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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북핵 해결 구상 및 역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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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중국의 북핵 해결 구상 및 역할 전망

[中國探究]<73>

2010년은 북핵문제 해결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작년 12월 보스워스 미 대북특사의 방북으로 인한 북미접촉에 이어, 올해에는 북미대화→ 6자회담 재개→ 한반도비핵화·평화체제 논의 등 협상국면의 전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 물론 북한이 제시한 6자회담 참여의 선결조건(제재 해제, 평화협정, 체제 보장), 한반도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의 선후관계, 양자와 다자(6자) 회담의 관계설정 등 관련국간의 입장 조율 과정을 고려하면 6자회담의 조기 개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전망과 기대는 북한과 전통우호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의 역할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중국은 작년 8월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 9월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 10월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의 잇단 방북을 통한 대북 설득외교를 적극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김정일의 북핵 협의를 위한 양자(북미) 및 다자대화(6자회담)의 가능성 언급에 이은 북미접촉이 성사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올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행보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중국은 2002년 10월 2차 북핵 위기 발생 이후 북한의 핵실험이나 핵보유를 반대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6자회담을 통한 평화적 해결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이러한 원칙 하에서 중국의 북핵정책은 6자회담의 틀을 유지함으로써 북핵문제의 악화를 방지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는 한편, 북한체제의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원을 통해 북한문제를 관리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 ⓒ연합뉴스

이로 인해 중국은 북핵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거나 북핵 보유를 용인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과의 우호협력관계를 강화하는 이유 중에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제한적 영향력을 확대·강화하려는 측면도 존재한다. 더욱이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부상과 영향력 증대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 요구도 증대할 것으로 보여 북핵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국제공조도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북핵문제로 미국과의 마찰을 원하지 않는 중국은 미국과의 타협을 통해 북핵문제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관리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중국은 당분간 북핵문제의 근본적 해결보다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의 핵보유 전략과 중국의 대북영향력 한계, 국가이익에 기초한 외교적 우선순위 설정,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북핵 해결 방법상의 차이 등을 고려한 중국의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평가된다. 결국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은 관리, 즉 참여(participation)와 균형(balancing), 안정(stability)을 위한 외교적 역할에 국한될 수밖에 없으며, 북한 문제를 고려한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향후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의 중장기 구상은 무엇인가? 이는 글로벌, 지역, 국가 등 세 가지 차원에서 분석할 수 있다. 먼저, 국가차원에서는 미북 관계를 핵심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미국 및 한국의 위협에 대항, 정권 및 체제안정 확보, 경제이익 획득 등을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본다.

반면 중국은 미국이 북핵문제를 미국 주도의 질서에 대한 도전, 미국 및 동맹국 안보위협으로 간주하고 북한의 정권교체를 통한 정책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경제봉쇄, 군사위협, 외교적 고립 등 강경책을 구사했으며, 이러한 미국의 정책이 북핵 위기를 악화시켰다고 인식하고 있다. 2005년 이후 다소 완화된 미국의 정책이 북핵 원자로 파기와 적성국 교역법 해제 등 북핵 해결에 일정한 진전을 이끌었다는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북핵 신고문제로 결렬되었던 경험에 주목하고, 북핵문제 해결과정은 북미 양자 간의 상호 신뢰형성 및 타협을 관건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과 북한의 정책 유도 및 양자 사이의 중재역할을 통해 북미대화를 조성하고자 할 것이다. 이는 미국과 북한이 관계정상화를 이루는 과정 내내 지속될 것이다.

둘째, 지역차원이다. 동북아지역 역내 조화로운 질서의 수립을 희망하는 중국은 북핵문제를 동북아 지역차원에서 접근한다. 즉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북핵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며, 동북아다자안보협력의 틀로 접근하고자 한다. 다만 동북아다자안보협력 기제의 창출에 많은 시일이 소요할 것이기 때문에 우선 기존의 6자회담을 적극 활용하고자 한다. 특히 중국의 입장에서 6자회담은 중국의 부상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견제를 완화시키면서 책임대국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데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중국은 6자회담의 9·19공동성명과 2·13합의에서 논의된 바 있던 한반도 평화포럼이나 북한과 미·일관계정상화 그리고 동북아평화안보체제 등을 통해 북한과 한·미·일의 적대관계를 청산함으로써 북한의 안보불안감을 해소해준다면, 북한이 핵 개발 계획을 취소하고 핵 폐기 의사를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6자회담을 동북아다자안보협력 기제로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북핵 폐기를 포함한 동북아지역의 군비통제·군축 논의를 통해 구속력 있는 규칙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구상은 6자회담이 한반도문제의 평화적 해결 및 동북아안보기제를 건립하는데 효율적 기구라는 평가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6자회담의 재개 및 유지를 중시할 것이며, 6자회담의 틀 내에서 정전협정의 당사자로서 한반도평화체제 논의에도 적극 참여하려 할 것이다.

셋째, 글로벌 차원이다. 중국은 기존 NPT와 PSI 등 전 세계적 차원의 핵 비확산 기제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보완과 발전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전 세계적 차원의 핵 비확산 조약은 동북아 지역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에 기여함으로써 북핵문제의 해결 가능성을 제고시킨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 미국과 중국, 북한이 핵보유국의 핵증강이나 비핵국의 핵확산을 제한할 수 있는 핵실험금지조약(CTBT)을 비준한다면, 북핵 해결에 일정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더 나아가 핵보유국이 핵 미 보유국을 공격하지 않음을 보장하는 동북아비핵지대조약을 체결하고 미국, 중국,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핵 불사용을 선언할 경우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이끌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처럼, 중국은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한 외과 수술과 같은 방법보다는 북한의 체질 전반에 대한 개선을 통해 해결하려는 방법을 더 선호하고 있으며 이를 지향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이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향후 중국의 역할이 외교적 역할에만 한정될 것이며 제한적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관건은 어떻게 북한을 외교적으로 설득해 북핵 폐기과정에 편입시키느냐 이며, 외교적 해결을 시도한다 해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적절한 압박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한계는 존재한다. 또 하나 지적할 수 있는 점은 북핵문제에 체제안정 등 북한문제 전반을 포함시킴으로써 중국 스스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으며, 북한만이 아니라 관련국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합의를 이루어내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입장에서 북핵문제의 해결에 중국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는 존재한다. 즉, 중국이 북핵 위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남북한 긴장관계의 확대를 억제하는 데에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6자회담, 북미대화 등 대화국면 조성에도 적극적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우리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중국의 입장이 북핵문제 해결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한중 전략적 협력관계의 강화를 통해 중북관계의 강화가 북핵문제 해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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