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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출신 허준영과 기업가 출신 강경호, 같은 듯 다른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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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출신 허준영과 기업가 출신 강경호, 같은 듯 다른 그들"

[기고] 허준영 코레일 사장 취임 1년을 맞아

이명박 정부 3년차 철도현장에선 불공정한 게임이 진행 중이다.

허준영 사장이 공기업 선진화와 노사관계 선진화의 전도사로서 철도에 부임한지 19일로 꼭 1년이다. 그간 몇 차례 철도노조와 공방전을 벌이던 허준영 사장은 급기야 지난해 연말 철도파업을 빌미로 청와대의 적절치 못한 개입과 조·중·동의 '미스터 원칙', '허준영 모델'이라는 찬사를 등에 업고 노동조합을 아예 죽이려고 나선 판이다.

허준영 사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강경호 사장에 이어 두 번째로 철도공사 사장에 임명되었다. 한사람은 정통 기업가 출신, 한사람은 경찰 출신, 출신 성분이 다른 만큼 그들이 남긴 족적도 판이하게 다르다.

2008년 6월 11일 MB 친위부대의 핵심으로 알려진 강경호 씨가 철도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강 사장은 취임일성으로 '고객만족경영, 노사융합, 자립경영기반 구축, 미래지향적 경영' 이라는 정책목표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100년을 내다보는 경영을 주창하며 여야 국회의원 등 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100인 선언을 조직했다.

이 자리에는 일부 조합원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황정우 철도노조 위원장이 참석했다. 철도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차에 '철도산업의 전략적 발전방안을 마련하는 데는 노사가 따로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인지는 몰라도 2009년 철도투자 예산은 2008년에 비해 23%인 1조1000억 원이 증액 되었다. KTX 경부선 2단계 공사와 호남선의 조기완공이 결정되었고 광역철도망 건설도 속도가 붙었다. 대륙철도와의 연계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이미 진행 중인 한국형 KTX의 개발과 부품의 국산화, 해외 철도사업진출 등도 성과를 내기에 이르렀다.

철도노조와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철도의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직원의 자발성을 끌어내고, 철도가 국가경제 발전의 견인차임을 대외적으로 알려 국민의 철도로서의 위상을 세워나가던 강 사장은 취임한지 5개월 만에 개인비리혐의로 좌초했다.

그 후임으로 2009년 3월 19일 MB의 측근이자 경찰 출신의 허준영 사장이 취임했다. 허 사장은 '철도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 허 철도가 되겠다'고 했다. 취임사에서는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말하며 '철도선진화에 역량 집중', '고객감동경영', '조직의 체질 변화', '노사와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윈(win-win-win) 문화' 등의 경영방향을 제시했다.

허 사장의 취임목적은 공기업 최대인 5115명의 정원을 감축하는 것에서 부터 그 본질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부실화된 공항철도를 떠안았다. 신규직원과 2급 이상의 연봉제 도입 및 임금삭감을 밀어붙였다. 직원의 근로조건을 규정하는 단체협약을 개악하기 위해 노사협의를 진행하다가 지난 연말 아예 단협 해지를 통고했다. 이에 반발하여 파업을 단행한 철도노조 조합원 200여 명을 해고하고 1만2000여 명을 정직, 감봉 등 중징계했다. 96억 원에 달하는 개인손배까지 아낌없이 청구했다.

허 사장은 최근 취임 1년 인터뷰에서 "한국형 고속열차인 KTX-산천 운행, 공항철도 인수, 용산역세권개발사업 정상화, 다원사업(사업다각화) 기초 구축"을 치적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올해는 할일이 더 많다. 경영 정상화의 분수령으로 삼아 강도 높은 선진화와 새로운 노·경관계 정립에 경영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노·경 관계 선진화 없이 철도 선진화를 달성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경영철학과 비전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으려야 없다. 이미 재탕 삼탕인 치적을 언론을 이용하여 홍보하는 수준이다. 색다른 것은 경찰 출신으로서 공권력을 동원해 범죄 피의자 다루는 듯한 일방적이고 폐쇄적인 노사관계를 강요하는 것이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철도공사를 '공공기관 선진화 우수사례'로 선정했다. "공사가 파업을 주동한 노조 집행부를 비롯해 가담자 전원에게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묻고 징계처분을 하는 등 무관용의 원칙을 견지함으로써 법과 원칙에 따른 합리적 노사관계를 구축했다"는 것이 이유다.

지금 철도현장에는 임금삭감, 노동강도 강화, 직원간의 경쟁 격화에 이어 고용불안이 엄습하고 있는 가운데 허 사장이 직원들에게 외워 부르라고 강요하는 새로운 사가 '오! 글로리 코레일'이 서글프게 울려 퍼진다. '두발, 콧수염, 손톱, 복장 등 용모단정'을 지시하는 지시문이 하루가 멀다 하고 게시판을 장식한다. 자발성과 창의력 고양은 오간데 없고 상명하복의 독특한 기업문화가 서서히 현장을 질식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직원들은 "나이 들어 또다시 지긋지긋한 군대에 온 느낌"이라고 한다.

허 사장은 취임 1년간 철도노조 총 조합원의 2%가 넘는 500여 명을 고소, 고발했다. 2010년 철도건설 예산은 전년대비 29%(4조5873억→3조2548억 원) 삭감되었다.

오늘도 철도역에서는 '국민의 철도, 코레일' 로고송이 낭랑하게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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