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건에 대해 이기식 합동참모본부 정보작전처장(준장)은 이날 오후 4시 브리핑에서 "<MBC>가 보도한 상황일지는 군에서 일상적으로 쓰는 양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으나 <MBC>는 이에 대해 "전날 공개한 상황일지는 보안 문제 등을 고려해서 원본 내용을 다시 작성한 뒤 공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MBC>가 입수해 보도한 상황관련 일지. 군이 최초 상황을 인식한 시간이 9시 15분이었음이 기록돼 있다. ⓒMBC뉴스 화면 캡처 |
"軍, 9시 15분 최초 상황 발생 시각으로 인지"
<MBC>가 공개한 상황일지를 보면, 군이 최초 사고 발생 시각을 26일 밤 9시 15분으로 인지했음이 추정 가능하다. 상황일지에는 천안함이 해군 2함대사령부에 상황을 최초 보고한 시간이 이 때로 기록돼 있다.
이어 1분 뒤인 밤 9시 16분, 백령도 방공진지의 초병이 폭음을 들었고, 지진파 탐지 시각은 9시 21분으로 기록돼 있다. 문건에 따르면 이 기지는 사고발생 지점에서 7km가량 떨어져 있다. 거리를 고려해 폭음 청취 시간을 추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황일지에는 이어 9시 22분경 한국형전술지휘체계(KNTDS) 상에서 천안함의 궤적이 소멸되기 시작했다고 기록돼 있다. 그리고 백령도 열영상감시장치(TOD)에 천안함이 녹화된 시각은 밤 9시 23분이었다.
이 문건은 군이 내부 보고용으로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MBC>는 밝혔다. 내부 교신 내역은 물론, 언론 보도 내용과 실종자 가족의 증언까지 시간대별로 모두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상황일지에는 실종자 중 한 명이 이날 밤 9시 16분경, 가족과 통화 도중 "비상이 걸렸으니 나중에 통화하자"고 말한 내용과 실종된 차균석 하사가 여자친구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던 도중 갑자기 연락이 중단됐다는 내용이 모두 실려 있다. 군은 그 동안 이들 증언의 신빙성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았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
軍 "9시 19분 정상 교신 해"
그러나 군은 <MBC>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박정이 민·군 합동조사단장(중장)은 "사고 당일 밤 9시 19분 어간(於間)에 천안함과 2함대사령부가 교신한 기록을 확인했다"며 "내용은 통상적, 일상적인 상호 확인 절차의 교신활동"이라고 말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보다 구체적으로 군의 입장에 근거를 제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장관은 이날 저녁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천안함이 사고 당일 밤 9시 19분에 교신한 내용은 일상적인 내용이어서 군 통신망에 기록하지 않은 것 같다"며 "국제상선통신망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또 "함정에는 군 통신뿐만 아니라 국제상선통신망 등 다양한 통신망이 깔려 있다"며 "군 통신망에 기록이 안 된 것이 규정 위반인지 여부를 합동조사위에서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결국 천안함이 9시 19분에도 일상적인 교신 확인 업무를 2함대사령부와 실시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김 장관과 박 단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천안함은 9시 19분까지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던 셈이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9시22분 이전에 천안함과 관련한 특이 상황에 대한 교신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천안함은 사고 전날(25일) 바다 상황이 좋지 않아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작전 구역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며 "사고 당시에도 시속 7노트의 정상 속도로 항해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도 "KNTDS의 추적이 9시 22분께 멈췄다"며 "그 시간에 배의 기능이 결정적으로 무너진 건 확실하다"고 했다.
MBC "9시 22분 주장 근거 대라"
군과 <MBC>의 말이 이처럼 엇갈림에 따라, 상황은 진실게임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엿보인다. 군이 사실상 <MBC>가 공개한 문건의 신빙성을 전면 부인함에 따라, 이 문건이 과연 군이 작성한 게 맞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MBC> 보도에 따르면 이 상황일지는 최초 상황 발생 시각을 26일 밤 9시 15분으로 기록해놓고도 침몰 시간을 9시 22분으로 결론내렸다. 이는 군의 입장과 정확히 일치한다.
상황일지는 그 근거로 관할 부대장의 주장에 무게를 둔데다, 백령도 방공진지에서 청취한 폭음과 천안함의 관련 여부를 정확히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또 초병이 폭음을 청취한 후 TOD 화면을 녹화하기 시작했다는 전언이 있었고, 9시 20분경 폭음을 청취한 초소가 침몰지점과 가깝다는 점을 근거로 들기도 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사고 시각을 9시 16분으로 주장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MBC>는 이에 대해 "군이 침몰시간을 9시 22분으로 결론내기 위해서는 보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