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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오발탄'에 우리당 세 갈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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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오발탄'에 우리당 세 갈래 대응

[기자의 눈] '경악할 사건' 예고 사흘만의 허탈한 마무리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경악할만한 사안"이라고 예고편을 띄운 이명박 서울시장의 '별장파티' 의혹과 관련해 열린우리당의 뒷수습 역시 '아니면 말고'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두 건의 발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라며 "지난주 금요일 '경악할 만한 비리'라는 표현 때문에 예고 같이 보인 것은 유감"이라는 한마디 말로 논란의 와중에 뒷전으로 물러앉았다.

정동영 의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이 문제에 대한 별다른 코멘트도 하지 않았다. 사흘 전부터 당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 기세 좋게 제기한 의혹이 '증거불충분'으로 판정받은 데 대한 책임 있는 발언이라고는 찾을 수 없었다.

뒤이어 기자간담회를 가진 이광재 전략기획 위원장은 "'경악할 만한 사안'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김 대표의) 해명이 있지 않았느냐"면서 "당에서는 좀 더 신중을 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진상조사단에서 확인을 했다니 원내대표 입장에서는…"이라고 얼버무렸다.

***전세역전, 중간당직자들만 '진땀'**

지도부들의 '무책임'을 대신해 애먼 중간급 당직자들의 고난이 시작됐다.

우상호 대변인이 땀을 뺐다. 그는 "이명박 시장에 대한 의혹제기가 '아니면 말고' 라는 식으로 비판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이 시장) 사안은 지방선거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황제테니스에 대한 애초의 국민적 의혹이 연장된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추가 폭로가 있느냐는 질문에 우 대변인은 "의혹이 해명된 것은 아니고 방증은 있는데…"라면서도 "앞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공개는 없을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총대'를 맸던 안민석 의원도 이날 오후 다시 기자실에 섰다. 그는 "이명박 시장과 선병석 서울시테니스협회장이 절친한 관계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친분 여부보다 비리가 존재하느냐 여부가 중요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안 의원은 "그것은 우리 조사단이 할 바가 아니고…"라고 답했다.

안 의원은 "'경악할 만한 사안'이라는 발언이 왜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진상조사단이 지도부와 큰 교감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라고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유탄 맞은 한명숙과 강금실 "말 정치는 절제해야"**

반면 한명숙 국무총리 지명자나 강금실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반응은 아주 달랐다.

강금실 전 장관은 이날 KBS 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 출연해 "정당정치의 본류가 아닐 경우에는 좀 신중하고 함부로 발언하거나 불필요하게 의미를 더 부여하는 식의 말정치는 이제 정말 절제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당이 정치를 시작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정당인데 너무 기존 정치의 틀에서 대응하기에 급급한 측면들이 많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명숙 총리 지명자도 인사청문회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선거가 있으면 정치적 공방도 많지만 국민들은 싸우는 것을 너무 싫어한다"며 "정책대결로 가면 좋겠다"고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다.

종합하면 당사자인 김한길 원내대표를 위시한 당 지도부는 "유감이다"는 한마디로 쏙 빠지고, 중간급 당직자들은 그래도 체면치레 하느라 군색한 비판을 이어가고, 강금실-한명숙 등 '클린 이미지'를 가진 정치권 이슈의 주인공들은 당을 비판하는 세 갈래 모양이 공존한 셈이다.

***'네거티브'의 유혹에서 언제나 자유로워질까**

'한지붕 세 가족'에 다름 아닌 이런 대응을 사전에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그 누구의 태도에서도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고자 하는 자성의 빛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한 대충 얼버무려 역풍이나 차단하고 보자는 식의 여당의 태도에선 제2의 '양치기 소년'이 언제든 또 등장할 것이라는 야당의 비판이 설득력 있게 와 닿기까지 했다. 열린우리당이 처한 조건들은 그런 예감을 충분히 갖게 한다.

'흑색선전 정치' '소설가 정치' '김대업 사건의 재판'이라며 기세를 올린 한나라당은 급기야 '공작정치금지법'을 발의하겠다고 나섰다. 할 말이 없어진 우리당도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무엇보다 선거판에서 '네거티브'는 주로 뒤지는 쪽의 단골메뉴다. 이번 김 대표의 '경악할만한 비리' 발언은 여당이 사활을 걸고 있는 서울시장 선거와 떼어보기 힘들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갈수록 한나라당 유력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확대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지방선거가 인물구도로 좁혀질수록 네거티브의 위험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많은 전문가들이 경고하듯이 정책과 컨셉이 빠진 '인물 선거'에선 상대방에 대한 '흠집내기'만큼 효율적인 공격 포인트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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