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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만 있다면, 서울도 '햇빛 도시'로 만들 수 있다"

[STOP! CO₂⑥] 존 번 델라웨어대 에너지환경정책센터 소장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성과 없이 끝나면서 지구 환경의 미래는 암담한 상황이다. 지구 온난화가 초래하는 기후 변화를 막고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미국 델라웨어 대학 '에너지&환경정책센터(Center for Energy & Environmental Policy)' 존 번(John Byrne) 소장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조승수 이사장(국회의원)이 만났다.

존 번 소장은 에너지 정책, 기후 변화 정책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그는 지난 2007년 앨 고어 미국 전 부통령과 노벨평화상을 공동으로 수상한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의 핵심 인물로 1992년부터 여러 가지 연구를 수행했다. 특히 그는 미국 오바마 정부와 민주당의 에너지, 기후 변화 정책 핵심 브레인이다.

다음은 지난 코펜하겐 총회 직후 진행한 인터뷰의 핵심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편집자>


▲ 미국 델라웨어 대학 '에너지&환경정책센터(Center for Energy & Environmental Policy)' 존 번(John Byrne) 소장(오른쪽).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조승수 : 반갑다. 당신은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맞춰 코펜하겐을 방문했다. 이번 총회의 의미는 무엇인가?

존 번 :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입장차가 커서 기후 변화에 대응할 새로운 체제를 합의하지 못해서 안타깝다. 특히 미국의 태도가 문제가 많았다. 내가 코펜하겐에 온 목적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노력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결과적으로 이런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다.

다만 노동조합, 환경단체 등이 진행한 토론회에 참석해서 노동자 없는 기후 변화 정책의 문제점, 농업과 도시에 기반을 둔 저탄소 전략의 필요성 등을 강조한 것은 소중한 성과였다. 아쉬운 점을 하나 더 꼽자면, 이번 총회에서는 어느 때보다 NGO의 목소리가 높았음에도, 정작 그들이 논의 과정에 개입할 방법이 없었다.

이렇게 민주주의가 사라진 총회는 매우 실망스럽다. 기후 변화로 피해를 받게 되는 노동자, 농민,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NGO를 중요한 협상 주체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조승수 : 지난 12월 17일, 코펜하겐에서 '저탄소 녹색 성장'을 새로운 국가 패러다임으로 제시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기조 연설이 있었다. 하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4대강 사업으로 대표되는 각종 개발 사업이 중심이다. 원자력 확대 정책, 일용직 위주의 고용 창출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23조 원의 재정을 투입해 4대강을 개발하는 것은 기후 변화 정책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존 번 : 기후 변화 정책의 중심에 원자력 에너지를 놓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한국의 4대강 사업의 상황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다만 '그린 잡(Green Job)'만 놓고 얘기하자면, 녹색 일자리는 지속 가능한 녹색 경제로 가기 위한 기초, 즉 에너지 효율 향상, 재생 가능 에너지 확대에서 시작해야지, 건설·토목을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조승수 : 한국 정부는 온실가스를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4퍼센트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것은 한국이 가지는 국제적 위상에 걸 맞는 목표치가 아니라고 국내 NGO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존 번 : 일단 이번 한국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발표는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내가 예전에 진행했던 연구를 염두에 두면, 한국은 더 많은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을 가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금 발표한 목표치보다 추가적으로 더 감축할 목표를 세울 수 있고,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좀 더 적극적인 자세가 아쉽다.

조승수 : 한국 정부는 2012년 제1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한국에서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의 기후 변화 정책에 반대하는 국내의 NGO 그룹 사이에서는 이를 놓고 찬반 논쟁이 있다.

존 번 : 지난 1997년 교토에서 열린 당사국 총회에서 한국의 환경단체가 행사장 입구에 얼음으로 만든 펭귄을 세워두었던 것이 기억난다. 행사장을 오갈 때마다 입구에 세워진 펭귄이 녹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아주 좋은 아이디어였다.

한국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열의가 높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국제적인 리더가 될 수 있다. 만약 한국에서 제1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린다면, 이번 코펜하겐 총회보다 더 민주적이고 개방적으로 총회가 진행되어야 한다.

조승수 : 당신은 최근 '환경 정의'와 관련된 책을 출판했다. 당신이 관심을 갖는 환경 정의, 기후 정의란 어떤 의미인가?

존 번 : 간단하게 설명하면, 지구에서 한 사람당 1년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3.3톤인데, 미국의 일인당 배출량은 훨씬 높고, 아프리카는 이 3.3톤에 미치지 못한다. 난는 이러한 상황을 '기후 부정의'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아프리카는 조금 늘려서 동일하게 맞추는 것이 바로 '기후 정의'다.

조승수 : 기후 정의를 실현하는데 있어서 정부, 기업, 노동조합, 환경단체 등 각 부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어느 부문이 감축 노력에 있어서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가? 또 발리 총회를 시작으로 등장한 '기후 정의' 문제에 있어서 노동자의 일자리와 관련된 '정의로운 전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존 번 :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중에서 산업 부분에서 많은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 즉 산업 분야에서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산업에서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자연스럽게 노동자의 고용 문제와 연결이 될 수밖에 없다. 기후 변화 정책은 정의로운 전환과 같이 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의 참여가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도 오바마 대통령이 주장하는 그린 경제로 가기 위해, 노동조합을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 (☞관련 기사 : "벼랑 끝으로 돌진하는 인류…살 길은 딱 하나뿐이다")

조승수 : 당신은 한국의 에너지 문제에 관해서 지난 2004년 <에너지 혁명(Energy Revolution: Toward an Energy-Efficient Future for South Korea)>을 낸 적이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에너지 정책을 놓고 조언할 게 있다면?

존 번 : 기본적으로 한국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음이 재생 가능 에너지 확대 가능성인데, 내가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서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의 3분의 1은 태양광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 정부가 정책 의지를 가지고 재생 가능 에너지 태양광 등의 산업을 육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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