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종걸 국회 교육과학위원장,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주최로 열린 '무상급식 입법화와 예산확보를 위한 3자 정책협의회'에서는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일선 현장 교장들이 참여해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했다.
이날 논의된 것은 크게 세 가지. 첫째는 지역별로 무상급식 실태 현황에 차이가 나다보니 무상급식에 대한 인식 편차가 크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알려나가야 한다는 것. 둘째는 무상급식이 아이들 인권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점. 셋째는 국회 입법을 통해 법률적 근거와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무상급식, 지역마다 천차만별…"잘 몰라"
우선 서울의 김학임 씨가 전북 장수의 경험에서 탄식했듯이 '경험 전파'가 중요하다는 제안이다. 김인봉 장수중학교 교장은 "전면 무상급식 실시 전과 후에 아이들이 달라졌다"고 소개했다.
김 교장에 따르면 대체로 급식비를 지원 받는 아이들은 가정 형편이 안 좋아 대체로 성적도 낮은 편이어서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힌 아이들이었는데, 무상급식 실시로 학교 생활 자체가 밝아졌다는 것이다.
김 교장은 "전북 도내에 급식실 지문인식기를 설치해 급식비를 안 낸 아이들이 손가락을 대면 삑 소리가 나서 쫓겨나가는 일이 있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니 다 철거를 했다"며 "그런데 기계가 없어도 평소에는 밥과 반찬을 더 퍼주는 친절한 급식실 아주머니가 급식비 안 낸 학생은 귀신처럼 잡아내더라"고 소득 수준별 급식의 폐해를 지적했다.
김 교장은 "과거 흰 쌀밥에 장조림 싸오는 학생은 도시락 내놓고 먹고, 꽁보리밥에 김치 싸오는 학생은 도시락 숨겨서 먹었다"며 "적어도 학생들이 점심 때문에 상처는 안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역설했다.
김 교장은 특히 "무상급식은 학생들에게 사회적 책무를 가르친다"며 "무상급식도 잠재적 교육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장은 '예산' 문제에 대해서도 "전국에서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전북이 전국에서 무상급식이 가장 잘 돼 있다"며 "예산 자체가 아니라 의지와 예산 사용 우선순위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반면 봉천초등학교 김학임 운영위원은 "쌀을 저농약 쌀로 바꾸자는데도 학교 관리자들이 학부모가 간섭한다고 생각해 1년이 걸렸다"며 "학부모운영위원 4년 동안 '과연 학부모가 학교 관리자들과 함께 학교의 발전에 참여할 동반자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됐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 운영위원은 또 "급식모니터링 위원으로 관내 6개 초중학교를 모니터링한 결과, 급식소와 식당의 위생문제, 학교마다의 식재료의 질적 양적 차이 등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교육청에서 지난해 11월 급식관련 조사를 한 결과, 경기도내 과천시와 성남시가 무상급식을 시행한다는 내용을 모르는 응답이 학부모는 54.3%, 학생은 73.8%에 달했고, 교직원도 35.5%나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무상급식은 지역경제 살리기…"급식 센터 지어야"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은 무상급식을 학생인권, 보편적 복지는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육감은 "경기도 역시 농어촌이 발달한 곳인데 농어민들의 안정적 부가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걸 위원장 역시 "무상급식은 단순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성장의 문제"라며 "미래 성장동력인 아이들에 대한 투자는 과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옥병 학교급식네트워크 상임대표에 따르면 이미 전남과 제주와 같은 지방에서는 지자체가 지역 친환경 식재료를 무상급식하는데 지원하면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 대표는 "전남 지역에서는 해당 지역 농산물을 우선 소비하는 무상급식 친환경 식재료 지원이 지역 경제에 엄청나게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며 "무상급식과 함께 친환경 식재료 사용을 의무화 하는 의제도 전국적으로 이슈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또 "지역 친환경 식재료 사용을 위해서는 광역별로 식재료 수급을 위한 학교급식지원센터가 필수적"이라며 "학교에서는 표준 식단을 만들면 농민들이 안정적으로 생산을 하고 생산된 식재료는 급식센터를 통해 직거래돼 소득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 대표는 "광역 단위의 급식센터는 교육청이 아니라 국가와 광역지자체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무상급식 관련 3자 정책협의회. ⓒ프레시안 |
급식은 '사회적 책무' 교육…"4월 무상급식 입법 투쟁"
이와 같이 지자체 차원에서 개별적으로 이뤄지던 무상급식 현황을 국가 전체 차원으로 확신시키기 위해 관련 법률 개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조흥식 서울대 교수는 "아동권리를 위해서는 낙인효과를 제거하기 위한 무차별의 원칙이 적용돼야 하고, 부모가 아닌 아이들 입장에서 바라보는 아동 최선의 이익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며 "교육의 연장선이라는 측면에서 무상급식은 교육의 한 부분이라고 여겨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특히 "무상급식에 대해 사회주의라고 얘기하다가 이제는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고 있는데,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차별적 시혜가 오히려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타 지역의 무상급식 실태를 알리는 것은 물론, 국회 계류 중인 무상급식 법안의 입법화와 예산확보를 위한 정책협의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종걸 위원장에 따르면 현재 국회 교과위에는 초중학교 무상급식을 골자로 한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민주노동당 권영길, 민주당 김춘진, 백재현 의원이 제출해 놓은 상태다. 박주선 의원도 의무교육 대상자에 대해 수업료와 급식비를 받지 않게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냈다.
이 위원장은 이 법안들과 더불어 부칙을 통해 2011년부터 초등학교 1~3학년, 2012년부터 초등학교 4~6학년, 2013년부터 중학교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단계적 방안을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4월 국회에서 법안 개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지방선거 직전인 5월에는 전국단위의 시민연대체를 꾸린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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