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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학부모님께 드리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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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학부모님께 드리는 편지

[학원 절대로 가지 마라·끝] 연재를 마치며

아름답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2009년과 마찬가지로 2010년도에도 대한민국은 아름답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아니라 승리하는 방법, 그것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하는 방법만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름답게 승리하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고 아름답게 패배하는 방법도 가르치지 않고,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을 만드는 삶인가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오직 승리하는 방법만을 그것도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승리하는 방법만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인간의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일진데 우리는 오직 승리만을 위하여 행복을 송두리째 내던지고 있습니다. 미래도 중요하지만 현재 역시 중요한데 미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현재를 내팽개치고 있습니다.

방학입니다. 그런데 할머니집에도 외가에도 아이들은 없습니다. 운동장에서도 산에서도 바다에서도, 관광지에서도 박물관에서도 거리에서도 아이들을 만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은 PC방에도 있겠고 텔레비전 앞에도 있겠지만 크고 작은 빌딩 속에 파묻힌 크고 작은 학원에 앉아 있습니다. 신나게 공부하는 아이도 있겠지만 어쩌면 그냥 앉아 있는 경우가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작은 버스를 타고 이 학원 저 학원으로 옮겨 다니며 공부하는 모양새만 갖추고 있습니다. 방학은 오직 대입 시험을 끝마친 예비 대학생에게만 방학일 뿐입니다.

지식 쌓기가 교육의 전부이어서는 안 되고 진학이 교육에서 첫 번째이어서는 안 되지만 현실은 지식 쌓기와 명문대 진학만이 지고지선의 가치가 되어버렸습니다. 이 욕망을 팽개치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사람도 없습니다.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저 역시 "그까짓 공부 때려치워라"라고 이야기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사실보다 더 안타까운 것이 있으니 그것은 오늘 이 땅의 학모님들께서는 자기 자녀들을 공부를 잘 하게 만든다면서 사실은 공부를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녀 교육으로 행복하기보다는 자녀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는 사실입니다.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게 하느냐에 대해 엉터리로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았습니다. 공부는 학생이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인데, 자기 스스로 연구하고 노력해야 능률이 오르는 것인데, 능동적인 학습 태도가 실력 향상을 가져오는 것인데, 대다수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은 안타깝게도 많이 그리고 잘 배워야만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음에 대해 지적해 주고 싶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부모님들은 사랑하는 자녀들로부터 많은 능력과 즐거움을 빼앗고 있습니다. 혼자서도 할 수 있는데 혼자서는 할 수 없노라 단정해 버리고, 어린 아이가 아닌데 어린 아이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땅의 학부모님들은 아주 무서운 병에 걸려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못 기다림증, 못 참는증, 못 신뢰증 등이 그것입니다. 빨리빨리 성적을 올려야 한다고 큰소리칩니다. 실수를 통해서 배우고 성장하는 것인데 실수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믿고 맡겨주면 잘 하는데 믿지 못해서 맡겨주지 않습니다. 혼자서도 얼마든지 잘 할 수 있고 학교 교육으로도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과외 받도록 하고 학원으로 내보내는 일 이제라도 그만 두어야 합니다.

잘 가르치는 선생님의 강의를 들어야만 공부 잘할 수 있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합니다.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 있고 못 가르치는 선생님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잘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배우면 성적이 향상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같은 교실에서 같은 선생님에게 같은 내용의 강의를 들었어도 공부 잘 하는 아이와 공부 못하는 아이가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성적을 결정하는 것은 학생이지 선생님이 아님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특히 유명한 선생님에게, 잘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잘 그리고 많이 배워야만 알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배우는 것보다 스스로 연구하고 익히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믿어야 합니다. 어떤 일에 있어서나 그렇듯 공부에서도 수동적인 것보다 능동적인 것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 학부모님들은 사랑스러운 자녀에게 억지로 배우도록 강요하지 말고 스스로 연구하여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기다려주어야 합니다.

"심부재언(心不在焉)이면 시이불견(視而不見) 청이불문(聽而不聞) 식이부지기미(食而不知其味)"라고 하였습니다. 마음이 있지 아니하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습니다. 공부도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자기주도적으로 해야만 효과가 있습니다. 집에서 빈둥거리며 노는 것보다 학원에 가서 강의를 듣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어리석음입니다.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공부에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지 억지로 시켜서 하는 공부에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학습하는 시간이 증가하면 실력 향상이 가능하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입니다.

많은 시간 공부하기를 요구하지 말고 적은 시간일지라도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배우는 학습보다 스스로 탐구하는 학습이 흥미를 높일 수 있고 오랫동안 기억할 수도 있으며 다른 학문에 대한 흥미와 욕구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공부는 학생이 하는 것입니다. 성적이 좋고 나쁘고의 책임도 전적으로 학생에게 있습니다. 성적은 공부하는 시간과 비례하지도 않고 투자된 돈과도 비례하지 않으며 선생님의 뛰어난 가르침과도 비례하지도 않습니다.

그동안 부족한 글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또 질책해 주신 분들에게, 블로그와 카페에 옮겨 여러 사람들에게 전파해 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못난 글임에도 기꺼이 지면을 할애하여 저의 생각을 널리 알리도록 기회를 준 <프레시안>에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의 작은 생각들이 이 땅의 학생과 학부모님들의 고통을 줄이고 행복을 만들어내는데 작은 역할이나마 했다면, 할 수 있다면 많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사교육이 사라진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꿈꾸어 봅니다.

2010년 1월
전주영생고등학교 진학실에서 권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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