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세종시의 정치학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세종시의 정치학

[의제27 '시선'] 2010년 지방선거와 진보세력의 과제

모든 일은 겉으로 드러난 논리와 내부의 논리가 다를 수 있다. 세종시의 문제도 예외가 아니다. 세종시를 둘러싼 정치투쟁의 이면에는 치밀한 정치적 계산이 존재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이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이라 말했다. '행정도시'는 정치적이고 '교육과학도시'는 정치적이지 않은 것인가? 나는 두 가지 모두 정치적 결정이라고 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세종시를 추진하면서 '균형발전'을 주장했다. 특유의 직설법으로 '선거에서 재미 좀 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균형발전은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정치논리다. 헌법에도 있는 논리다. 반면에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경제대통령'을 자임하는 이명박 대통령은 언제나 '효율성'을 강조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 논쟁이 '효율성 대 균형발전'으로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대신 '효율성 대 정치논리'로 바꿔놓았다.

MB의 '절묘한' 카드

프랑스의 정치학자 모리스 뒤베르제는 "탈정치화는 항상 기존 질서, 수구적인 분위기, 그리고 보수주의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탈정치화야말로 가장 정치적이다. 정치가 생략된 세종시 논쟁도 매우 정치적이다.

청와대는 한때 세종시를 둘러싸고 정치적 계산을 했다고 한다. 정무팀에서 세종시 수정안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반대의견을 냈다고 한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소신'이 워낙 강해 막을 수가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속마음을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선거를 앞둔 세종시 논쟁은 절묘한 정치적 카드가 되었다.

6월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부에게 매우 중요하다. 선거에 패배하면 곧바로 레임덕이 올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대안으로 부상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식물대통령'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선거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선거에서 지면 끝장이다. 어차피 지방은 지역주의 성향이 강해 승부가 뻔하다.

현재의 민심에서 수도권 선거는 한나라당에게 불리하다. 한나라당은 재보선에서 연패했다. 경기도 교육감 선거도 진보적인 김상곤 교수가 승리했다. 정당지지율은 한나라당이 높지만 선거에서는 맥을 못 쓴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다음 선거에서 야당을 찍겠다는 사람이 더 많다. '정권심판론'이 '지역일꾼론'을 앞서고 있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가장 큰 소신인 '대운하'와 '4대강 사업'은 수도권에서 인기가 없다는 점이다. 이 모든 불리한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가 없다. 이 때 나온 것이 세종시이다. 정운찬 총리는 '충청도 총리'가 아니라 '세종시 총리'이다. 총대를 메고 수도권 선거를 위해 고향에 가서 '총알받이'가 된 것이다.

수도권의 혈투

세종시에 대한 수도권의 여론은 좋지 않다. 2009년 12월 23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를 보면, 서울과 경기에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지지율은 45.7%로 다른 지역보다 높은 편이다. 기세를 올린 한나라당은 행정기관이 이전하면 '수도분할'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 "표를 의식하여 행정도시 추진을 약속해온 것이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사과까지 했다.

세종시가 지방선거에 크게 부각되면 세종시를 막은 한나라당은 자신의 업적을 수도권에서 자랑할 수 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은 수도권에서 인기 없는 4대강 사업에 대한 '물타기용'으로 세종시를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세종시 문제가 불거지면서 언론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다.

한나라당이 4대강 사업으로 막대한 재정을 전국에 쏟아 붓고, 소위 '친서민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계 이벤트를 발표한다면 선거에 어떻게 될까?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자신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현 정권의 더 큰 문제에 내부에 있다. 바로 박근혜 전 대표의 반발이다.
ⓒ청와대

박근혜 죽이기

사실상 한나라당은 두 개의 정당이다. 친이세력과 친박세력이 갈등이 너무 심하다. 만약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와 협력관계를 만들고 '4대강 사업' 대신 교육, 복지 예산에 돈을 쓰면 아마도 모든 선거에서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대신 세종시 수정안을 내놓았다. 청와대가 세종시법 수정을 제안하면서 박근혜 전 대표와 아무런 조율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은 황당하다. 박근혜 전 대표가 반대하면 아무 것도 안 되는 상황이지 않는가?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 카드는 두 개의 정치적 효과가 있다. 하나는 야당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야당뿐 아니라 연기, 공주의 주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처사이다. 게다가 이전 정부에서 여야 합의로 제정한 법안을 파기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관행에도 맞지 않는다. 하지만 세종시의 소용돌이에 야당의 모든 정치적 공격은 흡수되고 말았다. 정부 실정을 공격하는 야당의 목소리 대신 세종시 논쟁만 남았다.

다른 하나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세종시 원안에 대해 반대 여론이 많은 서울과 영남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 만약 세종시가 무산되면 박근혜 전 대표의 고집으로 무산됐다고 말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도 물러날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표는 영남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는 한편, 최근에는 충청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자신의 강력한 지지기반을 포기할 수 없다.

물론 박근혜 대표가 반대하면 세종시 수정안은 한나라당의 당론 수정도 국회의 과반수 통과도 없다. 하지만 수정안에 대한 찬성 여론이 많아지면 박근혜 대표의 고민도 커질 수 있다. 어쨌든 박근혜 전 대표는 수정안이 통과되면 치명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물러설 길이 없다.

이제 박근혜 전 대표는 세종시 카드가 자신을 죽이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격적인 권력투쟁이 시작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너무 정치논리로 가고 있다"고 말했고, 박 전 대표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라고 한 것인데 말뜻을 못 알아듣고 있다"고 맞대응했다.

민주당의 딜레마

이명박과 박근혜의 갈등과 분열이 민주당에게 이익이 될 것인가? 아마도 아닐 것이다. 이명박과 박근혜의 싸움으로 민주당의 존재감이 사라졌다. 민주당은 세종시 정국에서 주연이 아니라 조연이다. 민주당이 세종시에 매일 가서 집회를 벌여도 충청도에서 민주당이 승리하기는 버거워 보인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세종시 원안이 수도권에서 인기가 없다는 점이다. 세종시 원안을 주장할수록 수도권의 민심과 다르게 갈 수 있다.

일각에서 세종시가 지방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이 있다. 역대 지방선거와 같이 '정권심판론'이 중요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순진한 생각이다. 1월 13일 MBC-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세종시 문제가 '야당에 유리하다'가 30.9%이고 '여당에 유리하다'가 21.6%로 나왔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여당에 유리하다'가 약간 많았다. 문제는 다시 수도권이다.

민주당도 수도권 선거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수도권 민심을 얻어야 선거에서 승리한다. 세종시 원안을 지지하더라도 논리의 개발이 필요하다. 단순하게 '수도권 과밀화'를 지적하기보다 수도권 주민의 '삶의 질'과 '국토균형발전'을 말해야 한다. 두 개는 비슷한 논리이지만 수도권에 대한 부정적 메시지보다 전국적 차원에서 긍정적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둘째, 민주당은 수도권에서 압도적으로 반대여론이 많은 '4대강 사업'에 대해 더 큰 관심을 쏟아야 한다. 당내에 '4대강 반대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강력한 비판과 견제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수도권 주민들이 반대하는 '미디어법'과 '금산분리법'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사법부의 독립을 흔드는 정치공세에 강력하게 맞대응해야 한다.

셋째, 수도권 주민이 가장 관심이 큰 문제에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당내에 일자리, 교육, 주택, 보육 서비스에 관한 태스크포스를 두고 지방선거 공약을 개발해야 한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무료급식' 공약처럼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2010년 지방선거와 진보세력의 과제

한나라당이 수도권 선거에 힘을 쏟듯이 개혁진보세력도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개혁진보세력은 5개 정당으로 분열되어 있다. 분열은 치명적이다. 2009년 독일 총선에서 사민당, 좌파당, 녹색당이 분열되자 진보세력은 참패했다. 반면에 2008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은 '오바마매니아'를 통해서 젊은 유권자의 폭발적 지지를 얻었다. 진보성향 유권자는 제3후보 랄프 네이더 대신 공화당의 맥케인을 이길 수 있는 민주당의 오바마를 선택했다.

이런 점에서 진보정당과 시민단체를 망라한 5+4 회의는 의미가 크다. 모든 진보세력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세종시 현안을 뛰어넘는 정책연합과 후보단일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민주당이 제안한 '범야권 공동지방정부' 구상도 결실을 맺어야 한다. 모두 집단이기주의를 버려야 한다. 다양한 진보세력을 결집하는 '연합정치'를 성사시켜야 한다. 그러면 진보세력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얻을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