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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좌파)을 잡으려면 뱀머리(노무현·김대중)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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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좌파)을 잡으려면 뱀머리(노무현·김대중)를 잡아라"

[현장] 아수라장 된 <친북 반국가 인명 사전> 기자회견

"야바위야, 야바위, 이런 X들이 무슨 <친북 반국가 인명 사전>을 만든다고…다 때려치워."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60~70대로 보이는 노인들은 연신 삿대질을 해대며 "어떻게 김대중, 노무현을 누락시킬 수 있느냐"며 기자회견장에 난입했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고영주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위원장은 "돌아가신 분이기 때문에 그렇게 결정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기자회견은 시작한 지 30분 만에 중단됐다.

보수단체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가 26일 <친북 반국가 인명 사전> 편찬 관련 기자회견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었다. 이들은 12월 중 자신들이 선정한 '친북 반국가 행위자' 1차 대상자 100명을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사전에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누락됐다는 걸 알게 된 다른 보수단체 회원의 방해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

▲ <친북 반국가 인명 사전> 기자회견에 참석한 70대 노인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1차 명단에 누락된 것을 두고 주최측에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이렇게 할 거면 때려 치워라" vs "좌파 세력이 방해 온 것 아닌가"

아수라장은 전직 대통령이 사전에서 누락됐다는 고영주 위원장의 발언 직후 시작됐다. 고영주 위원장은 "사전에 전직 대통령도 포함 되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내부에서 논란이 있었지만 1차 대상자에는 돌아가신 분을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곧바로 기자회견 청중석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60대 노인은 "진짜를 빼면 어떡하나. 김대중, 노무현을 넣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70대 노인도 "<친일 인명 사전>에는 죽은 사람까지 다 넣었는데 왜 이쪽에서는 죽었다고 뺄 수 있는가"라고 목에 핏대를 세웠다.

고영주 위원장이 "1차 명단 발표 후 당사자에게 반론 기회를 주려 한다. 돌아가신 분은 반론을 할 수 없기에 부득이 뺐다"라고 재차 해명했지만 보수단체 회원들의 화를 가라앉히긴 역부족이었다. 50대 노인은 "이렇게 할 거면 때려 치워라. 죽었으면 그들의 자식들이 반론을 제기하면 되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60대 노인은 "뱀을 잡으려면 뱀 대가리를 죽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주최측 사회자가 "이렇게 되면 기자회견의 본의를 제대로 알릴 수 없다"며 "여러분들은 기자회견을 방해하기 위해 온 것 아닌가"라고 쏘아붙였다. 고영주 위원장도 분을 참지 못하고 "좌파 세력에서 방해를 하기 위해 온 것 같다"며 "정 못 마땅하다면 여러분도 여러분 기준에 맞춰 사전을 만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북 반국가 인명 사전> 선정 기준 논란 될 듯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기자회견 시작 30분 만에 주최측은 철수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보수회원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연신 주최측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가 이날 밝힌 <친북 반국가 인명 사전> 1차 대상에는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포함되진 않았지만 주요 사회 인사들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10명, 전·현직 관료 및 판사 7명, 재야인사 30명, 종교계 10명, 문화예술계 7명, 언론인 7명 등이 포함돼 있다.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는 선정 기준을 '현재 활동 중인 자로서 사회적 영향력이 강하고 친북 반국가 활동의 증거가 명백한 자'로 정했다.

▲ 보수단체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가 26일 <친북 반국가 인명 사전> 편찬 관련 기자회견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었다. 이들은 12월 중 자신들이 선정한 친북 반국가 행위자 1차 대상자 100명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뉴시스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훼손하는 반헌법적, 반국가적 활동을 행한 인사들의 활동 내역과 사상 성향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이들을 역사적으로 단죄하고자 한다"고 <친북 반국가 인명 사전> 편찬 취지를 설명했다.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의 설명에 따르면,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북미 평화 협정 체결 등을 지지하면 친북 반국가 인사로 선정된다. 또 사회주의, 민중민주주의 실현, 계급 투쟁에 의한 민중 권력·노동자 권력 수립을 주장하거나 자유시장 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면 반국가 인사로 분류한다.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는 2010년 3월~5월 사이 친북 반국가 행위자 1차 인명 사전을 발간하고 2010년 12월 중 2차 인명 사전을 발간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향후 2015년까지 편찬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총 5000명에 대한 편찬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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