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내가 '친북 100명'?…"실소, 영광, 그리고 미안"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내가 '친북 100명'?…"실소, 영광, 그리고 미안"

"백낙청ㆍ리영희 선생 등과 함께 올라 영광"

친북좌파 100명 명단? "우습고, 영광이고, 미안하고."

'친일인명사전'에 대항해 '친북인명사전'을 만들겠다고 선포한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위원장 고영주 변호사)는 12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북·반국가 행위' 대상자 5000명 중 100명을 추려 1차 발표했다.

이들의 대상자 선정 기준은 북한의 '주체사상', '선군노선', '연방제 통일' 등을 지지·선전한 친북행위와 헌법질서를 부정하고 선동한 반국가행위인데, 이날은 현재 활동 중이고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사 100명을 우선 발표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1차 명단에서는 빠졌다.

이들은 1차 명단 포함자들의 이의 신청을 받아 검토한 뒤 최종적으로 명단을 확정해 오는 8월 15일 '친북반국가행위 인명사전' 제1권을 발표할 예정이다.

▲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는 12일 오전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친북, 반국가행위 인명사전' 1차 수록예정자 명단을 발표했다. 위원회측은 총대상자 5,000명 중 현재 활동중이거나 사회적 영향력이 강한 100명을 선정했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양동안 추진위원(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고영주 위원장 (변호사), 이동복 추진위원 고문 (전 국회의원). ⓒ연합뉴스

1차 발표 명단에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문규현·문정현 신부, 수경 스님, 홍근수 목사, 소설가 조정래,·황석영 등 진보진영 원로급 인사들을 비롯해, 손호철 서강대 교수, 조국 서울대 교수, 안병욱 카톨릭대 교수 등 학계 인사들도 다수 포함됐다.

정치권에서도 민주노동당 강기갑, 권영길 의원을 필두로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민주당 김근태 고문,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 등이 포함됐고, 오영식, 우상호, 이인영, 임종석 전 의원 등 전대협 출신 정치인들이 이름을 남겼다.

"실소"…"영광"…"한 것도 없는데"

현직 국회의원 중에는 강기갑, 권영길 의원을 빼고는 민주당 최규식 의원의 이름이 이목을 끌었다. 최 의원은 기자 출신으로 운동권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최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꼴통 극우세력의 웃기는 작태"라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최 의원은 자신이 '지목'된 데 대해 "나름 분석을 해보니,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촛불시위자 가족들까지 법적 근거없이 공안사범리스트를 통해 연좌제로 수사하는 것을 폭로한 것과 17대 국회에서 국민의 사상을 검증해 빨간칠을 하는 공안문제연구소를 해체하는 데 노력했다는 점이 이유가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 의원은 다만 "이의를 제기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 의원은 오히려 "명단에 나오는 분들은 한결 같이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헌신한 분들"이라며 "백낙청, 함세웅, 리영희 선생과 같은 기라성 같은 분들과 함께 오른 것이 영광이면서도, 한 일이 없는 내가 끼어 누가 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명단에 이름이 올라간 서울대 법학대학원 조국 교수도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그런 일이 있었냐"면서 실소를 흘렸다. 조 교수는 "코미디라서 뭐라 말해야 될지 모르겠다. 언급할 가치도 없는 것 같다"면서 "반론 신청 같은 것을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왜 난 뺐냐" 항의 나올지도

이와는 별도로 '나왔음 직한' 인사들도 상당수 빠져 있다. 1차 명단 정치권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활동력'과 '사회적 영향력'을 봤을 때, 진보신당 심상정 전 대표, 유시민 전 장관,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도 마땅히 포함됐어야 할 인물들이다. 민주당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보좌한 박지원 의원 등은커녕, 현역 의원이 최규식 의원 한 명 뿐이다. 재야운동권·노동계 분야에서도 민주노총이나 전교조 위원장은 빠져 있다.

법조계 인물은 단 3명이었는데, 김승교(실천연대 상임대표), 박원순(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임종인(전 국회의원) 변호사들을 '법조계'로 분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확한 선정기준을 알 수 없어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진중권 교수가 빠진 이유도 알 수 없다.

명단에 들어간 인물들은 '대응할 가치도 없다'며 무시하겠다는 반응이 주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은 "평소 원한 가진 사람들 잡기장에 써 놓은 수준 같다"며 "이의신청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심각한 명예훼손적 발표지만, 저런 단체에 대해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반면 명단에서 빠진 이들 사이에서 "난 왜 빠졌느냐"고 항의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