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안의 성격이 '권력 개입'을 둘러싼 논란이란 점에서 똑같다. 권력이 개입해서도 안 되고, 개입할 수도 없는 영역에 무단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MBC와 봉은사는 쌍둥이다.
사실 규명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똑같다. 세종시와 4대강과 같이 입장과 입장이 맞붙는 정책 문제가 아니라 진실과 거짓이 엇갈리는 사실 문제라는 점에서 MBC와 봉은사는 쌍둥이다.
하나 더 있다. 여권 입장에서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도 MBC와 봉은사는 똑같다. 적극 해명하면 판이 커지고 침묵으로 일관하면 의혹이 커진다는 점에서 그렇다. 어떻게 대응하든 지방선거에 악재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꼬리 자르기'도 쉽지 않다. '해소'가 아니라 '미봉'에 만족하면서 정치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일 또한 가능치 않다. MBC의 경우 자의인지 타의인지 모르겠지만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사퇴하는 것으로 '꼬리 자르기'의 여건이 성숙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김우룡 전 이사장의 입에서 '큰집'이 튀어나온 상태인지라 '곁방살이' 하던 사람의 진퇴로 사태가 수습될 수가 없다. 당장 MBC노조와 언론단체가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 ⓒ봉은사 |
봉은사의 경우는 더 어렵다. 자를 '꼬리'마저 없다. 안상수 원내대표의 진퇴를 타협거리로 내세워봤자 '약발'이 세지 않다. 어차피 그의 임기는 5월에 끝난다. 오히려 이런 방법을 쓰면 후폭풍이 더 커진다. 안상수 원내대표의 사퇴가 결과적으로 '권력 개입'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순간 헌법 문제로 비화한다. 권력 실세가 종교의 자유 영역에 침범한 것이 되니까 그렇다.
뾰족수가 있을까? 범인이 생각지 못하는 기상천외한 해결책이 있을까?
참고사항이 하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6일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호통쳤다는 소식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단다. "주교회의 등 반대 입장에 선 사람들은 '자연계와 생명의 파괴 우려'와 '생명 존중'을 사업 반대의 주된 이유로 들고 있는데 정부는 왜 4대강 사업이 환경과 생명을 살리기 위한 사업임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느냐"고 질타했단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왜 자꾸 포퓰리즘적 주장에 따라만 다니느냐. 그럴 게 아니라 전면 무상급식에 들어갈 예산을 다른 데로 돌리면 더 유익한 곳에 쓸 수 있다고 적극적으로 설명하라"고 지시했단다.
이 소식이 시사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수석들에게 호통 친 사안은 모두 정책 문제다. 레토릭과 프레임에 따라 여론 지형을 달리 짤 수도 있는 문제다. 그런데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대통령의 호통을 들어야 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가설을 겸한 의문이 성립된다. 정책 문제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데 사실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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