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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잣집 아들은 군대에서도 밥값을 내게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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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부잣집 아들은 군대에서도 밥값을 내게 하자고?"

[홍성태의 '세상 읽기'] 굶는 아이에게 밥을 주자!

오늘날 한국은 세계적인 경제대국이다. 성장 둔화, 실업 증가, 중산층 감소, 빈곤층 증가, 양극화 심화 등의 문제를 안고 있기는 하지만 국내총생산 기준으로 세계 13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8위의 경제대국이다. 국토 면적은 세계 109위밖에 되지 않는 소국이지만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의 엄청난 대국인 것이다. 이렇게 작은 나라가 이렇게 거대한 경제력을 보유하기 위해서 얼마나 큰 대가를 치러야 했겠는가?

그것은 무엇보다 세계 130위권의 환경 질에서 잘 드러난다. 엄청난 경제력을 보유하기 위해서 우리 국토는 금수강산에서 공해강산으로, 화려강산에서 파괴강산으로 망가져야 했던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이룬 성과를 꼼꼼히 돌아보며 우리가 이루어야 할 과제에 대해 찬찬히 살펴봐야 할 때가 되었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사는 것은 결코 사람답게 사는 것일 수 없다. 더욱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갖추고도 아직도 모자란다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앞만 보고 달리자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나누고, 소득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보존하는 것에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은 다시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의 경제력에 비추어서 우리가 여전히 참 각박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대사건이 바로 '4대강 살리기'이다. 오죽하면 1106명의 신부들이 '역사상 최악의 자연 파괴'라고 비판하고 나섰겠는가? 우리의 경제력에 비추어 보면, 자연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데 온힘을 쏟아서 개발독재 시대의 상처를 하루빨리 치유하도록 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때보다 더 거대하고 파괴적인 토건사업을 전국적으로 벌이고 있는 것이다. 돈이 많다고 해서 잘 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렇게 다시 확인하게 된다. 잘 살기 위해 돈을 많이 벌자며 국토를 마구 파괴했고, 이제 돈을 많이 벌었는데도 더욱 더 대규모로 국토를 파괴한다. 과연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시급히 심층 토론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 지난 3월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는 오는 지방선거에서 친환경 무상 급식을 정책으로 선택하기를 압박하는 '친환경 무상 급식 풀뿌리 국민 연대'가 출범했다. ⓒ연합뉴스

우리가 경제력에 걸맞지 않게 여전히 각박하게 살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은 또 있다. 그것은 '4대강 살리기'만큼 대사건은 아니지만 그것보다 더 직접적으로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바로 밥을 굶는 아이들이다. 밥이 먹기 싫어서 먹지 않는 아이들이 아니라 밥이 없어서 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우리 곁에 있다.

그 실태를 잠시 보자. 초·중등학생에 대해 점심의 급식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학기 중의 급식 지원 학생 수는 97만 명이다. 그런데 방학 중의 급식 지원 학생 수는 50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47만 명은 대체 어떻게 되었는가? 2009년 여름방학의 급식 지원 학생 수는 54만 명이었는데, 겨울방학의 급식 지원 학생 수는 47만6444 명으로 대폭 줄었다. 7만 명은 어떻게 되었는가?

2009년 현재, 전국의 초등학생 수는 347만 명이 넘고, 중학생 수는 200만 명이 넘는다. 초중등학생 수가 모두 547만여 명이니 급식 지원 학생 수는 전체의 17.7퍼센트이다. 그런데 방학 중의 급식 지원 학생 수는 9.1퍼센트로 줄어든다. 그나마 한나라당이 급식 지원 학생의 자격을 엄격하게 규정하면서 지난 겨울방학에는 무려 7만 명이나 줄어들어서 8.7퍼센트밖에 지원받지 못했다고 한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나라에서 초중등학생 100명 중의 18명이 급식 지원을 받지 못하면 점심을 굶어야 하는 것은 참담한 일이다. 그런데 지난 겨울에는 그 중에서 8.7명밖에 급식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더욱 더 참담한 일이다. 10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점심을 굶으며 겨울을 보냈다니, 정말 가슴이 아프다.

급식 지원을 받지 못하면 점심을 굶어야 하는 아이들이 아침과 저녁은 제대로 챙겨 먹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몇 해 전의 일이다. 학생들에게 시민단체의 활동에 대해 조사해서 발표하는 과제를 주었다. 몇 학생이 원주의 '밥상 공동체'에 관해 발표했다. 원주의 밥상 공동체는 '불우 이웃'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봉사 단체로 잘 알려져 있다.

나는 학생들의 발표를 보다가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굶주리며 추위에 떠는 노인과 아이들이 우리 곁에 적지 않다. 국내총생산과 개인순금융자산이 모두 1000조 원을 돌파한 '부자 나라' 한국에서 밥을 먹지 못하는 결식 아동과 결식 노인이 수십만 명에 이르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제대로 된 '부자 나라'라면 적어도 결식 아동과 결식 노인은 없어야 할 것이다.

굶는 아이들에게 밥을 주자.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이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야 이 사회의 미래도 밝다. 무상 급식을 둘러싼 논란은 이제 그만 하자. 무상 급식은 모든 아이들의 당연한 권리이다. 부잣집 아이라도 가난한 집 아이와 똑같이 무상 급식을 누릴 권리를 갖고 있다. 아이는 사회의 미래이니 사회는 아이의 양육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사실 의무교육은 무상 급식을 전제로 한다. 교육을 의무로 규정해 놓고 밥도 먹이지 않는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군대에서는 왜 모든 사병들에게 무상 급식을 하나? 부잣집 사병에게는 무상 급식을 하지 않아야 하나? 모든 아이들에게 무상 급식을 하지 않는 의무교육이 잘못된 것이다.

문제는 전면적인 무상 급식이 아니다. 그것은 당연한 전제일 뿐이다. 이 전제 위에서 모든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는 것이 논점이 되어야 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엉터리 급식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 이와 관련해서 멋진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가 영국의 학교 급식을 개혁하기 위해 애썼던 사례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나아가 집에서 밥을 굶는 아이들과 노인들에 대한 급식지원을 크게 강화해야 한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에 밥을 굶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참으로 부끄럽게 여기고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북한이나 아이티에 대해 계속 지원을 늘려야 하지만 우리 안의 빈곤과 기아에 대해서도 사회의 관심을 더욱 높여야 한다.

저출산을 크게 고민하는 사회에서 아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투자인 전면적인 무상 급식이 큰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이상한 일이다. 모든 아이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하자. 그렇게 해야 조금이라도 출산율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당연한 권리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곳에서 누가 선뜻 아이를 낳아 기르려고 하겠는가? 아이들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 출산장려금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에서 수십만 명의 아이들이 밥을 굶고 있고, 부잣집 아이마저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누리고 있지 못하다. 이 기형적인 현실을 하루빨리 타파하자. 우리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경제력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이 글이 발표되기 몇 시간 전인 3월 18일 오전에 정부와 여당은 무상 급식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3월 16일 전국에서 2110개가 넘는 시민단체들이 참여해서 '친환경 무상 급식 풀뿌리 국민 연대'가 출범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도 더 이상 '무상 급식은 포퓰리즘'이라는 기이한 주장만 되뇌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사실상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전면적인 무상 급식'이 아니라 여전히 '저소득층 무상 급식'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지배하고 있는 경기도의회는 18일 오후에 정부와 여당의 발표를 그대로 따르기라도 하는 듯이 경기도교육청의 무상 급식 예산을 또 다시 전액 삭감했다. 자꾸만 이 나라가 정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맞는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3월 17일 강원도 정선군의회는 초·중등학교는 물론이고 유치원과 고등학교까지 전면적인 무상 급식을 위한 조례를 상정했다. 더욱이 급식은 친환경 식재료를 이용하기로 했다. 정선군의회는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고, 유기농을 확대하고, 농업을 지키고, 나라를 지키는 1석4조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거창군, 하동군에 이어서 정선군에서도 중요한 생태복지 개혁의 사례가 만들어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왜 이렇게 좋은 길을 가려 하지 않는가? 아이들의 권리를 지키고 생태복지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선진화'가 아닌가?

강 죽이기를 중단하고 그 돈을 아이들을 위해 쓴다면, 강도 살고 아이들도 잘 커서 생태복지국가에 성큼 다가갈 수 있지 않는가? 이것이야말로 수많은 성직자들과 전문가들과 학부모들이 간절히 염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정부와 여당의 발표에 대해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짧은 성명을 발표해서 그 내용을 반박했다. 아래에 그 전문을 제시한다. 대다수 국민들이 좋은 것이라고 인정하는 것이자 우리의 능력으로 쉽게 이룰 수 있는 것조차 이렇게 이루기가 어려운 현실을 직시하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의 성명 (2010년 3월 18일 오후 4시 30분께 발표)

"무상 급식 무마시키려 무상 보육 약속도 저버리는 정부여당"

1. 한나라당과 정부가 무상 보육을 내세워 무상 급식 전면 실시에 물 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오늘 한나라당과 정부는 무상 급식 관련 당정회의를 열어 "저소득층 초·중등생을 대상으로 한 전면 무상 급식을 실시하고, 부자 급식에 지원될 예산으로 2015년까지 만0세부터 5세까지 중산층과 어려운 서민 아동들의 보육비와 유아 교육비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이는 2009년 현 정부가 직접 수정한 중장기 보육 계획(아이사랑플랜)의 무상 보육안 보다 후퇴한 것이란 점에서 국민을 기만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 :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교수)는 무상 급식 전면 실시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에만 급급해 이미 계획되어 있던 무상 보육 계획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대단한 정책인양 발표한 한나라당과 정부를 규탄하며, 당정합의 사항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2. 지난 2009년 보건복지가족부가 수립한 중장기 보육 계획(아이사랑플랜)에 따르면 2012년까지 0~4세 소득하위 80퍼센트 아동에게 보육료를 전액 지원하고, 만5세 아동은 모든 아동에게 2011년까지 보육료를 전액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당정회의를 통해 한나라당과 정부는 아동에 대한 보육료 전액 지원을 0~4세 아동은 3년, 만5세 아동은 무려 4년이나 늦추기로 한 것이다.

무상 급식에 지원될 예산으로 원래 실시하기로 했던 정책을, 그것도 몇 년이나 늦추겠다는 한나라당과 정부의 행태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2015년이라는 기간을 고려하지 않고 무상보육을 조기 실시한다 해도, 무상 보육은 이미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국민들과 약속해왔던 사안이라는 점에서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정책이다.

심지어 정부는 올해부터 0~4세 소득하위 60퍼센트 이하 아동에게 보육료를 전액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과 정부가 나날이 늘어가는 보육비와 교육비 부담에 지친 '어려운 서민과 중산층'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기존에 마련된 정책 계획부터 꼼꼼히 살피고, 이를 이행할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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