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노래를 만든 하이미스터메모리의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그는 자신이 이 노래를 만든 것이 지난 해 7월 한나라당이 주도한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노래를 들은 어떤 이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떠올리고, 또 어떤 이들은 용산참사를 떠올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좋은 노래는 바로 그런 노래일 것이다. 하나의 사건, 하나의 메시지로만 해석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수많은 사건들을 다양하게 끌어안으며 각기 다른 경우에도 두루 해석될 수 있도록 열린 메시지를 가진 작품이야말로 진정한 명작일 것이다. 카프카의 <변신>이 냉정한 가족과 조직사회, 자본주의를 모두 비판하는 작품으로 늘 새롭게 해석될 수 있듯 이 노래 역시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용산참사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노래의 면목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처럼 하나의 노래가 부정적인 사건으로 끊임없이 연상될 수 있는 시대는 불행한 시대이다. 대통령이 바뀐 이후 계속되고 있는 민주주의적 절차와 관용의 실종은 오늘을 수십년전 군사독재의 시절처럼 느껴지게 만들고 있지 않은가. 그리하여 우리는 이 노래를 들으며 지금 우리를 통치하고 있는 세력이 과연 어떤 세력인지를 되묻고 우리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함께 묻지 않을 수 없다.
'개새끼들'이라고 부를만큼 나쁜 세력들이 그럴 줄 알았으면서도 아차 싶었을만큼 방심하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에 취하거나 몇 년 뒤에나 있을 투표를 생각했던 것이 우리 자신의 모습이라면 그것이 당연하고 솔직한 마음임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조금 더 분노하고 지금 조금 더 움직여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기억은 너무 쉽게 잊혀지고 개새끼들을 포함한 어떤 사람들은 그걸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의 권위적이고 막무가내인 현 정부의 통치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한미 FTA를 추진하고 노동자들이 분신으로 투쟁할 때가 아니라고 했던 이전 정부에서부터 이미 해가 사라지고 있었는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안경을 쓰는 것 역시 더 서둘렀어야 할 일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하이미스터메모리. ⓒEBS스페이스공감 |
서정적인 분노 사이에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심어두고 감성적인 사운드를 들려준 하이미스터메모리는 싱어송라이터 박기혁의 음악적 예명이다. 2007년에 내놓은 1집 [안녕, 기억씨]를 통해 한국 인디 포크의 대표적 창작자로 자리매김한 그는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고 북콘서트에 단골로 출연해 시노래 작업에도 애쓰고 있다.
또한 지난 해 콜트 콜텍 기타 노동조합의 파업과 음악인 시국선언, 용산참사 현장 공연 등에도 빠지지 않은 그는 곧 두 번째 앨범을 내놓을 예정이다. 4분의 노래 <해가 사라지던 날>이 금세 지나갔듯 진지하고 아름다운 노래가 기대된다. 오늘은 여전히 우울한 시대지만 아름다운 노래는 오늘을 새롭게 되새기게 할 것이다.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는 말은 아직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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