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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이 유령도시? 도시발전의 ABC도 몰라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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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이 유령도시? 도시발전의 ABC도 몰라서야

[홍헌호 칼럼] 좋은 도시의 조건 모르는 정운찬 총리의 궤변

정운찬 총리는 최근 "과천은 행정기관이 자리가 좁아서 옮긴 것 뿐이고, 그 이상의 도시 기능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인구가 늘지 않은 걸 보니 실패한 도시라는 것이다.

인구가 늘지 않았으니 실패한 도시라니

상식 이하의 주장이다. 강남과 평촌 사이에 위치한 노른자위 도시의 인구가 늘지 않은 이유를 그가 정녕 모른단 말인가.

계획도시 과천의 인구가 늘지 않은 이유는 국민들이 과천의 녹지가 훼손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정 총리 소망대로 역대 정부가 과천의 인구를 늘리려 난개발을 허용했다면 과천의 인구밀도는 평촌보다 훨씬 더 높게 나타났을 것이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대다수 국민들은 도시가 쾌적하게 저밀도로 개발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정 총리는 이를 실패한 도시라고 비난한다. 어이없고 황당한 일이다.

대부분의 신도시 토지이용계획을 보면 용지는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된다. 공원·녹지, 주거용지, 상업용지, 산업용지, 도시기반시설용지가 그것이다. 이들 용지들은 각각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한다. 즉 용지들이 역할분담을 하는 것이다.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수도권에는 공원·녹지가 많은 지역, 주거용지가 많은 지역, 상업용지가 많은 지역, 산업용지가 많는 지역 등이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이들 지역들은 각각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하며 수도권 유지,발전에 기여한다.

따라서 정 총리처럼 각기 특성이 다른 지역들의 산업구조나 산업용지 비율이 모두 다 비슷해야 한다고 강변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과도한 억지다.

수도권내 각 지역 산업구조의 다양성

수도권내 각 지역 산업구조는 어떤 모습들일까? 필자가 이 글에서 모든 것을 다 소개할 수는 없다. 다만 수도권 각 지역의 제조업 비중이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근거로 지역별 산업구조의 다양성을 유추해 볼 수는 있다.

아래 자료를 보면 수도권 지자체들의 제조업 비중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의 경우 금천구와 성동구의 제조업 비중은 30%에 달하는 반면, 부유층들이 많이 모여 산다는 강남 4개구는 6~7%에 불과하다.

▲ ⓒ프레시안

인천광역시의 경우에도 지자체들의 제조업 비중은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남동구와 서구는 50%에 육박한 반면, 중구와 연수구는 5~6%에 불과하다.

경기도도 예외는 아니다. 화성시와 시흥시는 50%가 넘지만, 구리시, 과천시, 의정부시는 10%에 미치지 못한다.

이렇게 수도권의 각 지자체들은 산업비중을 달리하며 각기 제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일자리 밀집도와 제조업 비중, 상관관계 없다

70년대식 도시관(都市觀)을 가진 정 총리는 제조업 비중을 매우 중요시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제조업 비중이 도시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아래 도표는 서울시내 각 자치구의 제조업 비중과 일자리 밀집도(인구 10인당 일자리 수)와의 상관관계를 살펴보기 위하여 필자가 만들어 놓은 것이다.

▲ ⓒ프레시안

이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내 각 자치구의 제조업 비중과 일자리 밀집도와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금천구와 성동구의 경우, 금천구의 일자리 밀집도는 5.7로 서울시 평균 3.9보다 높지만 성동구는 3.6으로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반대로 일자리 밀집도를 기준으로 보면 밀집도가 5.0이상인 자치구들의 경우, 중구·금천구·영등포구의 제조업 비중은 서울시 평균보다 높지만 종로구,서초구,강남구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

중구·종로구·강남구·서초구·영등포구의 공통점

일자리 밀집도가 높은 자치구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중구·종로구·강남구·서초구·영등포구의 공통점은 정치·경제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중구와 종로구 주변에는 정부종합청사와 시청이 있고, 영등포구에는 국회가 있다. 강남구와 서초구에는 정치·경제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산다는 특징이 있다.

정치·경제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왜 과천이 아니라 강남에 모여 사는 것일까. 그것은 강남이 과천정부종합청사와 서울대·연대·고대 등 서울의 주요대학의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경제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는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유지,확대하는 것과 자녀들에게 그것을 물려주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들의 거주지가 권력과 교육으로의 접근성이 가장 용이한 지점에 위치하기를 원한다. 그곳이 바로 강남이다.

세종시 원안 산업구조, 강남구와 너무 닮았다

세종시의 일자리 창출력은 어느 정도일까. 그것을 예측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경제부처의 이전이 세종시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리라는 것은 확실하다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나 통계자료를 분석해 보면 세종시 원안의 산업구조는 강남구와 많이 닮아 있다. 세종시 원안의 제조업 비중은 6.7%로 강남구의 6.6%와 유사하고 정보산업 비중도 11.9%로 강남구의 10.6%와 유사하다. 제조업, 정보산업,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문화예술오락산업을 모두 합친 4대 산업 비중도 39.4%로 강남구의 38.8%와 유사하다.

물론 세종시 원안의 산업구조가 강남구와 유사하다 하여 세종시가 강남만큼 성장할 것이라 기대할 수는 없다. 정부부처 일부가 이동한다 해도 두 지역의 도시인프라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정 총리처럼 세종시 원안대로 하면 껍데기 도시가 될 것이라고 주장해서는 곤란하다. 상당수 경제부처가 이동하고 또 충청지역의 풍부한 제조업의 도움을 받는다면 충분히 건실한 도시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프레시안

제조업과 전문서비스업의 1인당 산업용지, 10배 이상 차이

정 총리는 또 세종시에 산업용지가 부족해서 자족성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보산업·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문화예술산업 중심 도시의 산업용지가 제조업 중심 도시와 같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억지다.

아래 소개하는 자료는 필자가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서비스업 종사자 1인당 면적을 도표로 나타낸 것이다.

▲ ⓒ프레시안

이 도표에서 용적률은 '사업장 대지면적 대비 건물연면적 비율'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누군가 100평 대지 위에 80평 건평을 가진 10층 건물을 지었다면 건물 연면적은 800평이 되고 이 건물의 용적률은 800%가 된다. 물론 계단, 복도, 엘리베이터 공간 등을 뺀 나머지 전용면적은 이보다 더 작으므로 실질용적률은 이보다 더 작지만 말이다.

이 도표에 따르면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의 경우 종사자 1인당 사업장 면적은 용적률 100%를 가정할 경우 7.1평, 200%를 가정할 경우 3.5평, 300%를 가정할 경우 2.4평으로 나타난다.

제조업의 경우는 어떨까? 제조업도 그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제조업 산업단지의 경우 단층건물이 많고 또 대지면적을 많이 필요로 한다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어느 산업단지 공장의 대지면적인 1000평이고, 공장건평이 500평이며 단층인 경우 용적률은 50%에 그치게 된다.

아래 도표는 제조업의 평균 용적률이 100%라 가정하고 제조업 1인당 산업용지 면적을 추정해 본 것이다.

▲ ⓒ프레시안

이 도표에 따르면 석유정제산업의 경우 종사자 1인당 면적은 491.8평으로 2.4평인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용적률 300% 가정)보다 205배 더 넓다.

자동차산업과 전기전자산업도 각각 44.3평, 32.1평으로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보다 18배, 13배 더 넓다.

따라서 정 총리처럼 제조업과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의 1인당 산업용지 면적이동일하다는 비현실적인 가정을 하고 세종시 원안을 비판해서는 안된다. 그 자체가 난센스이기 때문이다.

요약과 결론

정 총리는 인구가 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천을 실패한 도시로 규정한다. 그러나 과천의 인구가 늘지 않은 이유는 국민들이 과천의 녹지가 훼손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쾌적하게 저밀도로 개발된 도시를 원한다. 따라서 과천과 같이 상대적으로 쾌적하게 개발된 도시를 실패한 도시라고 비난해서는 안된다.

정 총리는 또 정부부처 이전이 세종시 발전에 아무런 기여도 못한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일자리 밀집도가 높은 중구·종로구·강남구·서초구·영등포구는 정치·경제권력이 집중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세종시 원안의 산업구조가 서울 중심부나 강남과 유사하다 하여 세종시가 이들 지역만큼 성장할 것이라 기대할 수는 없다. 정부부처 일부가 이동한다 해도 두 지역의 도시인프라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정 총리처럼 세종시 원안대로 하면 껍데기 도시가 될 것이라고 주장해서는 곤란하다. 상당수 경제부처가 이동하고 또 충청지역의 풍부한 제조업의 도움을 받는다면 충분히 건실한 도시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 총리는 세종시 원안에 산업용지가 부족하여 자족성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보산업·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문화예술산업 중심 도시의 산업용지가 제조업 중심 도시와 같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억지다.

제조업의 중심산업인 자동차산업과 전기전자산업의 1인당 산업용지는 각각 44.3평, 32.1평으로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보다 18배, 13배 더 넓다. 따라서 제조업과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의 1인당 산업용지 면적이 동일하다는 비현실적인 가정을 하고 세종시 원안을 비판하는 것은 경제학자 출신 총리로서는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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