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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연아 선수! 더 늦기 전에 여기를 봐요"

[홍성태의 '세상 읽기'] 김연아 선수에게 보내는 편지

먼저 김연아 선수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나라의 위상을 높였다거나 큰 경제 효과를 거두었다는 이유 때문이 아닙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겠지요. 그러나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나는 무엇보다 김연아 선수의 실력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김연아 선수는 오랫동안 큰 고통을 견디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서 정말로 놀라운 실력을 보여줬습니다.

아사다 마오 선수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김연아 선수의 경기 모습을 보고 우아한 백조를 떠올렸다면, 마오 선수의 경기 모습을 보고는 재빠른 오리를 떠올렸습니다. 두 사람의 경쟁을 떠나서 김연아 선수는 정말 놀라운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이런 즐거움을 누리기는 결코 쉽지 않지요. 그러니 김연아 선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마치자 나는 경이에 차서 나도 모르게 "코마네치 같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잘 알다시피 코마네치 선수는 올림픽에서 최초로 10점 만점을 받은 위대한 체조 선수지요. 김연아 선수가 만점을 받은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사실상 만점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역사상 최고의 점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나는 장미란 선수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아내는 웃음을 터뜨렸습니다만, 나는 아주 적절한 비교라고 생각합니다. 장미란 선수는 그야말로 세계를 들어 올린 위대한 역도 선수입니다. 장미란 선수에게 가장 큰 경쟁자는 바로 자신입니다. 김연아 선수도 마찬가지지요. 두 선수는 한국의 자랑을 넘어선 인류의 자랑입니다. 인류의 능력을 최고로 발휘해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연아 선수에게 고마워하고 싶은 것은 올림픽에서 보여준 멋진 장면들만이 아닙니다. 그 장면들을 보여주기 위해 오랫동안 감내한 고통에 대해서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는 말이 있지요. 김연아 선수는 이 말을 있는 그대로 실현해 보여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는 사실 고통을 감내하고 훈련을 잘 마친 것에 대해 더욱 더 깊이 고마워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연아 선수의 멋진 모습을 자주 보는 것은 큰 즐거움입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백조가 되기 위해 김연아 선수가 얼마나 큰 고통을 이겼는가에 대해서도 자주 볼 수 있다면, 교육적인 면에서는 더욱 더 크고 귀한 또 하나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이룬 성과는 정말 놀랍습니다. 아마도 앞으로도 오랫동안 김연아 선수의 기록은 독보적인 기록으로 남을 것입니다. 물론 조만간 바로 김연아 선수 자신에 의해 새로운 기록이 수립될 수도 있겠지요. 그렇게 되기를 나도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기를 끝내고 기자회견에서 김연아 선수가 밝혔듯이 김연아 선수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류를 대표하는 운동선수가 된 만큼 인류를 대표하는 지도자가 될 수도 있지요. IOC 위원이 되어 세계의 체육계를 이끌 수도 있고, 어쩌면 유엔 사무총장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고통을 감내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김연아 선수는 또 다른 방식으로 인류를 대표하는 인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김연아 선수가 멋진 꿈을 세우고 계속 멋지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랍니다.

▲ "김연아 선수는 이미 세계인으로서 바쁘게 살고 있지만 사실 세계인이기에 앞서서 한국인입니다. 그러므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한국의 발전에 대해 좀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지요." ⓒ연합뉴스

그런데 김연아 선수의 발전을 위해 내 나름대로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김연아 선수는 이미 세계인으로서 바쁘게 살고 있지만 사실 세계인이기에 앞서서 한국인입니다. 그러므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한국의 발전에 대해 좀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지요. 르네 듀보라는 생리학자가 있었습니다.

이 분은 1972년에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열린 최초의 '세계환경회의'를 위해 멋진 구호를 만들었습니다. '생각은 지구적으로, 행동은 지역적으로'라는 유명한 구호가 바로 그것입니다. 지금 여기에서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 곧 세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생각하는 자신의 가능성에 이런 사실도 포함시켜 생각해 주기 바랍니다.

개구리가 뛰어오르기 위해서는 우선 움츠리는 것처럼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누구나 휴식이 필요합니다. 김연아 선수도 한동안 잘 쉬어야겠지요. 나는 이 나라의 산천을 여행하며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이 나라는 예전에는 금수강산이요 화려강산이라 불렸지만 지금은 공해강산이나 파괴강산이라는 비판과 우려를 받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 나라는 김연아 선수의 뿌리이자 몸통입니다. 그러므로 이 나라의 여기저기를 돌아보노라면 김연아 선수는 이 나라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 결과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다른 가능성을 향해 더 힘차게 나아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나는 강을 따라 도보 여행을 해 볼 것을 제안하고 싶어요. 강은 생명의 원천이고 우리의 젖줄입니다. 그렇기에 강변에서는 누구나 평화와 안식을 느끼기 쉽습니다. 흐르는 물은 우리에게 삶에 대한 깊은 지혜를 주고, 아름답고 풍요로운 강변은 우리에게 자연의 가치에 대해 깊이 깨닫게 해 줍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금 이 나라의 중요한 강들이 모두 대파괴의 위기에 처해 있지요. 강을 따라 걸으면서 강이 얼마나 아름답고 풍요로운 것인가를, 그리고 우리의 강들이 지금 어떤 위기에 처해 있는가를 몸으로 느껴보기 바랍니다. 강은 신이 우리에게 주신 가장 위대한 선물입니다. 그 선물을 잘 지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발전의 길이라는 것을 김연아 선수가 널리 알려줄 수 있을 겁니다.

신이 주신 가장 위대한 선물인 강을 지키기 위해 그 누구보다 종교인들이 앞장서서 나섰습니다. 2008년 봄에 신부님, 목사님, 스님들이 나서서 '생명의 강 순례단'을 결성해서 강변을 따라서 걸으며 기도했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훈련만큼이나 고된, 아니 사실은 그보다 훨씬 더 고된 순례의 길이었지만, 순례단에 참여한 종교인들은 커다란 즐거움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강이 얼마나 아름랍고 풍요로운 신의 선물인가를 온몸으로 생생히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이라는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으니 김연아 선수도 한번 들러서 글과 사진들을 보기 바랍니다. (☞바로 가기 :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김연아 선수는 천주교 신자입니다. 마침 대파괴의 위기에 처한 우리의 강들을 지키기 위해 천주교가 가장 앞장서서 애쓰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4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의 남한강 쪽에는 600살 먹은 거대한 느티나무가 있어요. 신혼부부들이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즐겨 찾는 명소인 그 곁에 신부님들과 유기농 농부님들이 강을 지키기 위한 기도를 드리는 곳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남한강을 따라 다시 40킬로미터 정도를 상류로 가면 경기도 여주에 이르게 됩니다. 이곳은 강이 너무 아름다워 고을의 이름도 '아름다운 고을'이라는 뜻의 여주입니다. 여기에는 신의 솜씨를 그대로 볼 수 있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강변이 있지요. 아무쪼록 시간을 내서 이 두 곳을 찾아가 보면 좋겠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성과는 인류의 성과입니다. 김연아 선수의 가능성은 인류의 가능성일 수 있습니다. 여러 신부님들, 수녀님들과 함께 강변을 걸으며 신의 뜻과 솜씨에 대해 몸으로 깊이 깨닫는다면, 김연아 선수는 인류의 발전을 위해 더욱 더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겁니다. 김연아 선수가 양수리와 여주를 가보고 싶다면, 몸이 많이 쇠약해지시기는 했지만 최덕기 주교님께서도 아마 기꺼이 동행하시지 않을까요?

아름다운 김연아 선수가 아름다운 강변에서 아름다운 연기를 보여준다면, 그 모습을 보는 누구라도 커다란 감동을 느끼겠지요. 부디 맨발로 춤을 추고 싶게 만드는 매력을 품고 있는 우리의 강을 신이 주신 그대로 잘 지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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