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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의 힘? '한은 총재 유력설'에 시장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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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의 힘? '한은 총재 유력설'에 시장 '들썩'

차기 한은총재 '별들의 전쟁'…강만수 "관심 없다"

'강만수'란 이름 석자에 4일 금융시장은 들썩였다. 환율이 소폭 오르고 주가와 금리가 떨어졌다.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이 차기 한국은행 총재로 사실상 내정됐다는 루머가 이날 오후 급작스럽게 시장에 돌았기 때문이다.

강만수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으며, 아직도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최고 실세 중 하나다. 강 장관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와중에 고환율 정책, 감세 정책 등 사실상 부유층과 수출대기업에 특혜가 집중되는 정책을 써 비난 여론이 쏟아지기도 했다. 강 위원장은 장관 재임 당시에도 고환율 정책에 대한 고집을 굽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최근에도 "미국발 금융위기 때 한국이 가장 빨리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환율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등 굳은 '소신'의 소유자다.

강만수에 밀린 어윤대는 차기 KB금융지주 회장?

올해 3월말로 임기가 끝나는 이성태 한은 총재 후임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 임명될 것이라는 점은 한은 내부 뿐 아니라 시장에서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환율, 금리 등 통화정책에 있어 한은의 독립성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았고, 이성태 한은 총재도 정부의 요구를 순순히 받아들이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강만수 경제팀 시절 재정부와 한은이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는 일이 잦았다. 최근에는 재정부에서 사문화된 열석발언권을 내세워 한은의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하는 등 '한은 평정'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임기 4년인 차기 한은총재로 이 대통령의 측근이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게 한은 안팎의 반응. 작년 연말까지는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이 차기 한은 총재 '0순위'로 꼽혔다. '내정설'까지도 돌았다. 한은 내부에선 '내부 승진' 사례가 이성태 총재 한명으로 끝나는 것에 대해선 유감이지만, 어 전 총장이 과거 금융통화위원을 지내는 등 '한 식구'였다는 점에서 강한 거부감을 보이지는 않았었다.

그러다 갑자기 강만수 위원장이 차기 한은 총재로 급부상했다. 시점도 묘하다. 민주당 등 야당에서 한은 총재도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으로 넣자는 주장을 하면서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이런 시도가 좌초되자마자 강만수 위원장이 어 전 총장을 밀치고 '0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강만수 위원장의 경우 야당의 강한 반발이 불보듯 뻔하다. 국민 여론도 강 위원장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다. 인사청문회라는 정치적 과정을 거쳐야 할 경우 이명박 정권에겐 부담이다.

민주당 "어이 없다"…강만수 "루머일 뿐"

김효석 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장은 4일 고위정책회의에서 강 위원장의 한은 총재 유력설에 대해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고,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원장은 "초대 이명박 정부 기획재정부 장관을 했던 강 위원장의 소신은 환율도 시장에 맡겨서는 안 되고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금리정책도 중요한 경제정책 수단의 보조 수단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이라고 거듭 강 위원장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강만수 위원장이 차기 한은 총재로 거론되면서 당초 가장 유력한 후보로 언급됐던 어 전 총장은 KB금융지주 회장으로도 갈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KB금융지주 회장 자리는 지난해 정상적인 이사회를 거쳐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신임 회장으로 선임됐으나, 정부의 노골적인 압력으로 강 행장이 자진사퇴하면서 공석이 됐다.

강만수 위원장은 이날 "차기 한은 총재로 거론되고 있고, 일부에서는 차기 총재로 내정됐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는데 이는 사실을 왜곡한 루머일 뿐"이라면서 "본인이 직접 청와대에 한은 총재를 해보겠다는 어떤 의사도 내비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청와대에서도 차기 한은 총재 내정과 관련해 나에게 의사타진을 해오지도 않았다"고 내정설을 부인했다.

한편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1146.5원)보다 1.9원 떨어진 1144.6원으로 마감했다. 오후 한때 강 위원장의 한은 총재 내정설이 돌면서 소폭 상승하는 모양새를 보이기도 했다. 이날 서울채권시장도 오후 강 위원장에 대한 루머가 돌면서 요동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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