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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욱 5만 달러는 귀신한테 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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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곽영욱 5만 달러는 귀신한테 줬나"

'진술 신빙성' 부각…부담 커진 검찰, 적극 방어

공개 법정에서 곽영욱 전 사장의 '입'이 열리면서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수수 혐의 재판 쟁점의 윤곽이 그려지고 있다. 쟁점의 핵심은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느냐 여부. 그런데 곽 전 사장의 진술은 오락가락했다.

11일 오전부터 시작해 밤 11시까지 증인신문이 계속됐는데, 곽 전 사장은 주머니에 5만 달러를 들고 갔지만 '의자'에 두고 나왔고, 한 전 총리가 그 돈을 확인했는지 여부는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의자에 두고 왔다"는데

당시 한 전 총리, 강동석 전 건교부장관, 정세균 전 산자부장관 등이 오찬을 함께 했는데, 곽 전 사장은 "장관 둘이 나간 뒤 좀 남아있다 인사 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곽 전 사장은 '인사'에 대해 "포켓에 넣은 돈을 내가 밥 먹던 의자에 놓고 나왔다"고 진술했다.

곽 전 사장은 그러나 '의자에 돈 봉투를 놓는 걸 본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재판장이 "한 전 총리도 못 봤느냐?"고 재차 확인했는데, 곽 전 사장은 "총리님도 볼 수 있었으나, 봤는지는 확실히 모른다"고 말했다.

'보이게 놨느냐'는 질문에도 곽 전 사장은 "어떻게 보여주나. 바로 놓고 왔다"고 답했고, '그 봉투를 누가 가지고 갔는지 봤느냐'는 질문에도 "못 봤다"고 대답했다.

재판장은 강동석, 정세균, 곽영욱 등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간 뒤 한 전 총리가 돈 봉투를 확인했을 가능성에 대해 추궁했지만, 곽 전 사장은 "(한 전 총리를 포함해) 짧은 시간에 동시적으로 나갔다"고 말해, 최소한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직접 얼굴을 보며 돈 봉투를 건네지 않았다는 것은 확인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 전 총리가 뇌물 수수 혐의에서 완전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곽 전 사장 일행이 돌아간 뒤 한 전 총리가 돈 봉투를 직접 확인했거나, 식탁을 정리하던 직원이 한 전 총리에게 돈 봉투를 전해줬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그것도 아니면 누군가 슬쩍했다는 '배달사고'도 의심할 수 있다.

다만 누군가 돈 봉투를 발견해 전달했건 배달사고를 쳤건, '제3자'가 개입돼 있다면, 검찰 측에서 이를 입증해야 한다. 이와 같이 '의자에 두고 왔다'는 식의 뇌물 사건이 있었지만, 이 경우 검찰의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

오락가락 진술, 검찰 강압은 없었나

뇌물사건에서 또 중요한 쟁점은 '청탁의 실현' 여부이다. 검찰은 곽 전 사장에게 "한 전 총리가 당시 현장에서 정세균에게 '곽 사장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고 추궁했는데, 곽 전 사장은 "곽영욱이라는 사람 잘 부탁한다가 아니라 그냥 '잘 부탁한다'였다"고 답했다.

곽 전 사장은 다만 "총리가 잘 부탁한다고 한 건 날 잘 부탁해달라는 뜻도 있는 것 같아 기분은 좋았다"고 주관적 해석을 했지만,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을 지칭해 청탁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뇌물 수수 정황 증거로 인정되기 어렵다.

또 한 가지 쟁점은 '진술의 신빙성'이다. 보통 뇌물 사건의 경우 물적 증거는 거의 없고, 뇌물공여자의 진술이 유무죄를 가르는 중요 변수이기에 진술의 신빙성 검증에 상당한 공을 기울인다.

그런데 이날 곽 전 사장의 진술에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그렇게 진술했다는 얘기를 듣고 나도 그런 줄 알았다'는 식의 모호한 답변이 많았다. 특히 '검찰의 강압 수사' 의혹은 한 전 총리 측의 강력한 무기가 될 전망이다.

곽 전 사장은 검찰 조사 과정에 대한 진술을 하면서 검사가 "전주고 나온 사람들 다 대라"는 식의 추궁을 했다고 털어놨다. 곽 전 사장이 심장 수술 등 건강 문제로 인해 두려움에 떨고 있었던 점도 검찰 조사 당시 심리적 불안 상태로 인해 강압, 혹은 자발적 허위 진술의 가능성을 남긴다.

한명숙 총리 측 관계자는 "검찰이 어떻게 나올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한 고비를 크게 넘긴 것은 사실"이라며 안도감을 표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이 제시하는 것이 곽영욱 전 사장의 진술 밖에 없고 그 일관성과 신뢰성을 주장하며 기소한 것 아니냐"면서 "하지만 어제부로 곽 전 사장 발언의 신뢰성은 완전히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검찰, '곽영욱 오락가락'? "곽영욱 변호사가 시켜서 그런 것"

하지만 검찰은 이날 곽 전 사장 증인신문을 하면서 '변호인의 조력을 충분히 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곽 전 사장이 검찰조사 당시 진술을 뒤집었던 것도 변호사의 조언에 의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곽 전 사장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84억 원 횡령혐의로 곽 전 사장을 구속해 수사하며 비자금 사용처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다. 곽 전 사장의 변호인은 "대가없이 인사한 돈이나 (공소시효가 만료된) 2004년 선거자금까지는 검찰에 얘기해도 된다"고 조언도 했다. 그러던 중 검찰이 '남동발전 사장은 갑자기 간 것인데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으니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의 초대로 총리 공관에 갔던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곽 전 사장은 처음 '3만 달러'에서 '5만 달러'로 정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좋은 분이라 좀 줄여야 돼서"라고 말했다. 검사는 또 '힘들다, 그냥 내가 거짓말 했다고 해달라'고 곽 전 사장이 말한 이유에 대해서도 변호사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준 것을 얘기하지 말라"고 해서조사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했던 것이라고 주장했고, 곽 전 사장도 시인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곽 전 사장의 신뢰성이 많이 손상됐고 검찰이 '전주고 출신 정치인 다 불라고 했다'는 식 발언의 영향이 적지 않겠지만 결과를 단언하긴 어렵다"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이 변호사는 "앞뒤 사정은 복잡하지만 곽 전 사장의 진술을 보면 '나는 한 전 총리와 친하고 5만 달러를 두고 왔다'는 것 아니겠냐"면서 "재판부가 전체적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할지 핵심 부분은 변함이 없다고 판단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심한 코미디 검찰

곽영욱 전 사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흔들리자 민주당은 맹반격을 가했다. 박지원 정책위의장은 11일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한명숙 전 총리의 재판을 보고 '검찰 코미디'를 잘 봤다"고 비꼬았다. 박 정책위의장은 "나도 공관에서 살아봤지만 경호원이 있고 비서가 있고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는 등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떻게 의자에 5만달러를 놓고 나오겠느냐"며 "내가 볼 때는 귀신한테 주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박 의장은 또한 "더 가관은 골프채 이야기를 왜 하느냐. 엄연한 별건수사"라며 "한 총리는 골프를 치지도 않고 골프채를 받지도 않았다고 하니 이 골프채는 아마도 하늘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 검찰, 그것도 중앙지검 특수부가 이 이정도로 수사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코미디 검찰"이라며 "한 전 총리에 대한 기소를 취하하고 국민 앞에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18일로 예정된 법사위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추궁을 하겠다고 별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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