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인명사전'에 대항해 '친북인명사전'을 만들겠다고 선포한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위원장 고영주 변호사)는 12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북·반국가 행위' 대상자 5000명 중 100명을 추려 1차 발표했다.
이들의 대상자 선정 기준은 북한의 '주체사상', '선군노선', '연방제 통일' 등을 지지·선전한 친북행위와 헌법질서를 부정하고 선동한 반국가행위인데, 이날은 현재 활동 중이고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사 100명을 우선 발표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1차 명단에서는 빠졌다.
이들은 1차 명단 포함자들의 이의 신청을 받아 검토한 뒤 최종적으로 명단을 확정해 오는 8월 15일 '친북반국가행위 인명사전' 제1권을 발표할 예정이다.
▲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는 12일 오전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친북, 반국가행위 인명사전' 1차 수록예정자 명단을 발표했다. 위원회측은 총대상자 5,000명 중 현재 활동중이거나 사회적 영향력이 강한 100명을 선정했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양동안 추진위원(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고영주 위원장 (변호사), 이동복 추진위원 고문 (전 국회의원). ⓒ연합뉴스 |
1차 발표 명단에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문규현·문정현 신부, 수경 스님, 홍근수 목사, 소설가 조정래,·황석영 등 진보진영 원로급 인사들을 비롯해, 손호철 서강대 교수, 조국 서울대 교수, 안병욱 카톨릭대 교수 등 학계 인사들도 다수 포함됐다.
정치권에서도 민주노동당 강기갑, 권영길 의원을 필두로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민주당 김근태 고문,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 등이 포함됐고, 오영식, 우상호, 이인영, 임종석 전 의원 등 전대협 출신 정치인들이 이름을 남겼다.
"실소"…"영광"…"한 것도 없는데"
현직 국회의원 중에는 강기갑, 권영길 의원을 빼고는 민주당 최규식 의원의 이름이 이목을 끌었다. 최 의원은 기자 출신으로 운동권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최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꼴통 극우세력의 웃기는 작태"라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최 의원은 자신이 '지목'된 데 대해 "나름 분석을 해보니,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촛불시위자 가족들까지 법적 근거없이 공안사범리스트를 통해 연좌제로 수사하는 것을 폭로한 것과 17대 국회에서 국민의 사상을 검증해 빨간칠을 하는 공안문제연구소를 해체하는 데 노력했다는 점이 이유가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 의원은 다만 "이의를 제기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 의원은 오히려 "명단에 나오는 분들은 한결 같이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헌신한 분들"이라며 "백낙청, 함세웅, 리영희 선생과 같은 기라성 같은 분들과 함께 오른 것이 영광이면서도, 한 일이 없는 내가 끼어 누가 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명단에 이름이 올라간 서울대 법학대학원 조국 교수도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그런 일이 있었냐"면서 실소를 흘렸다. 조 교수는 "코미디라서 뭐라 말해야 될지 모르겠다. 언급할 가치도 없는 것 같다"면서 "반론 신청 같은 것을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왜 난 뺐냐" 항의 나올지도
이와는 별도로 '나왔음 직한' 인사들도 상당수 빠져 있다. 1차 명단 정치권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활동력'과 '사회적 영향력'을 봤을 때, 진보신당 심상정 전 대표, 유시민 전 장관,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도 마땅히 포함됐어야 할 인물들이다. 민주당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보좌한 박지원 의원 등은커녕, 현역 의원이 최규식 의원 한 명 뿐이다. 재야운동권·노동계 분야에서도 민주노총이나 전교조 위원장은 빠져 있다.
법조계 인물은 단 3명이었는데, 김승교(실천연대 상임대표), 박원순(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임종인(전 국회의원) 변호사들을 '법조계'로 분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확한 선정기준을 알 수 없어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진중권 교수가 빠진 이유도 알 수 없다.
명단에 들어간 인물들은 '대응할 가치도 없다'며 무시하겠다는 반응이 주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은 "평소 원한 가진 사람들 잡기장에 써 놓은 수준 같다"며 "이의신청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심각한 명예훼손적 발표지만, 저런 단체에 대해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반면 명단에서 빠진 이들 사이에서 "난 왜 빠졌느냐"고 항의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될지도 모를 일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