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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people) 잡는 퍼플잡(purple jop)!

[3·8 여성의 날 102주년 기념 기고] 면피성 고용정책, '유연근무제'

정부는 지난달 18일 제2차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공공부문에 대한 '유연근무제 확산방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단시간근로 비율이 낮은 점을 개선하고 육아 등의 문제로 여성의 경력이 단절되는 것을 예방하는 등 유연근무제를 통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으며 일자리창출 효과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지방직과 국가직 전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먼저 시행하고 점차 민간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유연근무제'는 무엇보다 경력중단의 핵심적 원인, 왜곡된 고용형태와 저임금 문제 등 여성고용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전체 여성노동자의 73%가 비정규직이고 이 중 다수는 겨우 최저임금을 받거나 그 이하 임금으로 생활한다. 이러한 문제를 방치한 채 고용율을 높이겠다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태도가 아니다.

고용과 해고, 경력단절에 이은 비정규 혹은 저임금 노동시장으로의 진입과 퇴출의 반복을 여성노동의 형태로 아예 붙박아 둘 작정이 아닐 바엔 정부의 계획은 아무래도 앞뒤가 맞지 않다.

우려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성별분업을 강화해 결국 여성노동을 보조적 존재로 고착시킬 위험도 높다. '엠-커브(M-CURVE) 현상'으로 대표되는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은 결혼, 출산, 육아기에 주로 나타난다. 그런데 이 시기에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배려나 제도의 접근성은 현재 거의 제로 상태다.

이런 조건에서 단시간근로의 확산은 필연적으로 저임금을 동반한다. 나아가 남성을 주 생계부양자로, 가사와 양육은 여성영역으로 각각 분리시킨다. 결국 여성노동은 부차적으로 취급되고 저임금과 고용불안은 강화될 뿐이다. 게다가 한부모, 비혼, 가족부양비혼 등 새롭게 확대돼 가는 가족형태는 아예 정책범위에서조차 배제됐다.

우선 적용대상인 공직사회의 경우엔 이미 2007년 관련법을 제정, 육아기 유연근무에 대한 내용을 마련했지만 정부의 실행의지가 없어 유명무실한 상태였다. 의지도 중요하지만 노동시간 정책들은 직장문화의 변경 등 구조와 시스템을 보완하는 노력이 따르지 않고는 절대로 현장에 안착할 수 없다. 그런데 갑자기 단시간근로제를 도입한다니 그 의도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심각한 실업에 따른 비판을 피해보려는 면피성 정책이자 고작 저임금 일자리만 양산할 뿐이라는 것 외에 어떤 것을 떠올릴 수 있을까? 이번 계획은 오히려 그나마 남아 있는 비교적 괜찮은 일자리마저 쪼개 없애자는 얘기다.

▲이번 정부계획을 환영하는 여성들이 있다면 그것은 선진국들처럼 다양한 기회에 대한 하나의 선택으로서가 아닌 척박한 여성노동환경에 대한 목마름 혹은 그 반증이 아닐까?ⓒ연합뉴스
반면 선진국의 단시간근로제(파트타임)는 정규직과 임금격차와 노동조건에 차이가 거의 없고 게다가 무상에 가까운 교육, 의료, 보육 등 탄탄한 사회보장에 기반 한다. 이번 정부계획을 환영하는 여성들이 있다면 그것은 선진국들처럼 다양한 기회에 대한 하나의 선택으로서가 아닌 척박한 여성노동환경에 대한 목마름 혹은 그 반증이 아닐까?

일과 가정의 양립은 남녀 모든 노동자의 일과 가족생활을 지원하고 현재와 같은 가족 내 성별분업의 변화를 유도함으로써 가능하다. 따라서 일과 가정의 양립은 보육정책, 휴가정책, 노동시간정책까지를 포괄해야 현실성이 있다. 즉, 일과 가정의 양립 지원정책은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 부모권, 평등권 실현이란 관점으로 추진돼야 한다.

정부가 진정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고 여성에게 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할 요량이라면 노동시간 쪼개기가 아닌 노동시간 단축, 고용을 빌미로 한 저임금 양산이 아닌 고용을 통한 부의 재분배를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이 없고서야 일과 가정의 양립은 물론 고용율 향상이라는 목표조차 달성할 수 없을 것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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