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2010판 '못 살겠다 갈아보자'…'복지동맹'은 유권자의 명령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2010판 '못 살겠다 갈아보자'…'복지동맹'은 유권자의 명령

[의제27 '시선'] 지각변동을 예측하고 있는 6.2 지방선거

1. 지각변동의 뿌리, 성장담론에서 복지담론으로

불과 2년 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수도권을 비롯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압승하여 민주화 이후 최초로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모두에서 과반수를 상회한 '헤게모니' 정당으로 등극하였다. 개인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많은 평론가들은 그 원인으로 뉴타운, 자사고와 특목고 등 보수정당이 내세운 '욕망의 정치'가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어갔다는 논지를 펼쳤다.

불과 2년 만에 한국사회와 유권자의 심리에 엄청난 변화가 일고 있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내걸었던 무상급식은 한나라당이 어설프게 맞서는 바람에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였다. 이는 마치 이명박 서울시장 후보가 청계천 복원을 내걸었을 때 흐름을 잘못 읽고 3대(상인·교통·쓰레기) 대란설로 맞불을 놓음으로써 판을 키워준 김민석 후보의 복사판을 보는 듯하다.

이제 야당들은 단순한 무상급식이 아니고 '친환경무상급식의 전면 실시'를 내걸었고, 여당 후보들조차 마땅한 대응논리를 찾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 주 한나라당은 0-5세 아동의 무상보육 정책을 발표하였다. 1년 전에 정부가 발표한 아이사랑 플랜보다 오히려 후퇴한 것이라며, 실현의지를 의심하는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박이 있었지만 엄청난 변화임에는 틀림없다.

2. '못 살겠다 갈아보자'는 공감대의 급속한 확산

개인적으로 역대 대선 구호 중 가장 강렬한 인상을 준 것은 1956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내건 '못 살겠다 갈아보자'이다. 통상 지방선거는 국정운영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강한, 따라서 정책보다는 정치구도에 의해 좌우되어 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복지사회에 대한 강렬한 욕구, 거대담론보다는 생활정치 이슈에 대한 관심의 집중, 지난 정부에 참여하였던 새로운 세대의 지방정치에의 도전 등은 지각변동의 조짐을 알리는 바람직한 예후들이다.
▲ 친환경무상급식 등 쏟아낸 공약의 실행만으로도 한국사회의 복지수준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프레시안

이제 웬만한 복지공약에도 국민들은 꿈적 하지 않고 있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반값 아파트, 반값 등록금 정도 되어야 시선을 돌리는 상황이 되었다. 4대강 사업, 국제 행사 유치나 국제화 도시 신설, 그린벨트 해제 등 대규모 개발공약 등의 위세는 확실히 약화되었다. 역동적 복지국가를 외치고 있는 복지국가 소사이어티의 온오프 라인에서의 활약과 언론의 관심은 폭발적이다.

웬일인지 최근 주류언론에서 양극화 담론의 빈도는 감소하고 있지만 서민 대중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가파르다. 특히 지방, 비주류, 비정규직, 여성, 실업자, 영세 상공인들의 처지는 이제 한계상황에 도달해 숨이 목까지 차왔다. 부자들만 배불린 감세정책 탓에 부산 남구, 광주 광산구, 대전 동구 등 적지 않은 지방정부들이 인건비조차 확보하지 못해 지방채 발행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있다.

2008년 19조 486억 원이던 지방채는 2009년 무려 36%나 급증해 25조8725억 원에 이르고 있다. 지난 해 주부취업률은 50% 이하로 떨어졌고, 남성보다 30%가 낮은 이러한 수치는 터키, 멕시코, 그리스에 이어 네 번째로 낮다(Washington Post. 2010.3.1). 동내 구멍가게들은 연일 집단 도산되고 있지만 대형슈퍼마켓(SSM)을 규제할 '유통산업발전법'의 입법은 지경부와 외통부의 싸움 속에서 마냥 미루어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2.19)에 따르면 올해 2월 대졸 여성 실업자는 19만6000명으로 1999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를 기록하였다.

3. 오만한 정부의 막말이 화를 돋우고 있다

함께 살자는 서민 대중의 복지에 대한 욕구는 들판의 불길처럼 번져가고 있는데 대통령의 알량한 지지도에 심취하였던 오만한 정부여당은 외면과 핀잔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정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정권 말기 현상은 권력층의 오만한 언행과 내부 분열이다. 원래 전통과 질서, 종교와 규율을 존중하는 보수의 미덕 중 하나는 진중한 행동과 신중한 언어이다. "큰 집 가서 쪼인트 까이고 왔다", "좌파교육 때문에 성범죄가 양산되고 있다", "무식한 흑인" 등 최근 정부 인사들의 발언을 보면 시정잡배의 욕설과 다를 게 없다.

문제의 본질은 막말이 아니라 어떤 말과 행동을 해도, 언론과 시민단체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오만한 권력의 무책임성이다. 최시중, 안상수, 이동관, 유인촌 등 권력 핵심 인사들의 막말은 일본 극우파의 망언이 거듭되는 것과 같은 맥락에 있다. 막말과 망언의 주기적 반복은 더 큰 정치사회 권력의 용인과 묵인 하에서만 가능하다. 4대강 사업과 세종시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가 계속된다면, 즉 소통과 책임을 무시한 국정운영이 지속되는 한 권력 핵심부의 막말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4. 복지담론에서 복지동맹으로, 진보개혁진영의 과제

이번 지방선거는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복지가 민주화라는 화두를 넘어서 제1의제로 등장한 생활정치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성장과 개발을 통한 복지에서, 복지를 통한 일자리 창출로 인식의 거대한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깨닫지 못하거나 주목하지 못한다면 진보든 보수이든 당분간의 정치경쟁에서 도태될 것이 분명하다. 국민들의 인식 전환과 보수정권의 치유하기 어려운 분열 탓에 예기치 못하였던 우호적인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눈앞에 닥친 과제가 두 가지 있다. 첫째는 현재까지 제기된 사회복지정책을 지방정부 선거 이후 일관되고 과감하게 추진함으로써 복지의 수혜자들을 만들어내는 즉 복지동맹을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수준에서는 보다 전면전이고 급진적인 복지정책이 우선이 아니다. 이는 오히려 보수 세력의 반격과 유권자의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친환경무상급식, 무상보육, 환매조건부(특별원가)부동산제도, 반값 등록금, 교원 및 전문상담교사의 대규모 확충, 공공의료기관의 증대 등 이미 쏟아낸 공약의 실행만으로도 한국사회의 복지수준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둘째, 복지국가 발전의 관건 중 하나는 사회적 합의와 더불어 정부 능력에 대한 신뢰이다. 5+4이든 4+4이든 그것의 성공은 복지담론을 복지동맹으로 이끌 정치세력에 대한 신뢰와 선거 승리 가능성을 증대시킬 것이다. 민주대연합이든 진보대연합이든 호칭과 지향은 복지사회를 희망하는 유권자들에게 부차적이다. 일단 승리하여 지방정부 차원에서라도 서민 대중이 간절히 원하는 복지 정책을 당장 시행하라는 것이 유권자의 명령이다.

잠재적이고 분산되어 있는 유권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표로 집결하는 것이 유능한 정치인이다. 서민대중의 유권자들은 절박한 생존과 자신의 합리적 욕망을 위해 복지정부의 비전에 기꺼이 표를 줄 준비가 되어 있다. 줘도 못 먹는 진보와 보수가 복지깃발마저 선점하는 최악의 상황만은 피해야 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