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하게 한 가지 사실만 확인하고 넘어가자. 새롭게 제기하는 사실이 아니다. 보수언론의 '판사 패대기치기'를 보다 못한 다른 언론이 보도한 내용이다. 강기갑 민노당 대표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이동연 판사는 '우리법연구회'에 가입한 적이 없다고 한다.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를 결정한 이광범 부장판사는 2005년 '우리법연구회'를 탈퇴했다고 한다. 보수언론의 과녁 설정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제 다른 얘기를 하자.
▲ 대법원 홈페이지 캡쳐 |
보수언론의 '판사 패대기치기'를 꼭 나쁘게 볼 건 아니다. 그들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판사 패대기치기'가 가져올 다른 결과에 주목하면 그렇다.
보수언론은 '선도투쟁'을 벌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원을 알 수 없고, 연유 또한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엄연한 현실인 '겉핥기' 법조 저널리즘에 칼질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검찰의 수사와 기소는 일방적인 행정행위에 불과한데도 언론의 취재망은 법원보다는 검찰청에 쏠려 있었다. 법원을 취재하더라도 심리과정을 추적하기보다는 선고내용을 받아 적기에 바빴다. 재판부의 오심 가능성을 인정해 3심제를 시행하는데도 1심 판결이 최종판정이라도 되는 양 크게 인용하곤 했고, 행여 법원 판결이 사회적 논란거리가 되면 '법리'에 기대 따지기보다는 '여론'을 들이밀기에 바빴다.
이유는 간단하다. 법원 판결보다는 검찰 수사결과가 선도가 높고, 심리 추적보다는 선고 인용이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보수언론은 이런 장삿속 겉핥기 관행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판결 이전에 판사를 문제 삼고, 법리 이전에 이념을 앞세우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아무튼 스스로 자기 목을 조이고 있는 것이다.
받으면 된다. 계승과 혁신의 관점에서 보수언론의 '선도투쟁'을 이어가면 된다. 법원의 판결에 정면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그들의 도전 정신은 과감하게 계승하되 색깔공세를 앞세우는 그들의 반칙 버릇은 깨끗이 털어버리면 된다.
이는 당위적 과제임과 동시에 절실한 과제다.
보수언론의 잘못된 팩트를 확인한 '한국일보'가 추가로 전한 게 있다. 법원 내부에서 "보수진영이 모종의 의도를 가지고 사법부 흔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한 판사가 "하필 인사 시즌을 앞두고 판사들에 대한 색깔공세를 벌이는 것이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행여 보수언론의 '판사 패대기치기'가 '진보성향 판사 솎아내기'로 귀결되면 어떻게 될까? 물어볼 필요가 없다. 법원의 다양성이 약화될지 모르고, 법원의 이념판결이 강화될지 모른다. 법원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필요성이 절박성 차원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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