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원 등에 따르면 2일 오전 9시 30분께 김 전 대통령 묘역 뒤편 언덕 잔디의 일부가 불에 타 검게 그을린 것이 발견됐다. 9시 10분께 순찰할 때는 화재 흔적이 없어 그 사이에 화재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화재 지역은 CCTV에는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화재 현장 인근에서 김 전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표현한 한 보수단체 명의의 전단이 발견돼 방화 가능성이 의심된다. 현충원 측은 화재 추정 시각 이전인 8시 22분께와 55분께 각각 화재 현장에서 300m 떨어진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옆 공작정에서 전단 11장, 무명용사위령탑 인근에서 5장을 수거한 뒤 긴급 순찰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충원 주변 CCTV를 분석해 화재 직전 이들 단체 회원들의 동선을 파악하고 화재 현장 감식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화재 현장이 훼손돼 현장 감식은 쉽지 않아 보인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현충원 측은 "묘역 화재 사건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유족 측의 요청을 수용해 불탄 지역을 파헤쳤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사건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이날 오전 11시께 서울시장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김 전 대통령 묘소 참배를 온 이계안 전 의원이 이 모습을 보고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리며 화재 소식이 급속히 전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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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계안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직접 찍어 트위터에 올린 사진. ⓒ이계안 |
매주 화요일 이희호 여사도 참배를 하는데, 이날은 미리 도착한 수행 인사들이 화재 현장을 확인하고 이 여사가 충격을 받을 것을 염려해 현충원 측에 현장 정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오후 이 여사도 화재 소식을 보고 받았고, 철저한 수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경환 김대중평화센터 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통해 "부끄럽고 개탄스러운 일이다. 돌아가신 대통령님께나 유족들에게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국민들도 놀라고 참담한 심정일 것"이라며 "누가 어떤 의도로 이러한 일을 저질렀는지 경찰은 엄중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국립 현충원도 각별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최 대변인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국가적으로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격분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도 공식 논평을 통해 "그동안 극우보수단체가 김 전 대통령의 묘역을 훼손하기 위한 시도를 여러번 했던 것을 되돌아볼 때 (방화에) 상당히 의심이 간다"며 "경찰은 철저히 수사해 방화범을 반드시 잡아야 하며, 그 목적이 어디에 있었는지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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