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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發 2차 위기 징후, 재정적자의 '무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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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유럽發 2차 위기 징후, 재정적자의 '무서움'

PIIGS국 뿐 아니라 영국도 위험…장기화 가능성 높아

2월 들어 그리스 등 일부 유럽국가들의 재정악화 및 국가채무 증가로 국제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유럽, 미국 뿐 아니라 아시아의 증시도 급락했을 뿐 아니라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PIIGS 국가들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왑(CDS)도 급증했다.

2008년 하반기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세계 금융시장이 크게 휘청이다가 G20회의 등을 통해 각국이 확장적 금융-재정정책을 통해 공동 대응에 나서면서 주춤했던 불안감이 지난해 11월 '두바이 사태'에 이어 이번엔 유럽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로 크게 증폭되는 듯하다.

PIIGS 국가 뿐 아니라 영국도 '고위험국'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국가들은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이다. 이들 국가의 앞 글자를 따서 시장에서는 'PIIGS' 국가로 부른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국가는 그리스. 그리스의 지난해 재정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2.7%(294억 유로)로 유럽연합(EU) 가이드라인 3%의 4배가 넘는다. 그리스의 국가부채는 GDP 대비 112%로 증가했다. 때문에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피치는 지난해 말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BBB+ 하향 조정했다. 그리스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중국에 "250억유로(약 40조 원) 어치의 국채를 사달라"고 요청을 했지만, 중국은 이를 거절했다.

그리스 다음으로 지난해 재정적자 규모가 큰 나라는 아일랜드로 GDP의 12.5% 수준, 스페인도 지난해 GDP의 11.2%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또 포르투갈과 이탈리아가 지난해 각각 GDP의 9.3%와 5.3%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CDS프리미엄도 급등하고 있다. 그만큼 이들 국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5일 그리스의 CDS 프리미엄은 24bp 오른 415bp(4.15%)를 기록했다. 이는 5년 만기로 돈을 빌릴 때 정상금리 외에 4.15%의 가산금리를 더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포르투갈의 CDS 프리미엄은 32bp 오른 226bp, 스페인의 CDS 프리미엄도 17bp 상승한 164bp를 기록했다.

이들 국가 뿐 아니라 유럽 금융시장의 핵심국인 영국도 재정 위험도가 높다는 경고가 나왔다. RU 집행위원회는 5일 EU 회원국 가운데 그리스 스페인 아일랜드 영국 라트비아 등 5개국의 지난해 재정 적자 비율이 12% 안팎으로 기록해 '고위험국가'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시험대에 오른 EU

▲ 지난해 12월 시위 과정에서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한 15세 소년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에서 열렸다. 이날 시위에서도 시위대와 경찰간 충돌이 발생했다. ⓒ뉴시스/신화
물론 PIIGS국가들의 재정적자 문제가 당장 국가 부도 사태로 이어질 수위는 아니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위기를 개별 국가의 위기가 아니라 '유로존'의 위기라는 점에서 한 국가가 '삐긋'할 경우 위기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유로존은 유로통합 후 가장 큰 시련에 봉착했다. EU가 경제적 통합 뿐 아니라 정치적 통합까지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국 이 문제는 경제적이자 정치적 위기다. 박승영 IBK 연구원은 7일 "문제의 근원이 유로 존이라는 경제공동체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해결도 국가 간 합의를 통해 이뤄져야한다"며 "이번 유럽 신용위기는 독일 등 경상흑자국이 그리스 등 경상적자국의 국채를 사주는 방식의 정치적 합의를 통해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경상수지 흑자국도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지난해 재정 지출을 크게 늘리면서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는 점. EU 회원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2008년 2.3%에서 지난해 6% 수준으로 높아졌다. 흑자국 입장에서 보면 '내 코가 석자'인데 과연 위험 자산인 그리스 등의 국채를 높은 가산금리까지 지불해가며 사주겠냐는 것이다.

6일 <뉴욕타임스(NYT)>는 "유럽발 금융위기는 개별 회원국들이 경제 및 재정정책에 관한 결정을 주도함에 따라 EU 전체 차원에서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데 필요한 정치적 리더십을 행사하기 힘든 EU의 구조적 모순과 관련이 있다"고 보도했다.

파리에 있는 정치연구소의 장 폴 피토시 경제학과 교수는 유럽의 지도자들이 위기극복을 위해 노력을 해오기는 했지만 시장의 투기와 탐욕만을 조장하는 등 잘못 대처를 해왔다고 비판했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재정적자가 급증하게된 원인 중 하나가 금융기관 등 민간의 부실을 국가가 떠안았기 때문이다. 과도한 탐욕의 결과로 발생한 민간 금융기관의 부실 위험을 정부가 가져오는 과정에서 부실을 야기한 책임자에 대한 책임 추궁 등 적절한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해 '두바이 사태'를 통해 이미 한 차례 불거졌던 재정적자의 위험성이 다시 불거졌다.

그리스·포르투갈 등 긴축 정책 내부 반발 거세

현재 그리스, 포르투갈 등 재정 위기에 처한 국가들은 증세, 정부지출 억제 등으로 향후 3~4년 내 재정적자를 GDP의 3%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들 계획이 시작도 하기 전에 거센 내부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스에서는 그리스 세관공무원이 임금삭감에 항의해 1차 48시간 시한부 파업을 단행했다.이들은 2월11일, 17일에도 또 한번 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그리스 최대 노동조합 전그리스노동조합연합(GSEE) 또한 공공부문 근로자와 연대해 2월 24일 파업을 예고했다.

포르투갈에서는 정부의 재정건전성 방안이 야당의 반대에 부딪혔다. 포르투갈 의회는 재정건전성을 꾀하려는 정부 반대를 무릅 쓰고 자국령 군도에 정부교부금을 늘리는 방안을 강행하고 있다. 포르투갈은 지난해 9월 중도우파 사회당이 재집권했지만 의회에 다수의석은 확보하지 못해 여소야대 구도를 이루고 있다.

루비니 "미·일도 재정적자 위험 수준"

또 국가 재정 악화가 유럽 만의 문제가 아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미국과 일본의 재정적자에 대해서도 경고하고 나섰다.

루비니 교수는 5일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과 공동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 재정적자 문제가 단지 유럽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면서 미국과 일본도 높아지는 국가채무 수준에 대해 의문과 도전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현재 GDP 대비 국가부채가 87%, 일본은 148% 수준이다.

루비니 교수는 "미국과 일본이 그리스나 포르투갈처럼 작은 나라보다는 안정적으로 재정 적자를 관리할 수 있겠지만, 이런 경제 대국의 나쁜 경제정책은 투자자들이 그동안 '안전한 피난처(Safe haven)'로 간주해왔던 이들 국가의 국채 투자에서 이탈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루비니 교수는 미국 달러가 전 세계 기축통화인 데다 일본도 순채권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투자자들은 미국과 일본에서 필요한 재정 개혁이 지연되지 않는 지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루비니 교수 뿐 아니라 또 한명의 유명한 비관론자로 '닥터 둠(Dr.Doom)'이라 불리는 마크 파버 <글로벌붐앤둠> 발행인 정부 재정 악화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었다. 파버는 지난달 22일 <스위스인포>와 인터뷰에서 "경제 시스템 내 많은 빚이 민간에서 정부로 이동했다"며 "재정 파산이 5년 내에 올 수도 있고 10년 또는 15년 내에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재정 파산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로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을 꼽았다.

그는 PIIGS국 뿐 아니라 미국과 영국의 국가 부채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특히 "미국은 공정가치평가 회계기준을 따른다면 이미 파산 상태이며 기업이었다면 신용등급이 AAA가 아닌 CCC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국 정부는 연금과 의료보험 체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문제를 알아차리기 시작할 것"이라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정부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이 급증해 돈을 찍어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고 이로 인해 초인플레이션과 경제시스템 붕괴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저금리 정책을 유지함으로써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블딥에 빠지진 않겠지만 장기화 우려

이번 유럽발 재정위기로 세계경제가 다시 '더블딥'(경기상승후 재하강)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는 않다. 유로존이 느슨하나마 경제공동체로 묶여 있을 뿐 아니라 국제금융시장을 통해 전세계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상황에서 결국 각국의 공조로 최악의 상황은 막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5일 "해외 악재로 세계 경제가 더블딥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EU 회원국이 부도를 맞게 되면 유로화의 신뢰도에 타격이 오는 만큼 결국 나머지 국가들이 지원할 수밖에 없다"고 이같은 전망의 근거를 제시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재정적자'라는 시한폭탄을 언제까지 끌고 갈 것이냐는 점이다. 특히 최근 각국의 재정적자 급증 문제가 단순히 정부 지출을 늘려서가 아니라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 부족에 기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단기간에 해소되기 힘들다. 정부가 민간의 위험을 떠안으면서 재정적자가 급증했는데 민간부분이 전반적인 경제 체력 악화로 쉽사리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재정적자 문제가 해소되려면 결국 민간 부문이 회복돼 세수가 늘어야 하는데 미국발 경제위기 이후 두바이 사태, 유럽발 금융위기 사태 등 불안정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민간 부문의 회복은 생각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재정을 푸는 것도 더 이상은 힘든 상황에 처했다. 정부도 더 이상 여력이 없다는 얘기다.

한편, 이명박 정부는 7일 유럽발 재정위기에 대해 "국내 금융시장의 경우 미치는 직접적인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낙관적 전망을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가장 취약한 그리스의 경우 국내 금융회사의 익스포져는 지난해 9월 기준으로 3.8억 달러로 전체 익스포져 534억 달러의 0.72%수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재정부는 "만약 그리스의 어려움이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는 유럽 국가로 파급될 경우 유로존 및 국제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으나, 이 경우에도 우리나라는 이들 나라와 달리 재정상황이 건전한 수준인 만큼 서유럽 국가의 재정위기로 인한 전염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국가부채가 35.6%로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지난 2008년 51조 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OECD국가 중 한국은 이번 경제위기 상황에서 가장 빨리 국가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국가다. 특히 집권 첫해 법인세-소득세 등 대대적인 감세 정책으로 세수 확보에도 큰 어려움이 있다. 또 4대강 사업 등 대규모 토목건설을 추진하는 등 세출에 있어서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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