, 옮겨간 그 센터는 정원이 초과하면서 서비스의 질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정부 지원금이나 후원금 등 들어오는 돈이 빤한 상황에서 시설 규모를 늘릴 수도 없고, 늘릴 여력도 없다. 인근 센터가 다음 평가에는 '하위 5%' 시설로 평가 받아 지원이 중단되는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비좁은 공간에 찾아오는 아동들은 무조건 다 받을 수도 없는 현실이다. 결국 정부 지원 중단으로 지역아동센터가 문 닫을 경우 이용 아동들은 갈 곳을 잃게 된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다. "인근 시설로 전원 조치"라는 정부의 대책은 사실상 아무 대책이 없이 일단 지원금부터 깎고 보자는 발상이라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이광진 간사는 "평가 자체를 지원에 결부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며 "평가를 못 받았다면 이는 운영하는 어른들이 잘못한 것인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동들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30인 미만 시설, 실제 운영비는 월 600만 원

또 평가 성적이 중상위권이라 불이익을 받지 않는 센터들이 지원받는 월 200-370만 원도 실제 지역아동센터 한달 운영비로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초등학교 2학년에서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30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파랑새 지역아동센터의 경우, 교사 3명과 급식교사 1명의 임금만 매달 340만 원이 든다. 월세 50만 원, 아이들의 학습활동 등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비 70만 원, 난방비 등 기타 경비를 모두 합하면 한달에 500-600만 원이 든다. 복지부도 30인 규모에선 이 정도 운영비가 든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 센터에 대한 올해 정부 지원금은 월 300만 원. 성태숙 시설장은 정부 지원금에서 모자라는 돈은 후원금에 의존한다고 밝혔다. 그래도 부족한 돈은 "시설장의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부채를 떠안고 있는 시설장이 많다고 한다. 시설장과 교사들의 임금 수준도 매우 낮다. 지난해 월 평균 급여는 시설장이 88만4819원, 생활복지사(교사)는 89만9351원으로 법정 최저임금(92만8000원)에도 못 미쳤다.

이처럼 시설을 운영하는 개인의 '희생'이 불가피한 구조에서 정부가 평가 점수를 앞세워 지원금을 중단하는 것은 부당한 조치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지역아동센터 이외의 복지시설들 중에서도 평가를 실시하는 곳이 있지만, 평가 후 성적이 뒤떨어지는 시설에 대해 '지원 중단'을 하는 경우는 없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온다.

▲ 지역아동센터 교사의 임금은 최저생계비도 안 되는 수준이다. 그러다보니 센터 교사 이외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정부는 신고제로 운영되는 지역아동센터가 다른 복지시설에 비해 숫자도 많고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보고 있지만, 실제 센터 운영은 시설장과 교사의 '개인적 희생' 없이는 불가능하다. ⓒ연합

복지부 "지역아동센터, 신고제로 운영돼 지나치게 많아"

복지부도 일부 지역아동센터 지원 중단 및 삭감 조치에 대한 반발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가 지난 몇년간 숫자가 크게 늘었지만 서비스의 질은 뒤따르지 못해 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아동권리 관계자는 "2004년 정부 지원을 처음 시작할 때는 500개소에 불과하던 지역아동센터가 작년 말에는 3473개가 넘어섰다"며 "운영비를 전체적으로 지원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아이들에게 서비스가 제대로 안 되는 시설 5%를 제외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총액으로 따지면 다른 사회복지시설보다 훨씬 더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며 "법제화시키면서 정부가 지원금을 주니까 여기에 편중해서 들어온 분들도 많다. 이런 변질된 부분은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원 중단'이 지역아동센터 숫자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다만 복지부도 평가의 객관성과 형평성에 대한 문제는 일부 시인했다. 현장 방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일일이 다 현장 점검을 할 수도 없는 것이고 평가가 처음이다보니 미흡한 점도 있었을 것"이라면서 "올해는 현장 서비스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등 문제점을 보완해서 진행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까지 평가를 진행하고 장기적으로 지원금과 연관된 평가 방식을 어떻게 운영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올해 안으로 장기적인 운영 방식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B정부 들어 GDP 대비 아동복지 예산 절반으로 줄어

모든 문제의 근원은 열악한 아동복지 예산에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 GDP 대비 0.2%이던 아동복지예산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GDP 대비 0.1%로 오히려 떨어졌다. OECD 평균은 GDP 대비 2.4% 수준이다. 아동 1인당 복지 지출비도 한국은 연간 40달러로 프랑스 2162 달러, 독일 1707 달러, 영국 913 달러, 스웨덴 3961 달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무상급식 하자는데…인천시 "지역아동센터 급식카드 도입"

지역아동센터와 연관된 또 하나의 현안이 '급식카드' 문제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저녁 급식이다. 집안 형편상 센터에서 저녁을 주지 않으면 끼니를 거를 수도 있는 아이들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급식을 실시하는 지역아동센터는 전체의 95.1%에 달하는 3304곳이다.

이 중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급식비를 지원받는 센터는 3150곳이다. 나머지는 급식비를 지원받지 못한다. 학기 중과 방학 모두 실시하는 센터는 2973개소. 급식비를 지원받는 센터는 3150개소. 이중에서도 309곳은 방학 중에는 급식비가 끊긴다. 지난해 강원도 철원군, 화천군, 경북 예천군, 영양군, 전남 구례군, 영광군, 완도군의 지역아동센터들은 급식을 제공하지만 급식비는 전혀 지원받지 못했다.

정부 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하니 급식비를 지원받지 못할 경우 급식을 제공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이런 상황에서 인천시가 오는 5월부터 지역아동센터를 대상으로 급식전자카드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인천 내 지역아동센터는 178곳으로 이용 아동들은 5000여 명.

인천시는 일부 지역아동센터의 급식비 과다 청구 등을 막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에게 급식전자카드를 지급해 센터의 출석 여부를 체크하고 급식비도 그날 그날 센터에 출석한 아동 수만큼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아동센터와 시민단체들은 전자카드제가 빈곤아동의 인권은 감안하지 않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카드 소지 자체가 수치심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카드 재발급비용 및 수수료 등 급식과 관계없는 비용이 발생하는 것도 문제로 꼽는다. 이미 서울시에서 지난해 4월부터 두달 동안 성동구, 광진구, 은평구 등 3개 지역에서 일반음식점과 단체 급식 이용 아동에 시범사업으로 실시했다가 여러 가지 문제가 많아 폐기했던 정책이기도 하다.

인천시는 당초 3월부터 이 제도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으나, 관련 전산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아 5월로 시행시기를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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