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이후 이명박 대통령에게 지금처럼 신바람 나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으리라. 새해 여러 일간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그는 대부분 50%를 넘는 지지율을 자랑했다. 2008년 촛불집회 때 급락했던 지지율에 비하면 집권 3년차 대통령의 지지율로서는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수준이다.
이러한 결과는 물론 최근 원전 수주의 영향도 있겠지만 막무가내로 내달리는 대통령에 대한 체념과 포기, 경제 살리기에 대한 여전한 기대, 그리고 보이지 않는 대안에 대한 무력감 같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이처럼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 올라가고 새해 예산안도 야당의 무기력한 반발 속에서 무사히 통과되었다. 그리하여 지금은 영하의 맹추위로 얼어붙고 폭설이 쏟아지는 1월이지만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계절'일지도 모를 일이다.
록 밴드 포니의 노래 '아름다운 계절'을 들으며 어쩌면 이렇게 권력자들의 입장과 깨어있는 인민의 입장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TV는 허구의 길로 가고, '호각소리 가득 공명한 거리 위에서 문과 길을 닫혀 앞으로 나갈 수 없으며', '자기 증식이라는 착각에 붙잡힌 채로 문과 길은 닫혀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오늘'이 권력자들에게는 '아름다운 계절'이며 태평성대의 증거일지 모른다. 그러나 깨어 있는 인민들에게는 정치적으로 억압당하는 고통의 시간이며, 또한 부자되기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허구적인 욕망으로 인해 더욱 고통스러운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고통과 즐거움이 교차하는 오늘을 밴드 포니는 역설적으로 증언하고 있다. 현실에 대한 강렬한 비판보다 더 곱씹어 보게 되는 노래 속 오늘 우리의 자화상은 '행복에 젖은 왕의 노래'가 무엇을 지칭하는지 보다 어떻게 '행복에 젖은 왕의 노래'가 나올 수 있는지를 먼저 되묻게 한다. 현실을 넘어서자고 선동하는 것만이 리얼리즘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현실의 부당함과 어이없음까지를 묵묵히 기록하는 것이 바로 리얼리즘이며 예술가의 책무인 것이다.
무그 신디사이저 연주가 돋보이는 '아름다운 계절'은 전형적인 개러지 사운드의 곡이다. 간주마다 이어지는 경쾌한 드러밍이 우울한 노랫말의 무게감을 덜어주는 곡은 음악만 들었을 때는 댄서블한 느낌이 통통통 고스란히 전해진다. 지난 8월 데뷔 앨범을 발표한 밴드 포니는 이처럼 록큰롤의 정서가 살아있는 개러지 사운드를 들려주는 밴드이다. 밴드 멤버들의 스타일리쉬한 모습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던 포니는 많은 라이브 무대를 소화하며 지난 11월 헬로 루키에 뽑힐 정도로 인정받은 신예 밴드이다.
데뷔 앨범에서 젊음의 낭만을 노래하는 곡도 있지만 이처럼 현실과 신자유주의의 문제까지를 노래하는 밴드 포니는 인디 씬에서 정치가 수용되고 발화되는 방식의 변화를 함께 보여준다. 그러니까 과거처럼 비장하고 진지한 방식으로만 정치가 노래속에 담기는 것이 아니라 정치가 수많은 소재 중의 하나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포니를 비롯한 여러 뮤지션들에게 정치가 자주 표현되는 것은 물론 현실의 지독한 악취 때문이겠지만 또한 현실을 노래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나 경계심이 예전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촛불집회에 나왔던 이들에게 촛불집회는 시위라기보다는 축제였듯이 뮤지션들에게도 정치는 하나의 동일한 소재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므로 오늘 사회와 정치를 노래하는 뮤지션이 늘어난 것은 이른바 개념있는 뮤지션이 늘어난 것만이 아니라 정치와 사회에 대해 예전과는 다른 감수성이 발현되며 표현되고 있다는 것으로 보아야 더욱 정확할 것이다. 사랑과 정치가 같은 무게감으로 사소해지고 또한 소중해지는 음악인들의 시대, 한국 대중음악은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변화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니 새삼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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