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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지방정부다"

[복지국가SOCIETY] "어느 쪽이 '정상' 지자체인가?"

2010년 3월 15일은 시대를 향해 던지는 진보의 승부수, 역동적 복지국가의 논리와 전략이 국민에게 제안된 날이다.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행사를 주관하였으나, 기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진보개혁 정치를 대표할 만한 역량 있는 정치인들이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주요 정책을 국민에게 제안하였다는 사실이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노동시민사회와 학계를 대표하여 초청인으로 나서주신 분들의 면면을 보면, 역동적 복지국가의 진정성과 실천 가능성을 느낄 수 있게 된다. 3월 15일의 여의도 제안 대회 행사장에는 여느 행사장들과는 달리,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었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이 행사의 진보적 성격뿐만 아니라 통합적 성격을 엿볼 수 있다.

우리는 박정희 정권의 개발독재와 이후의 군사정부 시기를 통칭하여 '산업화 시기'라 부르고, 87년의 민주항쟁 이후 20여 년간 지속된 시기를 '민주화 시기'라 부른다. 이 민주화 시기 동안 우리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라는 소위 민주정부 10년을 경험하였다. 우리나라의 친자본적 보수 세력은 김영삼 정부 중반부터 세계화를 주창하며 금융자유화를 추진하였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는 등, 세계화라는 이름의 '선진화'를 주창하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신자유주의 보수 세력은 김대중 정부의 등장을 막아내지 못하였고, 이로 인해 소위 민주정부 10년을 목도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들의 절치부심과 뉴라이트 운동의 성과, 그리고 참여정부의 실패와 민심이반 등이 결합되어 마침내 2008년 선진화 정부라 자칭하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시기 → 민주화 시기 → 선진화 시기'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려온 셈이다. 그런데 이제 우리 국민들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 시기를 더 이상 '선진화된 사회' 또는 '선진화 시기'로 보고 있지 않다. 삶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불안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럴듯한 거시경제지표를 갖다 대더라도 민생이 피부로 느끼는 '지각지표' 보다 못함을 우리는 익히 경험한 바 있다. 참여정부 말기에 온갖 거시지표를 들이대며 우리나라 경제가 잘 나가고 있고, 참여정부는 잘못한 것이 별로 없다는 식으로 홍보를 강화하였지만, 민생이 피부로 느끼는 현장의 '지각지표'는 이를 철저하게 배척하였고, 결국 선진화 주창 세력인 신자유주의 보수 세력의 손을 들어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민심이 다시 동요하고 있다. 무엇에 대한 기대의 존재로 인한 동요가 아니라 민생의 고통과 불안에서 벗어나고픈 몸부림이다. 선진화 세력의 실체가 신자유주의였음이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작은 정부와 큰 시장'이라는 신자유주의 교리를 실천하느라 이명박 정부는 부자감세를 단행하였고, 각종 공적 규제를 해제 또는 완화하였다. 금융자본의 과두적 입지를 보장해주는 입법을 야당과 시민사회의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체의 주저함도 없이 밀어붙였다. 때마침 밀어닥친 세계적 경제위기로 국가부채는 급격하게 늘어났고, 부자감세로 인한 정부의 재정적 대응능력은 크게 줄어들었다. 사회양극화의 정도는 산업화의 성공 이래 지금까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연일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민생의 5대 불안은 우리 사회를 더욱 삭막한 곳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제 선진화 세력의 실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3월 15일의 '복지국가 국민 제안대회'는 이러한 상황 인식에서 준비된 기획이었다. 기실, 전혀 선진적이지 못한 사회양극화 세력에 불과한 집권 신자유주의 정치사회 세력이 '선진화'라는 용어를 참칭하며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는 셈인데, 이를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요구를 시대정신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역동적 복지국가'이다. 그러므로 머지않은 장래에 신자유주의 '선진화 시대'는 마감될 것이며, '복지국가 시대'가 개막될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는 '산업화 시기 → 민주화 시기 → 선진화 시기 → 복지국가 시기'로 역사적 발전을 이루어 갈 것인데, 언제 신자유주의 선진화 정치사회 세력을 역사의 전면에서 몰아내고 복지국가 주도 세력이 정치사회의 전면에 나설 것인지는 우리 국민들의 복지국가를 향한 열망의 정도에 달려있다.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은 현재 야만적 경쟁지상주의 사회다. 어릴 때부터 친구를 이기고 무찌르는 법을 터득하게 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서슴지 않는 '인간병기'를 만들어내는 정글자본주의 사회는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가 될 수 없다. 이미 우리네 민생은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경쟁만능의 양극화 사회에서 지나치게 불안하다. 그런데 국가마저 부자감세와 자본을 위한 규제완화에 충실하며 보편주의의 제도적 국가복지를 외면하므로, 민생 불안에 만성적으로 포획된 우리 국민들은 국가와 사회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미래의 불안에 시장적 방식으로 대응하느라 오늘도 분주하고 정신이 없다. 정글에서 오로지 나 혼자라도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형상이다. 이것은 존엄한 인간의 행복한 삶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모든 나라와 백성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북유럽의 복지국가들은 국가와 사회가 기본적 삶의 안정감을 모든 국민에게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고, 그 속에서 창의적인 국민들은 더불어 행복한 삶을 꾸려가고 있다. 우리 사회가 비정상적인 것이다.

3월 15일의 복지국가 국민 제안 대회는 야만적 정글자본주의, 경쟁지상과 승자독식의 시장만능국가라는 신자유주의 양극화 체제를 역동적 복지국가 체제로 바꾸어내자는 것이 요지였다. 그러므로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어 놓자는 것이다. 이 일이 빨리 진행되고, 그래서 체제 교체가 가까운 미래에 이루어지는 것이 민생의 고통과 불안을 조기에 해소하는 길인데, 이를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거대한 변화가 기저에서부터 일어나야 하고, 이에 조응한 정치권의 요동과 새로운 방향 정립이 요구된다. 신자유주의 양극화 성장이라는 선진화 세력의 치명적 약점이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가운데, 장차 몇 번의 계기 또는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질 것이다. 그 첫 번째가 바로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다.

지방정부를 바꿔놓아야 한다. 지역 토호들이 장악한 개발주의 지방정권을 복지국가의 민주적 지방정부로 바꾸어야 한다.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유능한 지방정부, 저출산·고령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지방정부, 보편주의 복지를 실천하는 지방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역할과 관련하여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지를 지역주민들에게 알려 나가려는 소통의 노력이 요구된다. 시민들 스스로가 참여하고 나서는 '시민참여 교육'이 필요하고, 이를 통한 시민의식의 제고가 우리 시대의 과제여야 한다. 지방정부가 나서서 불필요한 토건사업에 재정을 투입하고 우선순위로 몰입하는 것은 '비정상'이다.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은 방기하면서 전시성 사업에 엄청난 규모의 재원을 투입하는 지방정부도 '비정상'이다.

▲ 무상급식 논쟁을 '정상' 지자체와 '비정상' 지자체를 가려내는 계기로 삼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프레시안

이에 반해, 친환경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에 우선적으로 재정을 투입하는 지방정부는 '정상'적인 좋은 정부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들의 실질적인 무상교육을 보장하는 지방정부, 사회서비스의 완전한 보장을 위해 재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사회서비스 인력을 고용하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 사회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함으로써 복지수요를 충족하고, 좋은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지방정부는 '정상'적인 좋은 정부다. 더불어 사회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는 서비스 대상자가 부자이든 중산층이든 서민이든 빈자이든,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지방정부는 '정상'적인 복지국가의 지방정부다. 우리는 이러한 내용을 지역사회에서 공론화해야 한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드는 일, 이것이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일정하게 공론화되면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 설사 이번에 더 많은 지방권력을 교체해내지 못할지라도, 우리는 지방정부에 대한, 그리고 우리사회에 대한 새로운 눈높이를 사회적으로 공유하였으므로, 그것으로도 의미는 매우 크다 하겠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 이후 신자유주의 양극화 체제를 이끌고 있는 소위 신자유주의 '선진화' 정치사회 세력은 설 자리를 점차 잃어갈 것이고, 복지국가 정치사회 세력이 우리 사회의 전면에 나서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 시기를 얼마나 앞당기느냐 하는 것이며, 이는 순전히 우리 시민사회의 성찰적 노력과 소통의 정도에 달려있다 하겠다.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는 이를 위한 소중한 계기이자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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