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지방선거의 결과
이를 위해 우리가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은 역대 지방선거 결과이다. 그것은 역대 지방선거 결과가 일정한 패턴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의 표는 역대 지방선거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각 정당이 거둔 성적표이다.
*열:열린우리당, **민:새천년민주당 ※정당 이름은 현재의 정당 이름으로 통일 |
제1회 6.27 지방선거는 집권 3년차에 들어섰던 김영삼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적 성격을 지닌 선거로서, 당시 정계복귀를 고려하고 있던 김대중이 민주당에 대한 지원 유세를 펼쳤고 민정당에서 이탈한 김종필도 자민련 창당을 통해 선거에 참여하는 구도 속에서 치러졌다. 특히 이 같은 구도 속에서 민주당과 자민련은 서울과 강원에서 부분적인 공조체제를 구축했다. 선거 결과는 민정당의 패배와 민주당과 자민련의 승리로 나타났다. 민정당은 부산, 경남, 경북과 인천, 경기에서 승리했던 반면 민주당은 서울, 광주, 전남, 전북에서 그리고 자민련은 대전, 충남, 충북, 강원에서 승리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지 겨우 6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치러졌던 제2회 6.4 지방선거에서는 공동정부를 구성했던 DJP연합이 강력한 위세를 과시했다. 즉 새정치국민회의가 서울, 경기, 광주, 전남, 전북, 제주의 6곳에서 승리했고, 자민련은 인천, 대전, 충남, 충북의 4곳에서 승리했다. 물론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이 같은 승리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은 DJP연합에 의한 양 당의 연합공천이었다. 반면 한나라당은 자신의 텃밭인 부산, 대구, 울산, 경남, 경북, 강원의 6곳에서만 승리했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 임기 말인 집권 5년차에 치러졌던 2002년의 제3회 6.13 지방선거 결과는 앞의 두 지방선거와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이 부산, 대구, 울산, 경남, 경북, 강원에서 승리했을 뿐만 아니라 서울, 인천, 경기의 수도권과 대전과 충북의 충청권에서도 승리했기 때문이다. 반면 새천년민주당은 광주, 전남, 전북과 제주도의 4곳에서만 승리했고 자민련은 충남 1곳에서만 승리했다. 당시 집권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이 패배했던 이유는 선거가 국민의 정부의 임기 말에 치러졌다는 점, 최규선 게이트와 김대중 대통령 아들의 비리 등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부정부패 심판론'을 내세운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새천년민주당과 자민련이 패배하지 않을 수 없었던 또 하나의 원인은 선거 당시 양 당의 DJP연대가 붕괴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임기 후반기인 참여정부 4년차에 치러졌던 2006년의 제4회 5.31 지방선거의 결과 역시 제3회 지방선거의 결과와 큰 차이가 없었다. 광역단체장 선거의 경우 한나라당이 부산, 대구, 울산, 경남, 경북, 강원에서 승리했을 뿐만 아니라 서울, 인천, 경기의 수도권과 대전, 충북, 충남의 충청권 등 호남과 제주를 제외한 12곳의 모든 지역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전북에서, 민주당은 광주와 전남에서 승리했을 뿐이다. 당시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승리했던 이 같은 결과는 참여정부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급속히 하락하는 가운데 한나라당이 주장했던 '정권심판론'과 박근혜 당대표 피습사건 등이 강력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4번에 걸친 지방선거는 다음과 같은 일정한 패턴의 선거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첫째 지방선거, 특히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급속히 하락하는 집권 후반기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기본적으로 집권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또는 징벌적인 선거로서의 성격을 지니며, 따라서 그것은 집권여당의 일방적인 패배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김영삼 정부 3년차에 치러졌던 1995년의 제1회 6.27 지방선거, 국민의 정부 5년차에 치러졌던 2002년의 제3회 6.13 지방선거, 참여정부 4년차에 치러졌던 제4회 5.31 지방선거의 결과가 바로 그 점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로 역대 지방선거에서는 정당간 공조체제 구축이나 연합공천이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다는 점이다. 제1,2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자민련이 서로 협조했던 경우가 바로 그 경우였다. 셋째는 여권의 분열도 선거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그 사례로서 제1회 6.27 지방선거는 민정당에서 김종필이 이탈했던 상황에서, 제3회 6.13 지방선거는 DJP연대가 붕괴한 상태에서, 그리고 제4회 5.31 지방선거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분열된 상태에서 치러졌다. 이 경우 여당은 모두 패배했다.
6.2 지방선거 전망
이상과 같은 역대 지방선거 결과에 비추어 보았을 때 6.2 지방선거의 결과는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까? 첫째 6.2 지방선거가 이명박 정부의 집권 3년차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그것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주는 선거가 아니라, 그 동안의 국정운영에 대한 중간 평가적 성격을 지닐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6.2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적 성격을 가질 경우 그것은 기본적으로 여당보다는 야당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국민들이 정부를 평가하겠다고 나설 경우 그것은 정부에 대한 우호적인 평가가 되기보다는 비판적인 평가가 그 중심을 이룰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둘째 집권여당의 분열이 6.2 지방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친이(親李) 대 친박(親朴) 갈등으로 그 분열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리고 이는 한나라당 내부에서 극심한 공천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그것은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대 친박연대(미래희망연대) 또는 한나라당과 그 공천에서 탈락한 무소속 사이의 갈등으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 그 경우 여권의 분열은 개혁.진보진영의 정당들에게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러나 분열되어 있기는 개혁.진보진영의 정당들도 마찬가지이다. 국민의 지지가 대폭 축소된 상황에서 현재 개혁.진보진영에는 민주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무려 5개의 정당이 난립해 있다. 따라서 그들 사이에 연합공천이나 후보 단일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개혁.진보진영 정당들의 승리 가능성은 그만큼 약화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투표율도 6.2 지방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역대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68.4% → 52.7% → 48.9% → 51.6%의 투표율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그 동안 투표율이 대폭 떨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6.2 지방선거에서 투표율이 높아질 경우 그것은 주로 젊은층이나 정권에 대한 비판층이 적극 투표에 참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개혁.진보진영의 정당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의 요인들 이외에 6.2 지방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또 하나의 요소는 근래에 들어 격화되고 있는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다. 즉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싸고 현재 집권여당 내부에서는 친이계와 친박계 사이에, 그 밖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및 자유선진당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데, 이는 충청지역의 6.2 지방선거 결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그 갈등은 충청지역에서 한나라당에게는 불리하게, 그리고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에게는 유리하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상과 같은 요인들을 고려할 때 6.2 지방선거에 대한 전망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지역주의에 의해 영남이나 호남에서의 결과는 과거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둘째 충청권의 경우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이 선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6.2지방선거 결과는 서울, 경기, 인천의 수도권과 강원과 제주에서의 결과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경쟁할 이 다섯 지역에서 누가 더 많은 승리를 거두는가에 따라 6.2 지방선거 결과는 판가름되리라는 것이다.
▲ 여야의 분열 속에 6.2 지방선거의 향배는 수도권 승부로 모아진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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