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세종시 이어 '3不 정책'도 수정?

교육 이슈 시선 돌리기?…"얼굴마담 총리" 반발

정운찬 총리가 대학입시의 기본 원칙인 '3불 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폐지를 시사하는 발언을 해 야당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정 총리는 28일 방송된 EBS <교육초대석>에 출연해 "이제는 대학이 어떤 학생을 어떤 방법으로 뽑아 무엇을 가르칠지 스스로 정해야 한다"며 3불 정책과 관련해 "잘 연구해보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기여입학제에 대해 "사립대는 몰라도 국립대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는데, 이는 곧 '사립대 기여입학제 허용'으로 해석될 수 있고, "단지 지금까지 3불을 오래했으므로 재검토한다고 해도 서서히 부작용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 장기적으로 3불 정책을 손을 볼 수 있다는 뜻을 피력했다.

정운찬 '3불' 발언, 소신?

총리실 측에서는 정 총리의 발언에 대해 "3불 정책을 폐지하거나 완화하겠다는 뜻은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서울대 총장 시절 국정감사에서 "3불 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는 정 총리는 기본적으로 '3불 정책 수정론자'이다.

정 총리는 '대학 자율화'를 강조하고 있는데, 대학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면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이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그의 발언이 세종시 처럼 또 다시 정부의 공식적인 3불 정책 수정론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정 총리는 총리 후보 지명 발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세종시 수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가 현재의 갈등으로까지 이어져왔는데, 이명박 정부가 '3불 정책'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점을 감안하면, 다시 3불 정책 수정을 공식적으로 제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얼굴마담 총리"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정 총리가 세종시 논란으로 한바탕 나라를 흔들어 놓더니 이제는 3불 정책 폐지를 들고 나와 다시 서민들의 분노를 자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 대변인은 "어린 학생들을 입시 지옥으로 내모는 본고사를 부활시키겠다는 것이고, 고교를 서열화해 모든 학생들을 망신 주겠다는 것이고, 돈만 있으면 실력과 상관없이 이른바 명문대학에 갈 수 있는 길을 터주겠다는 것"이라며 "결국 부자정권 이명박 정권의 얼굴마담 총리로서 귀족교육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대변인은 "3불 정책 폐지는 교육정책이 아니라 교육기업정책"이라며 "3불 폐지를 고집한다면 엄청난 국민적 저항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교육 논쟁 새 방향으로 반격?

정 총리의 발언으로 인해 '교육'에 관한 논쟁도 확대될지 주목된다.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면 무상급식' 이슈를 야권이 선점했고, 자율형사립고의 입학 부정 사태에 공정택 교육감의 비리 문제까지 급부상했다.

정 총리가 의도 했건 안 했건, 여권에서는 교육 관련 이슈의 시선을 옮길 필요성에 의해 보혁 갈등 이슈인 '3불 정책' 논란을 의도적으로 확대 시킬 수도 있다.

민주당 교과위원인 김영진 의원은 이날 개인 성명을 통해 "6월 지방선거에서 교육이 중요한 의제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교육 문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발언한 이후 교육에 대한 절제되지 않은 언급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의 각종 자율화 정책들 속에서 온갖 비리의 경연장이 되고 있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충분히 고통 받고 있는데, 여기에 서민층 자녀를 희생시킬 어떠한 교육정책이라도 더해진다면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