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檢 갈등 속 법조계 수장 '극비 회동'

대법원장·검찰총장·장관·변협회장 등 만나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법조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대법원장을 비롯한 법조계 수장들이 극비리에 회동해 이번 사태 진정을 위한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저녁 서울 강남구의 한 한정식집에 이용훈 대법원장과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이귀남 법무부 장관, 김준규 검찰총장, 김평우 대한변호사협회장, 이재후 한국법학원장, 성낙인 한국법학교수회장이 비공개로 3시간여 동안 만찬을 함께 했다.

참석자들은 각각 법원ㆍ검찰ㆍ변호사 등 법조 3륜, 국가 형벌 및 법치행정의 대표 기관, 헌법 수호 기관, 법학교육 및 실무 연구기관의 수장들로, 사실상 법조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이다.

이들은 법조계 각 영역 간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려고 수년 전부터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비공개 만찬 모임 등을 가져왔다.

이날 모임은 이 대법원장이 지난해 8, 9월 김준규 검찰총장과 이귀남 법무장관이 잇따라 취임한 것 등을 기념하는 형식으로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에 대한 예우와 바쁜 일정 등을 고려하면 이날 회동은 2∼3개월 전에 준비된 것이지만 최근 용산참사 수사기록 열람 및 등사 허용,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무죄판결 등으로 인해 법원과 검찰 등 법조계의 갈등이 증폭되는 시점이어서 이날 만찬을 계기로 이 같은 갈등이 진정 또는 해소될지 주목된다.

이 자리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 운영문제 등 현안이 언급됐고, 와인이 한 두잔 오가는 등 상당히 부드러운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행한 비서나 수행원 등도 만찬 장소에는 입장하지 않고 외부에서 대기하는 등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돼 부담 없는 발언이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한 참석자는 "이 대법원장이 (최근 갈등 상황이) 자꾸 언론에 보도돼서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다른 참석자는 "환담을 나눴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이 모임을 알고 있었던 한 인사는 "각 분야를 대표하기 이전에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인사들이고 서로 워낙 친분이 두터운 사이라서 격의 없는 모임이었다"고 만찬 성격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