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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대로 가면 '패배의식'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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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민주당, 이대로 가면 '패배의식'만 남는다"

[인터뷰] '학자금 상환제' 찍고 '경기도지사' 도전하는 이종걸 의원

최근 민주당에서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국회 교육과학위원장으로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와 더불어 '등록금 상한제'의 여야 합의를 이끈 이종걸 의원. 최근에는 정세균 대표 체제에 대한 비주류 공격의 예봉을 잡은 데 이어 호기롭게 경기도지사 선거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오프 시즌'에 더 바빠진 이종걸 의원을 18일 오후 만났다.

당 내 비주류 연합체인 '민주연대'의 공동대표이기도 한 이 의원이 정세균 대표 지도부를 비판하던 것은 그리 새로울 일은 아니다. 이 의원의 표현에 따르면 "재작년 연말에는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해 자일을 차고 항거하려던 결기가 작년에는 찾아 볼 수 없었다"는 것, "찬스 때마다 더블 플레이, 트리플 플레이를 당해 누적된 무기력감이 심각하다"는 점이 정세균 대표 체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 이종걸 위원장. ⓒ프레시안 최형락.

최근 강창일, 장세환, 문학진 의원 등과 함께 '국민모임' 멤버로서 '정세균 사조직' 의혹을 강하게 제기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당 안팎에는 "망년회 정도 한 걸 갖고 좀 무리한 지적 아니냐"는 반론 하지만 이 의원은 "심각하다"고 반응했다.

이 의원은 "당 밖의 조직들이 활성화되고 있다. 그것이 또 공식적인 당료와 의원들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충격적"이라며 "지방 선거를 앞두고 공천권을 행사한다는 추상적 권력을 앞세워 사람들을 모으고, 이후 행보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당 대표로서는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비주류 측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당 지도체제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바꿀 것을 주장하고 있다.

'사조직 논란' 이면에는 주류 측에서 '정동영 배후설'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의원은 극구 부인했다. 이 의원은 "국민모임에 정동영 의원과 가까운 사람이 있지만 정 의원으로부터 지시를 받을 만한 인물은 없다"며 "정 의원이 복당을 신청한 마당에 정 의원의 입당에 방해가 될 만한 일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의원의 경기도지사 준비 과정에 정동영 의원이 지원에 나선 것도 의심의 눈초리를 사고 있다. 이 의원은 그러나 "내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어서 여기 저기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지 정동영 의원의 힘으로 나간다는 것은 사실 무근"이라고 말했다. 먼저 도움을 청했을지라도 '정동영 그늘'에 편승하려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 ⓒ프레시안 최형락
이 의원은 오는 25일 경기도지사 출마를 공식선언할 예정이다. 당 내에서는 이미 김진표 의원이 뛰고 있다. 이 의원은 김 의원에 비해 행정 경험이 부족하지만 "야권 통합을 위한 적임자는 나"라고 자신했다.

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야당들과 선거연합 논의를 해야 하는데, 김진표 의원에 비해 자신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또 "내가 이명박 정권과 각을 세우는데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과의 관계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더 큰 관심사는 경기도 지사 경선에서 주류 대 비주류의 대결 전선이 형성되느냐이다. 현재로선 김진표 의원이 주류 대표로, 이종걸 의원이 비주류 대표로 맞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우에 따라 주류와 비주류의 대리전이 펼쳐질 수도 있다.

지난 1월 1일 새벽. 노조법 처리 당시 항의하는 이종걸 의원을 향해 김형오 의장은 "이종걸 씨. 선조들 보기 부끄럽지 않아요"라고 핀잔을 줬었다. 이 의원의 할아버지는 독립운동가인 우당 이회영 선생. 대대로 영의정, 좌의정을 배출한 집안이다. 그는 자신의 '야성'에 대해 "선조들이 소론이어서 야당의 피가 흐르는 것 같다"며 웃었다. '관찰사 한 선조는 없냐'고 묻자 "부통령 지내신 이시영 작은 할아버지가 평안 관찰사와 한성판윤을 했다"고 답했다.

복잡한 시기 '큰 판'에 뛰어든 이종걸 의원. 그가 앞으로 펼쳐질 권력 다툼에서 중심을 지키며 '선조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자손'이 될지 주목된다.

다음은 18일 오후 국회 교과위원장실에서 진행된 이 의원 인터뷰 전문이다.


프레시안: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와 등록금 상한제가 국회를 통과했다. 아쉬움은 없었는지.

이종걸: 등록금 금액 상한제에 대한 원칙적이고 절차적인 규정을 법안에 넣었다는 데 어느 정도 만족한다. 다만 등록금 의존율을 획기적으로 낮추고자 하는 국가 정책적 의지가 반영이 됐어야 하는데 미흡했다. 그래도 앞으로 이런 제도 하에서 등록금액은 크게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대학이 발전해야 한다는 이유로 (등록금 상한제에) 의문을 제기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 해답을 법에 넣지 못한 것도 아쉽다. OECD 평균 수준으로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을 끌어올려야 한다. 장기적으로라도 국가의 고등교육 지원 의무를 분명히 했어야 하는데, 결국 기획재정부 반대로 그 내용이 빠졌다. 등록금 상한제는 그 부분이 충분히 설계돼 있어야 의미가 생긴다. 전체적으로 법안에 80퍼센트 정도 만족한다.

프레시안: 지난해 연말 국회 상황이 안 좋았다. 예산안 직권상정이 점쳐지면서, 노조법과 ICL을 패키지로 처리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있었다. ICL이 결국 교과위에서 합의처리가 됐는데, 최대 고비는 언제였나.

이종걸: 날치기 처리 걱정을 했었다. 결과적으로 이 법안이 직권상정 대상에서 빠졌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결국 여야가 합의하면, 직권상정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교훈을 줬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한나라당 의원들 설득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이종걸: 등록금 상한제를 ICL의 조건으로 내걸 때, 한나라당 의원들 중에서도 찬성해 주시는 분들이 계셨다. 나중에 법안이 통과된 이후, 황우여 의원 같은 분들은 명시적으로 잘됐다고 말씀해주셨다. 시장의 문제로 등록금 문제를 본다거나, 신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등록금 문제를 보는 등, (민주당과) 인식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지, 한나라당도 무조건 안 된다고 하지는 않았다.

다만 당 차원에서 보면 등록금 상한제를 한나라당이 반대를 하는 편이었고, 민주당에서도 이러다가 ICL 시행이 무산되면 비난의 역공을 받을 수 있지 않느냐는 차원에서 우려를 많이 했다. 벼랑 끝으로 몰렸을 때 결국 내가 뒤집어 써야 하는,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하는 시기가 며칠 있었다.

프레시안: 교과부 때문에 고비가 한 번 더 있지 않았나.

이종걸: 교과부에서 등록금 상한제를 반대하고, 기획재정부도 반대했다. 의원 간에 이미 논의된 것을 활자화 한 상태에서 제가 가져온 원칙적인 금액 상한제 대해서 평등하게 논의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미 합의한 것을 이종걸이 깼다는 언론플레이를 했다. 다수 보수 언론들도 한나라당의 언론 플레이를 지지해주는 모양새였다. 그 때 좀 힘들었다.

프레시안: 환노위에서 노조법 처리되기 하루 전날 추미애 위원장을 만났다.

이종걸: 새벽 1시 정도에 만났다. 추 위원장은 이미 마음의 결단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 "아무리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도 같은 당 의원들의 의견이 무시되고 처리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지 않으니 피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추 위원장도 "지금이라도 당론이 결정된다면, 따르겠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이미 시간이 많이 늦어진 상태였던 것 같다. 아침에 그런 일이 벌어져서 저로서는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프레시안: 환노위에서는 노조법을 두고 갈등이 컸는데, 교과위에서는 민감한 사안이 합의처리 된 것이 비교가 됐다.

이종걸: 대출을 기다리고 있는 수백만의 대학생들이 있는데, 나 역시 ICL 제도가 무산되면 나에게도 큰 역풍이 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한나라당 의원들이 내 안에 대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진 않았다. 일단 법안을 상정해 논의하자는 요구였는데, 내 생각에는 상한제가 전제되지 않고 상정하게 되면 다수 논리에 휘말려 간다고 생각했다.

그에 노조법은 워낙 첨예하게 입장이 갈린 사안이었다.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차가 있었을 것이고, 양대 노총, 한나라당의 입장도 달랐다. 그만큼 어려운 아젠다였다. 그에 비해 ICL은 비교적 여야간의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었다.

프레시안: 추미애 위원장이 지금 징계위에 회부돼 있는데, 당에서 어떻게 처리하는 게 좋다고 보나.

이종걸: 추미애 의원의 적극적 행보는 자제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추미애 의원의 분명한 유감 표명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랬을 때, 당에서도 징계 등을 자제하지 않겠나. 서로 한발 씩 물러나야 한다고 본다.

▲ ⓒ프레시안 최형락.

"정세균 대표 노력 안 한 것은 아니지만"

프레시안: 정세균 대표 체계 1년 6개월 됐다. 결과적으로 성과를 얻은 게 거의 없는 무기력한 기간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종걸: 노력을 안했다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방법으로 노력한 것이 아니었고, 그래서 결국 성과도 낼 수 없었다. 지금까지 많은 기회가 있었으나 대응 방법은 오로지 부정과 거부밖에 없었다. 적절하게 대안이 마련되는 '긍정의 유턴'을 당원들이 기대했을 텐데, 그런 것에 대한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언론 악법, 예산안 문제 등 모조리 10대 0으로 패배했다.

의석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소수당의 한계라든가 한나라당의 독선 때문에 대안 마련의 여지가 없었다는 변명은 적절치 않다. (야구로 비유하면) 많은 찬스 앞에서 더블 플레이, 트리플 플레이를 당했다. 무릎을 꿇었던 시기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놀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 상황을 지속해야 된다는 변명에 대해서는 그래도 정치는 결과에 대한 책임이라고 말하고 싶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활로를 열 수 있다. 국민의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이 다음의 책임을 넘겨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자기희생의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감동이 있어야 한다.

프레시안: 재보궐 선거에서 수도권을 모두 석권하는 등 비교적 좋은 성적을 얻기도 했다.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라는 평가와 이로 인해 당 개혁이 미뤄졌다는 평가도 있다.

이종걸: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차라리 그 때 적절한 패배를 경험함으로써 당 개혁의 물고를 텄다면 그 뒤에 (국회 법안 싸움에서) 완패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가정도 성립할 수 있다고 본다.

지난 재보궐 선거는 국민의 균형 의식이 가장 큰 승리의 견인차였다. 반면 당의 주체적 노력이 기여한 점은 별로 없었다고 봐야 한다. 한나라당이 야당이던 시절에는 보궐 선거에서 승리하면 지지도를 10퍼센트 이상 올려놨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수도권 재보궐 선거 승리에도 불구하고 당 지지도는 답보 상태다. 이런 모습만 보더라도, 우리의 주체적 역량에 의한 선거 승리라고 보기 어렵다. 국민으로부터 한나라당을 앞지르는 대안 세력으로 인정을 못 받고 있는 것이다. 객관적 조건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주체적인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은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나.

▲ ⓒ프레시안 최형락.
프레시안:
12월 31일 밤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무기력해 보였다. 본회의 전 분위기가 어땠나.

이종걸: 예산 투쟁의 성격상 예산안을 12월 31일까지 끌다가 넘기는 경우, 준예산이라든지 정부 재정에 불편을 주고, 국민 여론에 변화가 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법안보다 예산안 저지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번 4대강 예산은 국민의 70%가 반대한 것 아닌가.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지 싸움의 폭과 범위가 상당히 축소되고 있다. 지난 1년 전에 제가 제일 처음 진입해서 성탄절 밤을 본회의장에서 보냈는데, 그 때까지만 해도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문제에 대한 강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었다. 그 정도의 결기를 보여야하는 것이 바로 예산이었다. 4대강 예산안 저지는 국민들도 큰 지지를 보내주는 사안이었는데, 어느 때부터인지 국회 폭력은 안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그러나 위법하고 독선적인 여당의 의사진행에 대해 거부 의사 표시를 분명히 했어야 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축소된 전술을 가지고 있었고, 그게 상대방에게 다 노출된 상태여서 그 정도로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아쉽다.

프레시안: DJ, YS시절의 카리스마형 리더십의 부정적 측면을 너무 경계하다보니 리더십의 긍정적 측면도 무너졌다는 지적도 있다. 지도부의 신뢰도를 평가한다면.

이종걸: 언론악법의 경우에 헌재가 한나라당이 위법을 저질렀다는 법적 근거까지 인정했는데도 별다른 대응 없이 넘어가는 모습이 반복됐다. 그러다 보니 의원들 사이에서도 성과에 대한 목표의식이 상실돼 가고 있다. 이제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렇게 가서는 가면 갈수록 희망이 보이는 게 아니라 패배 의식만 보이게 된다.

"정세균 사조직 심각하다"

프레시안: 국민모임에서 정세균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사조직 의혹 제기에 대해 어떻게 보나. 심각한 건가? 무리한 주장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종걸: 심각하다. 당 밖의 조직들이 활성화되고 있다. 그것이 또 공식적인 당료와 의원들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지방 선거를 앞두고 공천권을 행사한다는 추상적 권력을 앞세워 사람들을 모으고, 이후 행보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당 대표로서는 적절치 않다. 당 대표가 어떤 다른 의도로 변명을 하더라도, 그런 모임에 나가서 그런 유사한 말을 했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프레시안: 지도부에서는 국민모임의 배후에 특정인 즉, 정동영 의원이 있는 것 아니냐며 공개적으로 반박을 하고 있다.

이종걸: 국민모임에 최규식 의원이 정 의원과 좀 가깝긴 하지만, 정동영 의원으로부터 밀접한 부탁이나 지시가 오고갈만한 분들은 없다. 내 경기지사 출마도 내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기 때문에 여기 저기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말씀드리는 거지, 내가 정동영 의원의 힘으로 나간다거나 이런 것은 사실 무근이다.

장세환 의원이나, 심지어 강창일 의원도 정동영 의원과 학교 선후배 동기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의견과 비판을 나누는 동지일 뿐이지, 일방적으로 뜻을 전달하고 지시받는 관계는 아니다. 잘못된 지적이다. 정동영 의원이 아직 입당도 안 된 상태에서 그럴 이유가 없다. 지금 이런 논의 구도는 결과적으로 정동영 의원의 입당을 방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민모임은 지금까지 있었던 당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지, 난데없이 정동영 의원과 연결됐다는 것은 갑작스러운 얘기이고, 논리적인 반박도 될 수 없다.

프레시안: 혁신과 통합위원회에서 시민배심공천제를 내놨다.

이종걸: 시민단체가 제안해 새로운 신상품으로 내놓는 것이라는 경위 설명에도 불구하고, 정세균 대표의 생각과 그것을 제안한 시민단체의 생각은 상당히 다를 수 있다. 그것이 어떻게 당에 들어와서 작용할 것인지에 대한 계산법도 다를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당을 사당화하고, 공천 후보자를 줄 세우고, 나를 따르면 공천을 줄 것 같이 시사해 오고, 심지어는 자기 생각으로 당론을 일원화하는 상황에서 시민배심공천제는 본래의 제안 의도와 아주 다른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공천은 당원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인데, 그런 기초가 없는 상황에서 정 대표의 사적인 목적을 위해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의심 받는 상황에서 이 제도가 나오니 오해가 폭발될 수밖에 없다.

우선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공천은 당원 중심으로 하고, 무엇보다 평당원의 뜻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국민경선제 같은 보완조치가 이 골격에서 나와야하는데, 지금은 기본조차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시민배심공천제가 의혹을 살 수밖에 없는 조건인 것이다.

프레시안: 만약 지도부에 대한 의심을 거둬들인다면 시민배심공천제 제도 자체는 인정할 수 있나.

이종걸: 당의 기준과 중심이 바로서지 않는 상황에서, 당원의 정신을 빼버리는 제도는 정착되기 어렵다. 아무리 좋은 도구도 장인이 적절히 쓰지 못한다면 나쁜 도구가 될 수 있다. 당원들의 믿음과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 지금은 원칙적으로 가야할 때다.

시민배심공천을 꼭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시민 후보를 영입하는 방법으로 사용하던지, 전략 공천을 하는 방법으로 논의한다던지, 이런 방법으로 보충적으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원들이 반발할 것이다.
"뉴페이스로라도 비대위 꾸려야"

프레시안: 비주류 측 주장이 조기 전당대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으로 바뀌었다. 조기전대는 어렵다고 판단하나.

이종걸: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시간이 부족하다. 전당대회는 지도부를 뽑는 절차가 필수적으로 있어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지도부를 추인하는 전당대회를 하기 어렵다. 여러 당내 세력들 간의 객관적인 상황을 고려한 집단 지도 체제가 현실적이라고 본다. 지방 선거 때 비대위에서 활용할 수 있을만한 분들이 함께 뛰는 모습을 보여야 지방선거에 임하는 민주당의 진정성을 인정받을 것이다.

▲ ⓒ프레시안 최형락.
프레시안:
비대위도 결국 김근태-정동영-손학규를 중심으로 한 계판 간 나눠 먹기로 비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세 사람 모두 '올드 페이스'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종걸: 구인물처럼 들리지만 새로운 국면에서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또 새로운 인물들을 대거 포함시킬 수도 있다. 그리고 국민참여당은 지지도가 낮은데, 이번 기회에서 연합 비대위 같은 것도 고려해봄직 하지 않나.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도 적임자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새로운 인물들도 가능하다고 본다.

프레시안: 현재 세종시 문제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비주류 측에서 당권 비판에만 너무 열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더불어 지도부 비판 이전에 비주류 측에서는 한 게 뭐가 있냐는 반발도 있다.

이종걸: 각종 농성 등 지도부의 전략에 비주류 의원들이 참여 안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 세종시 문제도 많은 당원들이 애쓰고 있지만 박근혜 전 대표 모든 공을 넘겨주는 잘못된 구도를 선택한 것 아닌가. "제 1야당은 박근혜, 제 2야당은 민주당"이라는 촌평을 들어서는 안 된다. 국면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하고, 그에 대한 투쟁의 지점을 선점해야한다. 당원들 이리오라 저리오라고 해서 하는 평면적인 집회와 투쟁을 통해서 모든 것을 다했다고 하는 것은 비전략적인 사고이다. 당 내 위기를 외부의 위기 문제로 풀려고 하는 태도도 문제다. 세종시 갈등에는 이명박 정부의 위기적 요소가 강한데, 이를 극대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 문제는 그 문제대로 해결해야 하고 내부의 문제는 내부에서 치열하게 논쟁해야 한다. 바깥 문제를 갖고 안에서의 문제제기를 억눌러서는 안 된다.

프레시안: 3선 의원이다. 18대 국회 전에는 야당 2년을 했지만 대부분 여당만 10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의원들 중에 가장 야당 의원답다는 평가를 듣는다.

이종걸: 이명박 대통령의 정권 운영 스타일은 어쩔 수없이 강한 야당의 행보를 보이게끔 만든다. 내가 특별히 체질적으로 야당성 있다고 보진 않는다.

프레시안: 여당 시절에도 거의 비주류였다.

이종걸: 내 선대 가문이 소론이었다고 한다. 묘하게 16대를 영의정 좌의정하면서 벼슬을 했지만 소론은 상당한 야당이었다고 한다. 노론에 비해 소수자의 권익을 주장했다고 하는데, 그 피 때문인지 모르겠다. (웃음) 개인적으로는 주류에 설 기회가 없었는데 다음에는 당권파 주류도 해보고 싶기도 하다.

프레시안: 경기도 지사 준비 중이다. 가문 얘기를 했는데, 집안에 과거 관찰사를 지낸 인물이 있나.

이종걸: 부통령까지 하신 이시영 작은 할아버지는 평안 관찰사를 했고, 한성판윤을 했다.(웃음)
▲ ⓒ프레시안 최형락.

프레시안: 강한 야당성이 오히려 경기도지사라는 행정직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이종걸: 대안을 안 갖고 있으면 오히려 각을 세우거나 반대만 하기 어렵다. 요즘은 만약이지만 집행 기구로서의 결정권을 가졌을 때 이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차분히 해본다. 철저히 비판적인 입장에서 서 보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그래서 야당이나 비주류의 생활이 헛된 생활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민주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내부에서 경기지사 출마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있었나.

이종걸: 연합조직이라는 민주연대 조직 특성상 의사 구조가 일원화기 어려운 성격이 있다. 반대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지만 대다수는 내 생각에 적극적 지지, 또는 비판적 지지를 해주시는 분들이 꽤 있다. 2년 동안 야당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나에게 큰 자양분이 되는 조직이다.

"진보야당과의 연합 후보 내가 적격"

프레시안: 지금 상황만 봐서는 당 내에서는 김진표 최고위원이랑 양자 대결 구도가 될 것 같다. 김 최고위원에 비해 이 위원장이 가지는 경쟁력은?

이종걸: 한나라당에 맞서 야권이 연합해야 한다. 연합 대상인 다른 야당들은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이고 개혁적이다. 그들과 통합해서 한나라당과 대결할 때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 다른 야당들과의 교집합을 내가 더 많이 갖고 있다. 심상정 전 의원 등과 통합을 약속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할 때 전선을 확대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김진표 최고위원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난 그렇게 생각한다. 반MB 전선에 분명히 해 국민의 뜻을 모으는 MB 정권에 대한 중간 심판 선거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 가장 각을 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다만 낮은 인지도 때문에 인지도를 올리는 여러 방법을 기술적으로 강구하겠다.

김진표 최고위원과는 교과위에서 같이 활동했다. 경우에 따라 입장이 다를 때도 있지만 김진표 최고위원께서 선배로서 조정해 보려고 애쓰신 것들이 많다. 고마웠던 적도 많고, 어떤 때에는 고성이 오고 간적도 있었다. 그런데 김 최고위원이 신경을 잘 써주셔서 그런 부분들도 해결이 잘 됐다. 김진표 최고위원이 등록금 상한제와 관련해 법안소위에서 좋은 활동을 해주신 것에 대해서 고마움을 갖고 있다.

프레시안: 낮은 인지도를 언급했는데 3선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생활을 하면서 대중 전면에는 잘 나서지 않는 편이었다.

이종걸: 그동안 내가 나서지 않음으로써 나보다 훨씬 나은 분들한테 뜻을 구하는 생활이 많았다. 근데 결정적인 순간에서는 앞장선 적이 많다. 탈당하기 어려운 일인데, 그런 걸 나섰다. 대중적이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에 많이 알려지지 못한 것 같다. 그런데 10년의 의정 생활 통해서 나름대로 대중 앞에 전면적으로 나서서 정치를 해야 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불만과 새로운 희망에 대한 갈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을 내가 외면할 수 없다.

프레시안: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김상곤 현 교육감을 적극 지원했었다. 어떤 관계인가?

이종걸: 사실 선거 전에는 일면식도 없었다. 선배님이고 민교협의 기초를 만든 분이라는 건 알았는데, 내가 활동했던 무대랑 달랐다. 그 분이 살아온 경력과 태도나 인성을 봤을 때, 경기도 교육감으로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아주 취약한 상황 속에서 MB정권의 교육 정책에 각을 세우고 야권을 통합했다. 그래서 취약한 조건과 낮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이길 수 있었다. 큰 테제 속에 몸을 던져 이긴 모델이었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나하나 갈라지면 진다. 민주당만으로는 쉽지 않다. 야권이 이념적으로 서로 심정적으로 통합이 되어서 단일 대오로 나가야 한다는 게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나오고 있다. 야권이 힘을 합해야 김문수 지사를 이길 수 있다.

프레시안: 경기지사 후보에 대한 경선이 이뤄진다면 어떤 방식이 되길 원하나.

이종걸: 당원 중심의 국민 경선 방식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경선 기간을 최대한 늘려서 당의 활동을 통해 경기도 도민들에게 정책과 비젼을 알리는 방식으로 나가야 한다. 국민 경선을 통해서 승리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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